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반영한 진짜 같은 가짜이야기, '열정호구'
by 김미림   ( 2018-11-16 18:02:15 )
2018-11-16 1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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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열정호구’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년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진짜 같은 가짜 이야기이다.


‘열정’과 ‘호구’는 각각, 


열정[명사]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호구[명사] :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


이란 뜻으로 일반적으로 열정은 긍정적인 느낌, 호구는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가진 단어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두단어를 합쳐서 새로 만들어낸 열정호구 라는 말을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웹툰,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일단 제목의 느낌만 살펴본다면 그 말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만으로도 안타까우면서도 우스운 느낌을 자아내는데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호구라니, 그렇게 불리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 웹툰을 읽다보면 실제로 우리사회에서 일명 기득권이라 불리는 계층에선 이런 열정호구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스러운 마음과 함께 이 웹툰이 실제로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웹툰이 과연 픽션일까, 팩트일까 하는 생각이 들며 씁쓸한 마음이 든다. 

실제 작가 역시 웹툰를 보는 독자들이 이 이야기에 대해 진짜로 생각하지 않을까 고민이 됐는지 항상 웹툰 마지막에 실제와 상관없는 픽션이라고 기재하고 있어서 그에 대해선 짐작만 할 뿐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 주지 않으면서 열정만을 요구한다는 뜻의 신조어로 열정페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이 웹툰의 주인공 '박소연' 역시 그런 열정을 요구 당하는 청년 중 하나이다. 

소연은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집에서는 착한 큰딸로 언제나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왔지만 취업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아무리 잘해도 항상 부모님에게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큰딸로서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주눅들어 살던 소연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로 들어갔고 그만큼 부모님께 잘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선 10대땐 대학에만 들어가면 모든게 끝날 것처럼 말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가면 또 취업이, 그리고 그 치열한 취업의 문을 넘어서면 또 다른 난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직 대학입시를 위해 학창시절 전부를 보내지만, 대학에 들어가선 또 취업이, 그리고 취업을 하면 결혼이, 결혼을 하면 육아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빚을 갚으며 평생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채 쫓기듯 허덕이며 살게 되는 것이 일상이고, 어쩌면 그게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며 앞만 보고 살고 있는게 우리네 삶일지 모르겠다. 

 


이 웹툰의 주인공 소연 역시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 캐릭터이다.

취업만 하면 꽃길이 펼쳐질 줄 알았던 소연은 수 없이 취업의 문을 두드린 끝에 진상컴퍼니에서 운영하는 좁쌀닷컴의 시사만화작가로 취업하게 된다. 6개월뒤에 정규직이 될 수도 있다는 '조옵쌀' 편집장의 말에 속아 계약직으로 시작하게 된 소연은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당한 일들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다양한 갑질의 형태를 목격하게 되고 더 이상 호구로 살지 않겠다는 각성(!)을 하며 성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님과의 갈등,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나만 불행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소연과 주변인물들을  보며 독자들은 마치 내 이야기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되는데, 특히 초반에 소연이의 고구마 같은 행보에 독자들은 답답함을 내보이다가도 한편으론 그런 소연이를 미워하기보단 응원하는 반응들을 보인다. 



독자들의 이러한 반응은 아마도 그만큼 우리 사회의 현실을 웹툰이 잘 반영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열정호구엔 개그코드가 곳곳에 녹아있고 또 직관적인 작명으로 웃음을 자아내는데 주인공인 소연 외에 다른 인물 대부분은 모두 그 캐릭터의 성격을 이름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의 작명센스가 대단하다. 

마치 막장드라마의 캐릭터 이름들과도 비슷한 느낌인데, 앞서 언급했듯이 소연이 다니는 회사는 말 그대로 진상짓은 다 하는 ‘진상컴퍼니’이고 편집장은 정말 대책없는 좁쌀같은 성품을 가져서 이름이 ‘조옵쌀’, 소연이의 동료인 ‘생망’씨는 이번생은 망했다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특히 생망은 소연의 새로운 직장 동료로 출연하며 청년들에 대한 짠한 마음을 더하는 캐릭터인데 소연의 SNS를 보며 자신만 불행한 느낌을 받는다거나, 회사를 다니며 빚을 갚고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외주를 맡아 투잡, 쓰리잡을 하며 고단한 삶을 사는 모습은 그와 크게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삶이 생각나 새삼 가슴 아프게 와닿는다.

 

이름 뿐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이 가짜이야기는 괴상한 성격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막장드라마 못지 않는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작가는 그러한 캐릭터들 역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덧붙이며 무작정 개연성 없이 나쁜 악역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 웹툰의 모든 캐릭터는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연민을 자아내서 미워하기만 할 수 없는 인물들로 느껴진다.

 


이렇듯 다양한 캐릭터와 개그코드로 무거운 소재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솔뱅이작가의 열정호구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라면, 또 그 시절을 이미 지나온 사람들에게도 공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할 작품이다.


어쩌면 이 웹툰을 보는 익명의 청년들이 누군가 내 아픔을 함께 하고 있고, 누군가 내가 소연이를 위로하듯이 나를 위로해 주고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웹툰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미림
하고 싶은 것 많고 궁금한 것 많은,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 목표인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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