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잡지 만화 편집 시스템이란
by 워매니아
2018-01-23 17:14:12
초기화

해당 칼럼은 2005.11.01에 작성되었습니다.

12년이 지난 후 일본에서 일본 만화가 차지하는 위상과, 한국에서 웹툰이 차지하는 위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주류 문화로 편입되기 시작한 웹툰은 이제 양적&질적 팽창을 넘어 다른 미디어 영역으로 확장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잡지 만화 편집 시스템이란

- 일본의 잡지 만화 편집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한국에서나 일본에서 흔히 일본 만화를 논하는 관점은 작품을 둘러싼 분석 - 소위 말하는 작품론 적인 관점에서 이야기가 마련되거나, 그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를 분석하는 작가론, 혹은 그 작품을 수용하는 독자를 분석하는 내용으로 마련되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결과론만을 가지고 논하는 지엽적인 논의를 양산할 뿐이며,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내는 근간에 대한 논의는 생산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아왔다. 따라서 이번 지면에서는 일본 만화의 근간과 여러 제현상을 생산하고 있는 일본 만화 체제, 그중에서도 일본 잡지 만화 편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여 보자.


1. 일본 만화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주간잡지 체제

만화 시스템을 서두에 간단하게 정의를 내리자면 2005년 현재 일본 만화 구조의 중심은 잡지, 그중에서도 주간잡지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물론 이것은 변화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현재와 같은 주간잡지가 등장하는 시초가 되는 것은, 일본의 전후에 조성된 주간잡지 창간 붐을 타고 1959년 [소년 매거진](코우단샤)과 [소년 선데이](소학관)가 등장하면서 부터이다. 물론 이 이전에도 텍스트와 만화가 혼용된 형태인 소년잡지들이 다수 존재하긴 했으며, [소년 구락부][모험왕]등이 유명한 잡지였다. 이후 이들 지면을 통해 내놓은 무수한 만화들이 오늘날 일본 만화의 토대를 닦는다. 테츠카 오사무와 이시노모리 쇼타로 등의 [토키와 소]멤버들이 이른바 장편 캐릭터 만화 구조를 정착시키게 되며, 여기에 대항한 매거진의 극화파 영입과 반격, 이를 바탕으로한 매거진의 100만부라는 상징적 판매부수 돌파. 1960년대 후반의 잡지 [소년 점프]의 등장으로 인한 신진세력 등장과 외설시비(나가이 고의 [하렌치 학원]), 1980년대의 영 메거진과 영 점프를 필두로한 청년지 시장의 등장... 그리고 1990년대 초반 이들 잡지 만화는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하여 소년 점프 650만부 전설이 탄생하기도 하였다.


이런 일본 주간 만화 시스템의 사상과 방향은 박리다매 구조와 대량 투입 구조 철저한 사전 프로듀싱을 통한 선별과 교육 등으로 이야기될 수 있다.



2. 일본에서 가장 싼 문화 상품-만화


 일본의 만화잡지들의 가격대는 200엔대를 전후로 구성되며. 서점에서 팔리는 단행본들은 390엔에서 500엔 정도의 가격대가 일반적이다(최근 쏟아지는 구 히트작의 복간본은 이보다 더 싸게 가격이 형성되어있다) 이는 한국과 그다지 차이가 없는 가격으로 느껴질지도 모르니 일본의 평균적인 물가를 알수 있는 항목을 대입해보자, 자판기 음료수 가격이 120엔대(1200원 가량) 흔한 과자가격이 120엔대다. 최근 한국에서 잘 팔리는 삼각김밥(오니기리)의 경우는 150엔 정도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그냥 다른 물가와 비교해도 싼데, 더 나아가 타 문화 상품과 비교해 보면 만화책은 아예 터무니없어 보일 정도의 가격이다. 일본에서 비디오 신작 비디오 한편 렌탈 비용이 300-400엔이며 CD의 경우 싱글이 1000엔, 앨범이 3000엔정도 가격이고 DVD의 경우 2000-4000엔 정도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 게임 소프트웨어의 경우 5000엔대 안팎. 같은 서적 출판물과 비교하면 아예 말이 안된다. 하드커버 서적의 경우는 3000-5000엔대, 문고판도 1000엔 안팎의 가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일본에서 만화 잡지는 그냥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주머니에 들어간 동전 두세개로 별 생각 없이 살 수 있는 감각의 상품이다. 이렇게 저가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으니 만화를 주로 소비해 온 상대적으로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소년, 소녀 계층들이 마음껏 사볼 수 있었고 이렇다보니 저변이 무척이나 넓게 확대되는 것이 가능했다. 나카노 하루유키의 [만화 산업론]은 이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데, 1950년대에 일본의 주간잡지라는 저가 문화 상품의 당대 베이비 붐 세대에 광범위하게 정착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은 당시 세대의 용돈이 이런 당시 20-30엔 정도로 형성된 것이 결정되었던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초기부터 무척이나 싼 가격이 정착되어 오다보니 일단 많이 팔지 않으면 안되는 게 일본 만화 출판이고 기본적으로 고수하는 전략은 박리다매 전략이다. 한 시스템이 마련되면 이를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끌자하는 안정화 전략이 나타나게 된다. 이로 인해 일본 만화 시장은 일정한 숫자의 만화 상품을 순차적으로 시장에 투입가능하게 하는 단행본 체제와 이 단행본 체제를 유지하게 하기 위한 작가 인력의 대량 투입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3. 개별 상품은 싼 대신 많은 숫자의 만화 단행본을 안정적으로 투입가능하게 하는 체제


