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놀라운 몰입감
박성원   ( 2018-09-14 09:30:02 )
2018-09-14 09: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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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윤종우는 시골에서 상경한 25세의 청년으로, 서울에 회사를 차린 선배의 제안을 받아 인턴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종우의 집안 사정은 넉넉하지 못한 편이라 주변에서 가장 저렴한 고시텔에서 머무르게 되는데, 이 고시텔이란 건물이 낡고 지저분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입주민들의 면면이 썩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처음에 종우는 그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받은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은 심화되고 비교적 정상인에 가까웠던 종우 역시 고시원 어벤져스의 영향을 받아 점점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정확한 실체는 알 수 없어도 종우의 육감은 위험 신호를 보냅니다. 



'타인은 지옥이다'가 네이버에서 순위권의 인기 작품이라는 사실은 꽤 놀랍습니다. 일단 그림체부터가 상당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나 싶을 정도거든요. 필자도 과거에 1화의 작화와 제목을 통해 인간관계의 불신에 대해 다룬 작품이라고 지레짐작한 다음 선뜻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50화가 넘는 분량이 쌓인 시점에서 정주행한 결과 작화는 이 웹툰의 가장 큰 장점이고, 지금까지 감상했던 웹툰들 중 손꼽히는 몰입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지방에서 홀몸으로 올라온 종우가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겪게 되는 갈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종우를 둘러싼 인간관계란 (모든 문제의 어머니자 원인인)고시텔 사람들, 선배와 회사의 상사들, 그리고 지방에 떨어져 있는 가족과 여자친구 등입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 관계가 하나같이 종우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회사나 이웃들 또한 열악한 종우의 가정 환경에 맞물려 선택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관계로 다가옵니다.



갈등은 비록 고시텔의 이상한 - 종우 입장에서 - 입주민들에게서 시작됐지만 점차 종우의 인간관계 전반으로 확장됩니다. 심지어는 종우 본인조차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점차 이상해지죠. 이 과정은 매주 최신 화를 따라갔던 독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디테일하고 집요하게 그려집니다. 처음에는 당황하다, 분노하고, 후회하고, 어떻게든 상황을 잘 이겨내 보려다가, 본인을 의심하기도 하고, 결국은 다시 타인에게 분노하는. 독자들은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타인들과의 지옥' 속으로 종우와 함께 빨려 들어갑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몰입감이죠.


고시텔 사람들이 정말로 기분 나쁜 인상과 행동 이상의 비밀을 품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종우의 예민함과 열악한 환경에서 비롯된 착각인지는 초중반에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습니다. 반대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떡밥을 의도적으로 살포하며 독자의 혼란과 흥미를 키우죠. 물론 이야기의 결말을 위해서는 이 떡밥을 정리할 필요가 있고, 50회가 넘어간 시점에서는 거의 확실하게 드러납니다만 사실 이 부분은 작품의 본질적인 주제 의식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 2018 / 09 / 14

[박성원]
자연주의
웹툰가이드 리뷰필진
장르를 거의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웹툰을 봅니다
백합을 특히 좋아한다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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