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mania의 일본통신실
만화 왕국 일본은 없다
by 워매니아
2018-01-18 09:45:25

해당 칼럼은 2005.07.01에 작성되었습니다.

12년이 지난 후 일본에서 일본 만화가 차지하는 위상과, 한국에서 웹툰이 차지하는 위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주류 문화로 편입되기 시작한 웹툰은 이제 양적&질적 팽창을 넘어 다른 미디어 영역으로 확장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재 시작에 붙여서 …  

  

한가지 의문을 제시하고 시작해보자.

“한국 만화계는 과연 일본 만화라는 존재에 대하여 제대로 된 담론을 제공하여 온 것일까?”

 지금까지의 일본에 대한 일련의 연재들은 지극히 작가주의적인 입장에서의 작품론적 토론이나, 간단한 정보성 소개 (그것도 작품 소개나 작가 소개를 중심으로 한) 등의 변죽을 울리는 연재가 많았다. 실재로 일본 내부에서의 만화 연구도 이러한 작품론, 작품을 소비하는 독자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 연구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일련의 정보 부족과 편중된 정보 제공은 당연히 일본 만화의 전체상 제시나, 제대로 된 일본 만화관을 제공하는데 실패하였다. 이러다 보니 한국 만화계 안에서는 일본 만화를 제대로된 시각에서 분석하여 타산 지석을 삼아야 할 일부 연구자들이나 만화계 중진 분들까지 엉뚱한 환상을 품고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에 검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지만, 일본에서 검열은 존재하며, 어떤 의미에서 한국에서 보다 더욱 엄격하다). 필자는 지난 2000년부터 일본에서 유학하며, 5년여간 일본 만화 출판 현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고, 현재는 만화 출판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느낀 많은 현장 정보를 최대한 제공하는 것이,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는 것이 그 본연의 임무는 아닐까 한다. 따라서, 본 연재의 방향은 현재 한국 만화계에서 일본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많은 허상과 신화를 타파하는 것으로 잡고자 하며, 그 첫 번째 연재로는 일본에서 만화가 차지하는 사회적 위상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제 1 화 [ 일본에서 만화는 주류 문화일까 ?]  


1.

 한국에 있어서 일본, 아니 한국 만화에 있어서 일본의 만화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필자가 알고 있는 만화계 지인들의 대부분은 일종의 경외감이나,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나) 어떤 ‘환상을 가지고 일본 만화를 논한다. 그 경외감과 환상은 대부분 그 물량적 거대함이나 시장의 방대함, 혹은 그 깊이 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일본은 만화 대국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출간되는 주간 만화잡지가 십수종에 이르고, 일본을 대표하는 삼대 주간 잡지인 [소년 점프], [소년 메거진], [소년 선데이]는 각각 350만부, 300만부, 100만부에 이르는 공칭부수를 자랑하고 있어 (하지만 , 이들 잡지의 실재 판매율은 이런 공칭 부수와는 거리가 있다), 이들 잡지의 판매량과 거래자금 만으로도 한국 만화 시장 규모를 추월해버릴 정도이다. 이외에도 물론 많은 숫자의 잡지들이 발행되고, 이들 잡지들이 일년에 쏟아내는 단행본의 규모는 상상을 불허한다. 


 


일본의 만화 잡지들. 만화 잡지 몇 권의 매출과 인쇄 규모가 한국 만화 전체를 압도할 정도이지만, 이것은 한국 만화 시장 규모가 적은 것이 아니라, 일본의 만화 소비규모가 이상할 정도로 큰 것이다.



 이런 규모 면에서의 거대함 뿐만이 아니라, 그 질적인 측면에서도 일본 만화는 많은 성과물을 내어왔다. [헬로우 블랙잭]과 같은 만화는 일본 의료계에 실질적인 개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카와구치 카이지의 [침묵의 함대]는 일본이라는 국가의 정체성과 정치의식,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싹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 [20 세기 소년] 은 각각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일본이 지난 50 여년 간 겪어온 과거를 돌아보고 오늘날 일본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팩트들은 과거에는 온갖 검열에 시달리고, 최근까지 애들 문화로 무시당해온 한국의 현실과 비교가 되어, “일본은 만화의 선진국” “일본은 만화를 무시하지 않는 만화왕국” 이라는 인식을 낳았다.


2.