현행의 일본 잡지는 대개 20여종의 만화가 동시 연재되는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이들 만화는 3개월이 지나면 연재된 분량을 단행본으로 내어놓아 본격적인 이윤을 창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각 출판사는 3개월 단위로 등장하는 20여종의 단행본을 통해 어느 정도의 이윤을 회수한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이를 일년 단위로 확대해서 본격적인 영업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체제를 유지하려면 항시 그 만화잡지에는 일정한 숫자의 만화, 일정한 페이지 수의 만화가 반드시 연재되고 있지 않으면 안되며, 만일 일정한 부수의 단행본이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이른바 비인기 작들은 바로 퇴출시키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


현행의 일본 잡지는 대개 20여종의 만화가 동시 연재되는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이들 만화는 3개월이 지나면 연재된 분량을 단행본으로 내어놓아 본격적인 이윤을 창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각 출판사는 3개월 단위로 등장하는 20여종의 단행본을 통해 어느 정도의 이윤을 회수한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이를 일년 단위로 확대해서 본격적인 영업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체제를 유지하려면 항시 그 만화잡지에는 일정한 숫자의 만화, 일정한 페이지 수의 만화가 반드시 연재되고 있지 않으면 안되며, 만일 일정한 부수의 단행본이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이른바 비인기 작들은 바로 퇴출시키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



4. 편집의 가장 중요한 기능-작가 예비군의 선별과 생산기능


신인 공모전 등의 필터링 과정을 통하여 선별된 예비군들은 기본적인 만화제작 능력을 갖추었는지 모르지만 그 잡지가 요구하는 장르만화에 걸 맞는 문법을 숙지하고 있는가? 일주일에 20여 페이지의 원고를 지속적으로 제작할 능력이 있는가? 라는 부분 등에서는 완전히 미지수다. 이런 그들을 일정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편집은 이들의 원고제작에 대해 온갖 주문을 열거하며 훈련을 시키기 시작한다. "소년 만화의 경우 한 페이지당 컷 수는 6개를 넘어선 절대로 안된다", "모든 스토리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가야 하며 첫 회분에서 독자에게 캐릭터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절대로 안된다!" 등의 주문은 기본이고, 이런 주문을 받아들여 잡지 게재가 가능한 수준에 이를 때 까지 몇 번이고 수정이 반복된다. (비단 이런 것은 신인만이 아니라 숙련된 작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대해서 한국에서는 많은 비난이 있기도 하고 반감을 표시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편집이 작가 예비군을 단순한 만화 그리는 기계로 취급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작가를 운명공동체적인 동반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고 "우리가 월급을 받는 것은 만화가들의 고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근저에 깔려있다. 즉, 일방적인 관계는 아니며 아무도 이런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잡지 하나당 많게는 50명, 평균 20여명에 가까운 대규모 인원이 편집에 관여하고 있는 것에는 되도록 많은 작가 예비군을 만들어내기 위한 의도도 있지만 항시 대체 가능한 편집 인력을 교육하고 훈련시켜둔다는 의미도 크다.


어쨌든 이렇게 준비된 작가와 작품은 일년에 약 10-12편 정도에 달하게 되며 이를 일본 전체 만화계로 환산해보자면 약 100여편은 간단하게 넘는 엄청나게 많은 신작품이 새로 등장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등장한 작품 중 아주 소수만이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한국에서 일본 만화를 관찰하면 그야말로 무수한 성공작이 쏟아지듯이 나오는 것 같지만, 그 성공작들은 그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수한 실패작의 무더기 위에서 등장하는 것이다. 단지 그 실패작의 무더기가 워낙에 많고 높기 때문에 성공하는 작품도 많을 뿐인 것이다.



5. 막연한 반감이 아니라, 이것이 일본 만화의 오늘날을 만든 원동력 임을 인정하는 것


이러한 편집체제에 대하여 한국의 작가나 관계자들은 막연한 반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으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는 일본 만화의 근간 - 하나의 거대한 틀을 제공하여 온 것이었다. 특히 만화의 그림이나 스토리가 대단히 고도화되어, 작가는 작품의 말단의 퀄리티 향상을 위해서 매진하고 그 체제 전체를 파악하며 작가와 독자간의 간격을 잇는 촉매역할을 하는 편집- 프로듀싱은 더욱 더 절실히 요구되는 중이다. 반면 한국의 관계자의 반감은 과거 한국이 경험한 지독한 검열 등에 의해서 생겨난 작품 창작에 대한 의견 자체에 대한 생뚱맞은 반감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에서 이제는 더 이상 혼자의 힘으로는 고도화 되는 문법과 그림을 요구하는 시장에 어울리는 만화는 만들 수가 없다.

워매니아
이현석
만화 기획자. 만화 번역자. 일본 스퀘어 에닉스에서 10년, 웹툰 매체 코미코 재팬에서 수석 PD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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