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럴 수 있기에 더욱 공감되는 '우두커니'
by 김미림   ( 2018-11-08 14:36:00 )
2018-11-08 14: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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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커니 [넋이 나간 듯이 가만히 한 자리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모양]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는 웹툰 '우두커니'는 치매에 걸린 나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부부의 시점에서 전개되며,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딸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7년간 연애 후 첫 사랑 '영우'와 결혼해 벌써 5년차 부부가 된 주인공 '승아'는 결혼 전까지 성인이 된 후 줄곧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남편 '영우'와 결혼한 뒤엔 아버지와 '승아'가 살던 집에 영우가 들어와 세식구가 되었지만, 아버지는 그 뒤로 얹혀사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지 항상 불편해 하는 기색을 보였고, 영우아 승아는 그 부분도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사실 승아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게된건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상황이 좋아서도 아닌 그냥 가장 사랑 받고 자란 막내딸이기에 혼자 살기엔 너무 늙은 아버지와 함께 살아야 될 것 같아서, 그냥 그래야 할 것만 같아서였다.

어느날 언니네 가족과 가까이 살고자 결심하고 언니가 살고 있는 청주의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이사 후 아버지가 조금씩 이상해 지기 시작한다.

새벽5시에 우두커니 현관문을 바라보며 서 있거나 화장실을 찾지 못해 집안에서 방황하고, 갑자기 평생 처음 보는 무서운 얼굴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덜컥 겁이난 '승아'는 아버지를 모시고 치매검사를 받게 된다.

처음엔 치매인지 우울증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갖은 노력에도 점점 증세는 심해지는데....




이렇듯 갑작스레 찾아온 아버지의 치매와 그를 감당해내야 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이 작품의 줄거리이다.


작품 속에서 승아는 아버지의 사랑을 유독 많이 받고 자란 딸이다.

늦은 결혼에 오십이 다되어 자식을 낳은 아버지는 몸이 약하고 기술도 없어 집안살림을 도맡아했다.

엄마는 밝고 활동적인 사람이었지만, 그와 반대로 아버지는 조용하고 꼼꼼한 성격의 사람이었고 성격차이로 갈등은 있었지만, 아버지는 자식들에게만은 좋은 아버지였다. 

학창시절 버스정류장에서 항상 승아를 기다리던 아버지는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에도 어김없이 가로등 아래 홀로 꼿꼿히 서서 승아를 기다리던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90이 가까이 된 노령에 자식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무기력하고 힘 없는 노인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아버지는 승아에게 슬픔으로 다가온다. 한편 그런 마음 한켠에 또 승아는 아버지의 치매 후 문득 자신의 앞날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제 곧 40이 되는 나이에 아이도 낳아야 하고, 계속 일도 해야 하는데 아버지가 아프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아버지의 치매 앞에서 한 없이 마음이 우울해지지만, 그나마 그녀의 곁에서 힘을 주는 영우가 있기에 승아는 견딜 수 있다. 




남편 영우는 승아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장인을 모시기로 했고, 치매에 걸린 뒤 승아의 곁에서 묵묵히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치매증상 이후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승아가 자신은 아버지한테 받은 사랑이 커서 참을 수 있지만, 영우는 그렇지 않은데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말할때, 영우는 그렇게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너를 선물로 받게 됐으니 자기도 참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혼자라면 무너졌을 수 있는 상황에 승아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영우의 존재가 참 다행이라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가족 중 한명이 큰병에 걸리면  나머지 가족들 사이에선 갈등이 생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치매의 경우 주변사람들을 유독 힘들게 하는데, 아파서 그런 줄 알면서도 가슴에 상처가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또 누구도 탓할 수 없기에 더 견디기 힘든 일인 것 같다.




이 웹툰에서 승아는 어느 순간 아버지의 치매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생각하게 되는데, 1년 전부터 아버지는 사람을 기억 못하거나 가끔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려서 승아를 힘들게 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때는 나이가 드셔서 그런거다 생각하며 그냥 넘어갔던 일들이 돌이켜 생각해 보니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며 아쉬워지지만, 누구나 그렇듯 승아 역시 당시엔 아버지의 치매는 상상해 본적도 없고 또 남의 일인줄로만 생각했던 것이지 결코 무심하거나 무관심해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과정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기에 더욱 공감이 되는데 이 웹툰을 읽으면서도 함께 슬퍼하고 가슴 아파하지만, 그 일의 당사자가 내가 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웹툰을 읽다보면 울컥울컥 눈물이 날 때가 있는데, 극적인 전개나 감정의 폭발은 없지만 오히려 담담하게 이어가는 느낌이 더 마음에 와닿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인물들의 대사나 표정 변화는 많지 않고, 주인공인 승아의 나래이션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마치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라 더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또 이 웹툰의 댓글을 보면 실제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되는데,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며 작가의 이야기가 마치 자기 이야기를 그린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필자는 어떤 매체를 사용하든,  어떤 내용을 다루든 공감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젊은층의 비중이 높은 웹툰이라는 매체에서 부모님의 치매와 그 과정을 곁에서 함께 겪는 이야기, 이렇게 진지한 내용으로 아픔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인기를 얻고 독자의 눈을 사로 잡는 건 쉬운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두커니는 실제 겪은 사람이든 아니든 스토리 자체로 그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 내는 작품으로, 그만큼 스토리가 좋고,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나 상황이 과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이 웹툰을 읽으면서 종종 생각해본다.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승아처럼 뜬금없이 쏟아지는 화와 상처받는 말들을 참을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저런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감당이 안되는 것 같다.

마치 웹툰보단 에세이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 우두커니는 내곁에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있을 것만 같은 부모님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추천한다.








김미림
하고 싶은 것 많고 궁금한 것 많은,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 목표인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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