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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리뷰] 기계장치 위의 신, '데우스 엑스 마키나'

박은구  |  2019-02-19 13:32:39
 | 2019-02-19 13: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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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스 엑스 마키나란 말을 아는가? 라틴어 'Deus ex machina'는 '신의 기계적 출현'을 의미한다. 매우 급작스럽고 간편하게 작중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정화하는 사기캐릭터(밸런스 파괴범, 먼치킨 캐릭터, 초월자 등) 또는 연출 요소 등을 일컫는 말이다. 요컨대 편의주의적인 치트키 바로 그 자체다. 함부로 쓸 경우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완성도를 급격하게 떨어트릴 수 있다. 여담으로 아리스토 텔레스가 활동하던 시대의 희곡은 신의 위대함을 역설하기 위하여 이야기에 '신적인 존재'를 갑자기 등장시켜 이야기의 문제를 해결하고는 했다고 한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라틴어로 번역한 책에서 유래했는데, 아리스토텔레스가 당시 그리스 비극, 특히 에우리피데스 시대의 비극들에서 유행하던 '개연성'을 무너뜨리는 연출을 비판하기 위해 쓴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가리켜 '이야기의 문제는 오로지 이야기 안에서 끝내야 한다'고 했다. 쉽게 말해 주인공의 문제는 자신의 행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 이야기에 관여하지 않던 절대적인 존재가 뜬금없이 이야기에 개입하여 주인공의 문제를 대신 해결하던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1화 프롤로그의 장면이다. 마치 토크쇼를 연상하게 되는 연출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의 작가는 꼬마비이다. 꼬마비는 이전에는 '살인자o난감'이라는 연재했었는데 처음 그 작품을 보고 나는 엄청난 센세이션을 느꼈던 걸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그런 그의 새로운 작품이 돌아왔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어떤 의미이고 어떤 소재일까 궁금했다. 그의 작품세계, 그의 내면세계를 어느 정도 알게 된 필자로서는 정말로 긴장되고 두근대고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다 위의 어떤 존재가 서 있다. 사람으로 보이는 형태인데 바다 위의 떠 있다.>


이 세계는 신이 존재한다. 종교적인 신, 자신의 마음 속으로 믿는 신, 그런 류의 얘기가 아니다. 직접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존재하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신이 방송에 나오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

갑자기 신이 방송에 나타난 것이 아닌 엄밀히 말하면 기자회견 때문에 취재를 하고 있는 장소에 신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어떤 고위 인사의 기자회견 장에 갑작스레 신이 등장했다. 그리고 채 1초도 지나지 않아 신이 그 자의 머리를 향해 손가락을 내민 순간 그자의 머리가 뚫리며 사망했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신이 천벌을 내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최고형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 이 세계에는 전지전능한 신이라는 존재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신의 천벌이 행해지는 일을 권성징악, 인과응보라고 표현한다. 듣기에만 좋았던 말들이 실제로 이뤄지는 그런 세상인 것이다.







<신의 전지전능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살인자o난감 시절부터 보았을 때 이 작가는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구심, 의문을 갖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나 자신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을 캐치해내어 민감하고 밝히기 어려운 속살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어 내비치기 싫은 모습을 내비치게 만든다.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쉬운 질문들을 시시때때로 어떤 상황에서든 던져댄다. 인간군상, 철학적이고 심오한 인간이라면 한 번 쯤 생각해봤을 이야기들을 작가 특유의 역량으로 적절히 배치하여 메세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꼬마비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바로 독자들의 수준이다. 약간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발언일 수 있지만 독자들의 연령대라는 게 모든 작품마다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어떤 작품에는 10대가 어떤 작품에는 20대가 더 몰려 있을 수도 있는 법이고, 그리고 꼬마비 작가의 작품 같은 경우에는 어떤 연령대가 많은 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깊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비교적 깊게 생각하여 댓글들을 작성하는 것들이 댓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느껴진다. 즉 다양한 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내 시야가 넓어지고 나 또한 다양한 추측과 고찰을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그들과의 토론을 통해서 또 보이지 않던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견문을 넓히게 된다. 작품에서 놀라고 독자에게서 놀란다. 이건 정말 큰 강점이다.



<매화가 끝이 날 때 이렇게 신화 속 신들의 그림이 올라온다.>


다양한 댓글들을 보던 와중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댓글이 있었다. 그 댓글 또한 니체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 '모든 종교는 인간이 지적으로 미성숙할 때 발생했다는 분명한 흔적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진실을 말할 의무'를 배우기 전에 종교가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미성숙한 시절에는 누구도 '신은 진실되며, 이해할 수 있게 말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 수가 없었다. 누군가 그런 규정을 만들었다면, 인간은 신이라는 망상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내용이었다.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는다는 점, 전지전능한 신이 존재한다면 절대선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는 모순점 등을 꼬집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참 여러모로 여러 의미로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또 엄청나게 기대가 된다. 이번에는 나에게 어떠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줄까라는 설렘이 오감을 간지럽힌다. 아직 연재초기라 6화 밖에 연재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어떤 스토리를 보여줄지 정말로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꼬마비 작가님, 만만세! 

박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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