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해버릴까? 'OH, MY GOD!'
by 박은구   ( 2018-11-13 14:26:26 )
2018-11-13 14:26:26
초기화

작가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웹툰. 2012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 우승작! 신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낸 웹툰, 'OH, MY GOD!'.






<6일 넘게 밤을 새며 작업했던 것들이 전부 다 날라가버린 사람의 모습이다. 아니지, 신의 모습이다.>


여기 한 남성이 고되게 작업을 하고 있다. 책상에는 담배 꽁초가 수북히 쌓인 재떨이와 피로회복제, 각성제 등이 널부러져 있다. 6일간 쉬지도 않고서 열띤 작업을 한 모양이다. 드디어 작업을 마친 남성은 기지개를 피고,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 그 순간, 컴퓨터의 전원이 꺼진다. 6일간 했던 일들이 말짱 도루묵이 되는 순간, 남성의 멘탈은 완전히 조각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남성이 내뱉는 한 마디, '종말.. 해버릴까..' 그렇다. 그의 정체는 바로 신이다. 그가 하고 있는 것들은 바로 흔히 말하는 인간 세상을 조작하고 있던 것.




<성서에 나오시는 그 천사분들 맞다.>


상당히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강렬하다. 아주 재미있다. 필차는 첫화, 도입부 부터가 너무 신선해서 1화를 보는 내내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나 혹은 신화의 신들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설정이다. 회사 이름은 (주)HeaveN이다. 머나먼 상공 하늘 위, 구름 위에 커다란 고층건물이 있는데 그것이 아마 회사인 걸로 보인다. 건물 맨 꼭대기에는 천사들의 링이 떠 있다. 현재 의 사장이 다양한 신화의 주신들과 함께 설립한 주식회사이다. 건물의 규모나 이사의 수, 직원 등을 봤을 때 아마 대기업이라고 추정된다.(그래야겠지.) 간혹 업무를 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는데, 작중에서는 뭘로 수익을 내서 먹고 사는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심심풀이로 회사 놀이하는 것일수도.) 지구의 종말을 이사진들끼리 결정할 정도로 인간계에 대한 영향력이 엄청나다. 그들에게 있어 지구란 회사가 보유한 자유 처분 가능한 부동산 정도 되는 듯 하다.


<이사진 중 한 명, 북유럽 신화의 주신 오딘이다.> 



<무서운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붓다님..그 또한 이사이다.>



<모세의 기적, 그 모세 맞습니다. 헤븐즈 컴퍼니의 사장이 직접 신으로 만들어준 케이스. 이사이다.>



<단군 할아버지 등장! 이때 엄청난 포스를 풍기며 들어오는 단군 할아버지, 그러나 오딘과 부처는 막내가 왜 이렇게 늦었냐고 타박하고, 단군은 위엄넘치는 표정에서 순식간에 어린 양으로 변한다. 깨알 재미 포인트. 여담으로 풍백, 우사, 운사를 수행원으로 데리고 다닌다.>


화려한 작화와 우리가 상상만 해왔던 신화 속의 신들이 한데 모여 얘기를 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그것도 다 한 신화의 최고위 급 신들이 서로 모여 종말을 의논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괜시리 혼자 미소를 짓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얘기들 중에서는 실제로 우리의 역사에 기록 된 사건들이나 지구가 가지고 있던 아픔들이 언급이 된다. 그들에게는 농담 거리 정도로 치부되는 것이 또 하나의 묘미.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신들의 화려한 모습을 보는 것도 무척이나 즐겁고, 작가 특유의 뛰어난 센스로 인해 등장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매우 주옥같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다가 피식, 피식 웃음을 짓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 종말을 주제로 이사회를 연다던가, 그런 이사회에서 계속 잠만 자고 있는 비슈누, 미륵에게 전화를 걸어 중생들을 구제하는 게 재미있냐고 말하는 붓다, 스마트 폰 게임을 하며 로키가 랭킹 1위 한 것을 보고선 현질했냐고 말하는 오딘, 이사회에 자신을 안 불렀다고 벽을 부수고 들어오는 파괴신 시바 등. 작품이 전개되는 내내 아주 즐길거리가 산더미이다. (보물섬 같은 웹툰이다.)


어찌됐건 세이브 데이터를 전부 날려버린 헤븐즈 컴퍼니의 사장이자 주신은 지구 종말을 안건으로 이사회를 열고, 아니나 다를까 이사회는 개판으로 치닫는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정말로 느닷없이 인간 소녀가 난입하게 된다. 바로 신들의 세계인 이곳으로. 빠르게 상황을 수습하고 소녀를 다시 인간세계로 되돌려보내려고 했으나 무슨 영문인지, 소녀에게 능력이 통하지 않고, 또한 모든 존재의 이름을 적어놨다는 연명부 조차도 그녀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것. 어찌된 영문인가 했더니 이 또한 주신이 세이브 데이터를 날려버린 까닭에 생겨난 에러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종말이 진행되기 전까지 소녀를 되돌려 보낼 방법을 찾는 걸로 결정이 난뒤, 소녀는 헤븐즈 컴퍼니에서 지내게 된다. 또 특이하게 소녀는 매우 무감각하다고 해야 할까, 겉으로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속으로 하는 생각들조차도 그저, 한 순간의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시바의 팔이 4개인 걸 보고서 벌레 같다고 생각한다던가, 양손을 들고 벌을 서고 있는 시바를 보고 팔 두 개를 더 들면 벌을 4배로 받는 건가 등 약간 독특한 사고 방식을 가진 인간이다. 뭐 그런 인간과 함께 이제 올림푸스 신들과 대립하고, 서로 여러가지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웹툰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27화가 완결이라, 점점 더 흥미가 생겼던 참에 마침 딱 끝이 나버렸다.


작화도 준수하고, 작품 분위기 또한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하며 설정에도 많은 공을 들인 티가 난다. 또한 종교를 다루는 웹툰이기에 많은 논란이 있을 거라 작가 본인도 예상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잘 연재하여 좋은 작품이 탄생한 것 같다. 조기 완결은 조금 아쉽지만, 이 정도로 역량을 보여주었으니 다음 작품은 더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박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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