 그러나 믿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일본에서 만화는 엄연히 주류 문화가 아니며, 절대 고급문화로 취급 받지 못한다. 일본에서 만화 분야, 애니메이션 분야는 이유야 어찌하든 서브 컬쳐 (하위/저급 문화) 로 분류된다. 가령, 한국에서는 흔히 일본의 전철 안에서 사람들이 만화 잡지를 들고 진지하게 읽는 광경을 보면서, 만화에 대한 인식이 아주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지만, 전통적으로 일본에서는 나이든 사람이 만화를 읽는 광경에 대해서 별반 좋지 않은 평가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만화를 읽는 사람을 자세히 보시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읽고 난 잡지를 전철에서 내리는 순간 쓰레기 통에 버리든지 전철 안의 물건을 놓아두는 선반에 버리고 내리는 경우가 태반임을 알 수가 있다. 즉, 이들 만화 잡지는 아침 출근시간에 싼 맛에 매점에서 사서 읽고 버리는, 일종의 싸구려 소비재이지 진지하게 읽고 뭔가 삶의 양식으로 삼는 진지한 성찰의 대상이 절대로 아니다.

 일본 잡지는 대부분 200-300 엔대의 가격이 책정되는데, 이는 일반 잡지가 500 엔 -800 엔 정도의 가격이 책정되는 것에 비해서 파격적으로 싼 가격이다. 껌 한통이 120 엔, 일본에서 한국의 자장면이라 할 수 있는 라면이 차지하는 가격이 500 엔 정도라는 걸 생각하면 얼마나 싼 가격인지 알 수 있다. 다른 문화 소비재의 가격과 비교하여 보아도 만화가 얼마나 싼 매체인지 알 수 있다. 일본에서 영화 관람비용은 1800엔 (한화 17000원), 비디오 대여료는 신작기준 하루 380(3700원)엔 , 하드커버 소설의 경우 3000엔 , 페이퍼 백이라 할 수 있는 문고본은 1000엔 안팎의 가격이다. 즉, 만화 잡지의 기본적인 성격은 박리다매를 기본으로 하는 싸구려 오락거리이지 일반적인 문화 매체로 인식 되어지지 않는다(!) 



 일본의 만화가 가지는 성격은 기본적으로 싸구려 문화 소비재다. 고상한 영화나 문학과는 전혀 다른 경지에서 취급 받는다. 한국과 하등 다를 것이 없으며 오히려 더 나쁠지 모른다.

  

3.

 앞서 열거한 유명잡지들의 편집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일본 현장의 사람들이 만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가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현재 일본 만화를 만들어낸 유명 편집들의 대부분은 애초에 만화 잡지 편집을 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다수가 일반적인 문학 잡지나 영화잡지, 시사 잡지를 희망하며 회사에 입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만화잡지를 희망하며 들어온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은 오히려 조금 이상한 사람들 취급을 받는다. 특히, 만화가 고급문화 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콧방귀를 뀌는 경우가 태반이다.

 유명만화 출판사이자 일본에서 가장 거대한 만화 출판사이기도 한 고단샤 내부에서도 가장 이익 사업 분야는 물론 만화 사업 분야(고단샤 전체 매출의 40프로에 육박한다)이지만, 정작 출판사 내부에서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고 인식이 높은 부서는, 주로 문고판 학술서적을 내어놓는 ‘고단샤 신서' 부문이다. 한국에도 유명한 만화 잡지 [애프터 눈]([무한의 주인],[오 나의 여신님],[에덴],[지뢰진] 등의 만화가 연재) 의 전 편집장인 유리 코이치 ( 만화 [아키라],[공각기동대] 의 프로듀서) 씨는 “오히려 일본 만화는 주류가 되지 않고 주류에 반하는 서브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라는 극언을 하기도 한다 .

거꾸로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에서는 만화에 대해 국가가 지원을 하는 등 만화에 대한 국민 , 국가적인 인식이 너무 높은 것 같다. 부럽다” 라는 의견을 토로하는 관계자들이 매우 많다. 일본에서의 만화 인식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생각하는 일본의 만화 상은 너무 높은 곳에 위치해있고, 따라서 이는 경외감을 불러일으켜 제대로 된 비교 분석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일본의 유명 출판사인 고단샤. 매출의 40%가 만화 분야이고, 가장 고액에 흑자를 기록하는 효자부서이지만, 서자 취급이다. 가장 각광받는 부서는 역시 문예나 학술분야를 다루는 일반 서적 분야이며, 입사 지원자 대부분도 이를 선호한다.

다음 연재 분부터는 이런 잘못된 전제 하에서 만들어진, 일본 만화에 대한 환상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허물어보자. 다음 호에서 다룰 것은 “ 과연 일본 만화 작가는 풍요로운 경제생활을 누리고 있는가?” 라는 부분이다.

워매니아
이현석
만화 기획자. 만화 번역자. 일본 스퀘어 에닉스에서 10년, 웹툰 매체 코미코 재팬에서 수석 PD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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