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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에게 돌을 던지랴, 1950년대 가짜 이강석 사건 '귀인'

김미림  |  2019-07-25 11:27:13
 | 2019-07-25 11: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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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들은 현재에 또 반복되기 때문에 과거를 잘 아는 것이 현대를 잘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인데, 정치에선 특히 이러한 말이 들어맞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정치는 곧 권력을 가지는 것으로, 권력을 가진다는 건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상황이더라도 권력 앞에선 권력이 곧 법이요, 권력이 곧 진리라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뉴스나 신문기사를 통해 많이 보았을텐데 21세기인 지금도 그런 촌극이 수시로 벌어지는데, 과거 시국이 스산한 시절엔 얼마나 더 이런 일들이 많았을까싶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엔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니 내 누군지 아나? 느그 서장 데려와라. 내가 느그 서장이랑 밥도 묵고, 사우나도 가고~"


영화를 안 본 사람이라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흉내내서 누구나 알만한 이 명대사는 권력이 얼마나 쉽게 사람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지 말 한마디로 보여주고 있다.




귀인


더 과거로 돌아가 보자.

해방과 전쟁직후 1950년대 이때는 어떨까?

일제시대 친일파 일본 앞잡이로 활동했던 이들은 청산되기는 커녕 오히려 그때 모았던 재산으로 높은 자리 하나씩 꿰차고 떵떵거리면서 살고, 독립운동을 한 집안은 쫄딱 망해 가족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다른 나라로 쫓겨나가던 그 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을 가진 사람 앞에선 간이며 쓸개며 다 내놓을 듯 행동하는 일부 정치인들, 공직자들의 뒷통수를 친 사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62년 전 1957년 실제 있었던 '가짜 이강석 사건'이 그것이다.



귀인



이승만 정권의 권력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지던 그 시절 자유당 말기에 일어난 희대의 사기극인 가짜 이강석 사건은 대구출신 22세 청년 강성병이 이기붕의 장남이자 이승만 대통령의 양아들 이강석을 사칭한 사건으로, 사흘동안 경주와 영천, 안동 등을 돌며 이강석을 사칭해 지역 유지들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 수재의연금까지 받아 챙겼지만 가짜라는게 밝혀지며 3일 천하로 끝나게 된 사건이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러한 이야기가 1950년대에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데 이러한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건 현재 우리도 여러가지 방식으로 권력 앞에서 우스워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귀인


어쨌든 당시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연관되어 보안유지에 필사적이었지만 끈질긴 취재로 매일신문에 특종보도 된 이 사건을 모티프로 한 웹툰 작품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네이버웹툰에서 연재중인 '귀인'이 그것이다.


모티프로 된 사건 자체가 무척이나 눈길을 끌기에 작품에 대해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는데, 2013년 부터 이 사건을 취재한 정연식 작가는 2년간 사전 조사를 하며 이 작품을 준비했다고 한다.

특히 스토리를 맡은 정연식 작가는 영화감독이기도 한데 그래서 그런지 작품 자체도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고, 그림을 맡은  황진영작가의 그림체 역시 이러한 스토리와 시대적 분위기에 적절하게 어울려 상당히 수준높은 작품을 완성하고 있다.




귀인


이 작품의 프롤로그는 법정에서 시작된다.

가짜 이강석 사건의 주인공인 '양춘식'을 취재하기 위해 법정엔 기자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연관된 사건의 심각성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양춘식은 자신이 끝까지 '이강석'이라고 주장한다.

다그치는 판사들 앞에서 춘식은 비웃는 모습까지 보여주는데 그 상황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귀인


"경주경찰서장 권성균, 영천군수 이성욱, 영천경찰서장 백승창, 경무계장 전윤찬, 안동군수, 봉화경찰서장, 봉화읍장, 농업은행 지점장. 내가 시국적인 악질범이라면 당신들은 시국적인 간신배들 아닙니꺼?"

그리고 나서 자신을 지켜보는 기자들과 사람들 앞에서 '내가 누구요'라고 되묻는 춘식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일 수 밖에 없다.




귀인


사실 춘식은 대학을 가서 출세해 여자친구 '세옥'과 결혼하고 아버지, 어머니 호강시키는게 꿈인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전부터 소매치기를 하는 등 옳지 않은 행동거지가 있긴 했지만 그가 원하는 건 아주 평범한 삶이었건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합격했다는 통보를 듣고 찾아간 대학에선 그의 이름이 명단에 없다하고 그 틈에 달라붙은 사기꾼에게 등록금을 전부 내어주고 빈털터리가 된 춘식, 게다가 얼마 뒤 돌아간 고향에서 여자친구 세옥은 그 아버지의 노름빚 때문에 부잣집 노인에게 집 두채값을 받고 팔려가게 생겼다.

암담한 현실에서 돈 없고, 빽 없는 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귀인


그러던 중 춘식은 언젠가 서울에서 이강석이 헌병의 뺨을 치고 행패를 부려도 아무일 없이 넘어가는 일을 목격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과 얼굴이 닮은 이강석을 사칭하기로 결심한다.

막강한 권력 앞에 무엇이든 가능한 모습을 봤던 춘식은 그렇게 희대의 사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귀인


'이강석'이라는 한마디에 앞다퉈 머리를 조아린 지역 유지들과 공직자들의 모습은 당시 국민들에게도 조소를 불러일으켰다 하는데 이름 세글자에 자신의 앞에서 머리를 숙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직접 목격한 실제 주인공 강성병은 얼마나 더 기가막혔을까?

실제 그도 법정에서 "진짜 이강석은 아무리 행패를 부려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더라. 여기가 할리우드였으면 연기료를 받았을 것"이라고 농담까지 던졌다고 하니 웹툰에서 그려진 법정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다.


웹툰과 함께 영화가 함께 기획됐다는 이 작품 '귀인'은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한 이 작품은 대작의 기운을 뿜어내며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기에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김미림
하고 싶은 것 많고 궁금한 것 많은,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 목표인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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