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과 그승, 과거와 현재, 삶의 고리 속에 희망을 얻는 '쌍갑포차'
by 김미림   ( 2018-11-09 15:02:00 )
2018-11-09 1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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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쌍갑포차'는 낯선 곳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는 쌍갑포차,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을 그린 작품으로,  뛰어난 작품성 덕분에 2017대한민국 만화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쌍갑포차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옴니버스식구성을 가진 작품인데,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또 다른 작품에선 조연 혹은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하며 작든 크든 그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이 에피소드는 그 전 에피소드 주인공의 과거와 연관되어 있고, 혹은 미래와 연관되어 있는 식이다.

예를 들어 뒤에 소개할 '돼지뒷고기 숯불구이'라는 에피소드의 주인공 '미란'은 이후 '박속낙지탕'이라는 에피소드에 또 한번 등장하게 된다.

또 '생굴'이란 에피소드에 나왔던 대무당은 후에 여러 에피소드에 등장하는데 최근 연재되고 있는 '옥춘'이란 에피소드에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이렇다 보니 쌍갑포차는 어느 정도 읽다가 또 다시 첫 에피소드부터 정주행 할 수 밖에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다시 읽다보면  그 전엔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 새롭게 보이면서 더욱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가끔 이렇게 다시 읽기를 하다 보면 작가의 세계관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것일까 독자의 입장에서 궁금해지기도 한다.


쌍갑포차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는데, 현재를 다루는 이야기에선 갑질, 취업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작가만의 사회비판적인 시선이 강하게 느껴지고, 과거의 이야기는 우리 부모세대 뿐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를 아우르는 폭 넓은 정서가 느껴진다.

또한 과거를 다룰 땐 영화나 잡지, 신문 등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여 그 출처를 밝히는데 그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참고하여 작품을 그릴 수 있는지 대단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현재를 다룬 이야기중에서 갑질을 소재로 그린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이야기는 쌍갑포차의 처음 시작을 연 에피소드로 미스테리한 쌍갑포차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켜 그 후로도 다음 이야기를 계속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돼지뒷고기 숯불구이'라는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 '미란'은 대형마트 시식코너에서 일하며 몇차례나 친절직원으로 뽑힐 정도로 항상 열심히 웃으며 일하는 직원이지만 그 마음 깊숙한 곳은 이미 곪을 대로 곪은 사람이다. 

마트에서 만나는 손님들의 무시와 갑질, 그 모든걸 혼자 참고 견뎌야만 했던 미란은 점점 피폐해져 갔고, 어느날 손님이란 이유로 미란을 곤경에 빠뜨리고 갑질을 한 손님에게 자신도 모르게 화를 냈다가 결국 회사에서 짤리고 만다.



이에 좌절한 미란은 근처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자살을 결심하고, 그곳에서 우연히 쌍갑포차와 빨간 한복을 입은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 여인은 미란에게 죽기 전에 돼지고기 숯불구이와 술 한잔을 먹고 가라며 권하고 그 분위기에 미란 역시 술잔을 비우며 어디에도 털어 놓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게 된다.

도심 한복판, 고층건물 옥상에 포장마차라니 참 어리둥절한 설정이지만 이 웹툰을 읽다보면 그 설정에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스토리 자체에 녹아들어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 역시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뛰어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쌍갑포차의 주인인 빨간한복을 입은 여인은 '그승'을 지배하는 신 중 하나로, '그승'이란 작가가 만든 말 중 하나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의미하는 '이승'의 반대어로 쓰이는 '그승'이란 단어는 이 작품에서 꿈의 세계로 표현되며, 아직 저승으로 가기 전의 또 다른 세계 정도의 의미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또한 이 작품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저승사자를 비롯하여, 삼신할매와 무당의 이야기 등 우리나라 전통 토속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며, 이러한 이야기들이 지루하지 않고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한편으론, 산업화시대 미신이라 치부되어 배척당했던 우리의 전통문화를 웹툰이란 트렌디한 문화 속에 녹여 인기를 얻는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쌍갑포차의 그림체는 사실 처음 봤을 땐 그리 호감이 간다고 할 순 없다. 

이미 우리는 다양한 웹툰을 보며 귀여운 그림체나 또는 미소녀, 미소년이 나오는 순정만화 그림체류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텐데, 쌍갑포차는 어찌보면 단순한 그림체로 오히려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고 또한 중요한 순간엔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 이야기의 흐름 뿐 아니라 독자들의 시각적인 흐름에 강약을 조정해 준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사연을 각자 가슴속에 품고 감내하며 살 뿐이다.

그 순간 너무 힘들지만 또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게 우리네 삶일텐데, 이 웹툰 쌍갑포차를 읽으면서 새삼 그 사실에 또 한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웹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안타까운 사연을 품고 있고 힘든 순간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로 좌절에 빠지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희망을 품고 미래를 향해 살아간다.

작가가 한 에피소드에 나왔던 등장인물을 또 다른 에피소드에 등장시키며  사연 이후 이야기를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은 독자들에게 주인공들 새롭게 가지게 된 희망을 똑같이 전해주고 싶어서가 아닐까?


필자는 운명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다만 운명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지 선택은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쌍갑포차는 다양한 인생의 모습을 보여주며 나만의 불행에, 나만의 이야기에 빠져있던 필자에게 더 넓은 세상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해 준 작품이다. 


오늘은 쌍갑포차라는 작품을 통해 부모님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작은 대화의 시작을 해보는 건 어떨까?

김미림
하고 싶은 것 많고 궁금한 것 많은,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 목표인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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