만화가와 외주작업, 그리고 계약서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겸임교수/장통일러스트레이션 대표 장윤호
외주 계약시 주의 사항
  • 계약서는 반드시 작성한다.
  • 내 능력이나 상황에서 수행 가능한 일인지 꼼꼼히 검토한다.
  • 작업 요청 원고를 받으면 작업량, 난이도, 예상 소요시간을 면밀히 분석하고 계약금액이 적당한지(최저시급에도 못미치는 것은 아닌지 등) 깊이 생각해본다.
  • 정황상 불리함이 많이 느껴진다면 빠른 시간 안에(가급적 계약서 작성 전에) 작업을 취소한다.
  • 기회’라는 허상에 휘둘리지 않는다.
  • 일을 많이 드릴 수 있어요’라는 말은 인사치레 정도로만 들어도 충분하다.
  • 불손하거나 고압적 태도의 업체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 떠나간 일에 아쉬워하지 않는다.
  • 무리한 의뢰에 응하지 않는다.
계약서 작성 및 주고 받는 방법
STEP 01
계약 조건 협의
STEP 02
계약서 작성 및 검토
STEP 03
계약서 2부 출력 및
직인, 간인
STEP 04
각각 1부씩
계약서 나눔
  • 계약서에는 계약 내용, 계약자의 정보와 계약의 세부내용을 꼼꼼히 적어 작성한다.
  • 작성된 계약서는 2부를 출력하여 2부 모두 직인, 간인을 한다.
  • 그 후 계약서를 거래처와 작가가 각각 1부씩 나눠 갖는다.
대표적 피해 사례
4일 밤낮으로 일 하고 8만 원?

대학생 A씨는 중국 만화책의 대사와 효과음을 한글로 수정하는 이른바 ‘식자 교체 작업’을 의뢰받았다. ​중국어 효과음을 제거하고난 뒤 생기는 빈 공간을 그림으로 메우는 작업과 중국 문화(치파오, 중국식 건축물 등)가 드러나는 그림을 한국풍으로 고쳐 그리는 작업도 포함이었다. 당시 돈이 급했던 A씨는 간단한 업무라는 담당자의 말에 선뜻 작업을 진행하기 합의하였다. A씨가 작업해야 할 책의 분량은 100페이지 가량. 기한은 2일이었다. ​보수에 대해 문의하였으나 회사 내규에 따라 처리한다는 말 뿐이었고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막상 작업을 진행하려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A씨가 예상했던 것 보다 그림 수정의 양이 훨씬 많았을 뿐 아니라 캐릭터 자체를 전면 수정해야하는 경우도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마감을 넘겨 4일 만에 작업을 완료했다. ​작업이 끝난 후 A씨는 원고료 지급를 요청했으나 A씨가 받은 원고료는 고작 8만 원이었다.

대학교 만화과를 졸업한 B씨는 중견작가 C씨의 어시스턴트 작업 의뢰를 받았다. 한 달여 정도의 스캐쥴로 B씨가 받기로 한 원고료는 100만 원이었다. A씨는 조심스럽게 계약서 작성을 요청했지만 C씨는 ‘어시스트 하면서 뭔 계약서냐‘, ’그런 것 써본 적 없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B씨는 계약서 작성 없이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이 끝난 후 B씨는 원고료 지금을 요구했지만 C씨는 사정이 어렵다며 차일피일 미뤘다. 수개월 동안 원고료 지급이 미뤄지면서 C씨는 B씨의 연락도 피하기 시작했다. 결국 B씨는 C씨로부터 1년 여 만에 원고료를 받을 수 있었다. 50만 원으로 원고료를 덜 받기로 하고, 그것도 월 10만 원씩 5개월에 걸쳐서 말이다.

만화가와 외주작업

만화과 재학생, 만화가 지망생, 그리고 현역 만화가까지. 상당수의 만화 관련 종사자들은 이른바 ’외주작업‘을 한다. 여기서 ’외주작업‘이란 순수 창작만화나 웹툰보다는 거래처의 요구에 따라 일정 업무를 수행하고 원고료를 받는 작업을 지칭한다. 광고일러스트, 광고/홍보 만화나 웹툰, 학습만화나 교재 삽화, 게임 일러스트 등 그 종류도 참 다양하다. 잠깐의 용돈 벌이를 위해서, 경험을 위해서, 추가 수익을 위해서, 혹은 외주작업을 전업으로 하는 작가들까지, 만화가와 외주작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보인다. 이 글을 쓰는 본인도 무수한 외주작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작가이다.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면 외주작업을 진행하면서 입게 된 피해 사례들을 종종 접수하게 된다. 이들 피해 사례 중 상당수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음으로부터 발생한다. 어렵게 얻은 일감을 놓칠까봐, 담당자가 불쾌해 할까봐, 또는 아는바가 없어서 계약서를 요청하지 못한다. 일부는 계약서를 요청했지만 업체 측에서 계약서가 없다고 하거나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일은 불손한 행동이 아니며, 계약서를 잘 작성하는 것이 우리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Q & A
마무리
세상이 악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다.

만화가와 함께 일을 하려는 대부분의 업체는 업체-작가 간 상호 존중과 함께 쌍방의 의무 이행을 해나가기를 원한다. 함께 일을 하는 동업자로서 사업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작가에 대한 권리존중과 대금지급의 노력을 준수한다. 보통 그렇다.
그러나 일부에서 말썽이 발생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피해사례를 접하다보면, 처음부터 악의적인 의도 –고료 미지급, 과도한 노동 요구, 문제가 명확히 느껴질 정도의 저렴한 고료 지급-를 가지고 접근하는 악덕 업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아니, 존재한다.
이런 안타까운 사례들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인 20대 초,중반에서 발생한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사회적 경험지식이 부족하고 원하는 대로 이용하기 쉽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이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작가 스스로 자신의 권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의해야 한다.

반드시 계약서는 읽어보고 꼼꼼히 검토한 다음 서명해야 한다.

끝으로, 본인은 1년에 4회 정도 계약서 작성법과 저작권 관련 인터넷 강의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11월 인터넷 강의 계획이 잡히면 ‘웹툰가이드’를 통해 공지하도록 하겠다. 관심 있는 분들이 강의들 들어보신다면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겸임교수/장통일러스트레이션 대표 장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