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의 자취방, 이제는 믿고 볼 수 있는 활화산?
박성원   ( 2018-10-16 10:15:35 )
2018-10-16 10: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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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화산'은 주로 탑툰에서 엄청난 다작 활동으로 19금 웹툰 독자들 사이에서 그럭저럭 이름을 알리고 있는 웹툰 글작가입니다. 탑툰에서 검색되는 그의 작품이 무려 7개로 더 놀라운 것은 그중에 3개만 완결작으로, 다르게 말하면 무려 4개의 웹툰을 동시연재하고 있다는 의미지요. 활화산 작가는 웹툰가이드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으며, 필자 역시 '집주인 딸내미'와 '프로듀서'의 리뷰를 올렸습니다. 두 작품에 대한 저의 평가는 상반된 편인데, 전자의 '집주인 딸내미'는 성인 웹툰이라는 틀을 벗어나더라도 크게 흠잡을 곳이 없는 수작이었는 반면, 프로듀서는 적어도 제 취향과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새로 시도한 '그남자의 자취방'은 어떤가 하면, 성인 웹툰계에서 손꼽힐 정도의 스토리 구성능력을 보여주는 활화산 작가의 장점이 돋보이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간단하게 살펴보지요.


이번 글에서는 주로 '스토리'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싶기 때문에 작화는 먼저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쁘지 않아요. 탑툰 내에서 눈에 띌 정도로 엄청나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하게 호불호가 갈리거나 퀄리티가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한국 유료 성인웹툰이 익숙한 - 19금 웹툰 작화의 눈이 높아진 - 독자라면 '괜찮네' 그렇지 않은 독자라면 '와 좋은데'하고 감탄할 정도? 섹스씬이나 인물 묘사나 크게 기복이 없는, 상당히 괜찮은 작화입니다.


그러면 보다 중요한 스토리로 넘어가지요. 제일 먼저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초반 도입부의 구성입니다. 시작은 이래요. 신입생 환영회에서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 주인공 '강림'이 다음날 잠에서 깨어나고 나니 자기 자취방에 같은 신입생이자 연상인 '혜미'와 같이 알몸으로 누워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정말 흔하고 진부한 장면이지만 다른 건 그 다음이에요. 둘은 어제 술자리에서 어떤 계기로 접점이 없다가 엮이게 됐고 결국 섹스를 - 특히 강림 입장에서는 첫경험 - 하게 된 것까지는 확실한데 정작 강림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혜림은 재밌게도 강림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기억해야만 한 번 더 해주겠다며 조건을 거는데 서로 밀고당기는 이 부분이 아주 재밌습니다. 점차 밝혀지는 신입생 환영 술자리에서 벌어진 골때리는 사건들도 그 자체로 흥미로울 뿐더러 알몸의 남녀가 아슬아슬하게 얽혀서 하나씩 드러나는 덕분에 더 재미있게 느껴져요. 단순히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다툼에서부터 시작해 강림과 혜미가 섹스하고 다음날이 되는 도식적인 구조와는 차원이 다른 효율이죠. 적어도 초반부 장면에서 진부하거나 늘어진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겁니다. 굉장히 많은 19금 웹툰을 봐왔지만 이 정도로 잘 짜여진 초반 도입부는 정말로 드문 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탄탄한 구성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진행시킨 다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내용 자체는 크게 특이하지 않은데, 총각에 여자 경험도 별로 없는 강림이 혜미의 가르침(?)을 받아 그의 자취방에서 이런저런 여자들과 엮인다는 게 골자입니다. 당연히 첫 여자인 혜미 이후로 다른 히로인들이 등장해야 되는데 이 부분도 아주 좋습니다. 모든 사건의 시작인 술자리부터 혜미와의 만남과 그 뒤의 여자 캐릭터들과 접점을 맺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이어지는 덕분에, 만화를 읽으며 주인공 강림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의 하렘에 발을 딛게 되는 식입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이 작품의 장점은 캐릭터에요. 좋은 성인 웹툰이라면 응당 그렇듯 여성 캐릭터들이 수동적이거나 평면적인 대신 잘 살아있는 것은 기본이고, 특히 주목하고 싶은 건 남자 주인공 강림입니다. 사실 저는 성인툰을 보고 도구적인 남자 주인공의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가 거의 드문 편인데, 강림이라는 캐릭터는 확실히 인상적입니다. 굉장한 4차원에(나쁘게 말하면 또라이) 실행력이 넘치고 일견 막나가는 단순무식 같지만 의외로 또 잔머리는 굴릴 줄 아는. 여러 가지로 입체적이고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입니다. 저는 오히려 메인 히로인 혜미보다 강림 쪽에 더 잘 짜여진 인물이라는 생각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성인 웹툰의 범주를 벗어나도 여전히 훌륭한 캐릭터와 스토리 구성능력까지. '집주인 딸내미'를 읽고 난 뒤와 비슷한 감상이군요. 19금 웹툰으로는 이 작품이 집주인 딸내미보다 덜 진지하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만큼 진입장벽이 낮고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활화산이라는 작가 이름을 보고 작품을 골라도 크게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그런 작품입니다.

[박성원]
자연주의
웹툰가이드 리뷰필진
장르를 거의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웹툰을 봅니다
백합을 특히 좋아한다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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