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연을 그립니다, '밤의 향'
by 문예준   ( 2018-11-08 14:33:38 )
2018-11-08 14: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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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사진을 찍을까요

아마도, 행복했던 날들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서겠죠?

사진 속에는 순간의 분위기와, 그날의 기억, 예뻤던 나의 하루가 담기니까요.

 

밤의 향, 이러한 욕망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한 폭의 그림 속 아리따운 자신의 자태, 조선시대 모든 여성들이 꿈꾸는 바람입니다. 그러나 천한 신분인 기생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에 불과할 뿐이죠. 그런데 어느 날, 얼굴을 가리고 홀연히 나타난 적야 선생이라는 남성이 사연을 들려주는 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겠다는 제의를 합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나체'라는 조건이 있다는 것이죠.

 

 

어찌 되었든 신분도, 정체도 모르는 남성의 앞에서, 여인들은 하나둘씩 옷을 벗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여기서, ‘옷을 벗는다는 것은,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냄과 같이 작용하는 것이죠. 옷을 하나씩 벗어가며 이야기를 하나씩 꺼낸다는 설정은 즉, ‘=신분, 상황을 의미함과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신분)’을 답답해하고 있었음을 의미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 옷을 '다 벗음'은 곧, '완전한 자유'인 것이죠. 적야 선생과의 만남마다 홀가분함을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도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작품은 양반 댁 아가씨인 홍이의 등장과 함께 절정에 다다릅니다. 남녀가 유별한 시대에, 더군다나 나체 그림이라니. 아무리 기녀라 하더라도 천박하기 짝이 없다고 손가락질 당할 일에, 그것도 양갓집 규수가 찾아온 것에 적야 선생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러나 여인의 간절함과 당당한 태도에 선생도 그림을 그려주기로 약속합니다.

     

사실 적야 선생이 보인 당혹감에는 단순히 홍이의 신분만이 그 이유는 아닌 듯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적야 선생이 홍이의 이복 오빠인 재하가 아니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추세이죠.

 

 

지금은 어떤 연유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긋나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홍이와 재하는 우애 좋은 남매였습니다. 한 집안의 장남이지만 기생의 아들이라는 신분적 한계로 온갖 압박에 시달리는 재하를 본 홍이는, 여인이라는 이유로 숨 막히는 삶을 살아가는 자신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며 연민을 느낍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기대며 하루가 다르게 가까워지죠.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홍이는, 재하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단순한 감정이 아님을 느낍니다. 그러나 홍이는 혼례를 앞둔 상황. ‘적야 선생은 사랑을 향한 홍이의 마지막 발버둥인 셈이죠.

 

 

과연 적야 선생이 정말 재하라면 자신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털어놓는 홍이를 보며 재하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전작 에서 운명과 전생을 논했던 보리 작가가 명이와 운이의(‘속 주인공들) 세 번째 생은 수위가 있기에 따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힌 이후라 그런지, ‘밤의 향을 향한 관심은 굉장히 뜨겁습니다.

 

전작에서 구구절절한 사연들로 독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던 보리작가는 또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울려놓을지, 기대가 되는 바입니다.

 

문예준
웹툰 가이드 필진의 새 얼굴.

잔잔한 감성을 담는 작가가 되고싶은,
따뜻함이 묻어나는 일상물을 좋아하는,
소소한 새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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