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연인, 만인의 것에서 벗어나
박성원   ( 2018-07-18 10:24:07 )
2018-07-18 10: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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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리뷰]만인의 연인 - studio. 피리 모찌

'만인의 연인'이라는 웹툰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작화가 제일 먼저 독자들을 맞이합니다. 특히 인물 묘사가 그러한데요. 호불호가 갈릴 법한 느낌에 얼굴은 분명히 도장 찍기의 한계가 엿보입니다. 그렇지만 한두 편을 보고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작품을 놓아버리면 분명 큰 손해입니다. 작화쯤이야 금방 익숙해질 뿐더러 그 이상의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수작이기 때문이죠.


주인공 '양민아'는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을 타고난, 주변인들의 평을 빌리자면 '편하게 사는 인생'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큰 기업 오너가문의 딸이며 외모도 수려하고 일신의 능력도 좋은 편입니다. 물질적으로 우월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사내에서 모두가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착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죠.


[웹툰 리뷰]만인의 연인 - studio. 피리 모찌

물론 세간의 평가는 어디까지나 착각일 따름입니다. 그렇게 완벽한 인물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적합하지 못하죠. 민아를 둘러싼 아픔을 글로 길게 설명하고 싶지는 않아요. 리뷰어가 설명한 내용으로 보면 엄청나게 진부하게 느껴질 게 뻔하거든요.


분명 설정 자체는 크게 특이하지 않지만 판타지나 무협도 아니고 21세기 한국인이 품고 있을 아픈 과거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에 중요한 건 그 아픔을 독자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에 달려있겠죠.


'만인의 연인'은 이 포인트를 굉장히 잘 살려냈습니다. 민아가 작품 속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간접적인 경험에 지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숨이 턱 막혀옵니다. 독자로서 더욱 답답하고 - 달리 말하면 서사 매체로서 훌륭한 점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며, 그저 참아만 내고 있는 주인공을 욕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민아를 괴롭히는 모든 요소들은 현재진행형에 누구도 쉽사리 빠져나갈 수 없는 지독한 함정입니다.


단지 그뿐만이 아니에요. 모든 갈등이 주인공 민아의 갈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양갓집 규수에 책임감이 넘치는 사원이지만 그녀는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만족을 위해 스스로 벗은 몸을 찍어 SNS 따위에 올려왔고, 이 사실이 회사의 누군가에게 들키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때부터 주인공 민아에게는 양의 탈을 뒤집어 쓴 늑대 같은 약혼자, 그녀를 상품 따위로 멸시하는 (가짜)가족, 결코 아군이라고는 할 수 없는 회사의 동료들 등이 적이 되어 들이닥칩니다. 사회적 위신과 자아(子我)를 위협하는 무서운 적들이죠.


[웹툰 리뷰]만인의 연인 - studio. 피리 모찌

'만인의 연인'의 장르는 크게 3가지라고 볼 수 있어요. 하나는 역시 성인물, 스릴러,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장입니다. 이 세 가지 장르는 놀라울 정도로 조화를 잘 이루고 있고 어느 한부분을 소홀히 하지도 않습니다. 


작화는 조금만 눈에 익으면 충분히 좋은 편이고, 19금씬이 적지도 않아요. 오히려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으면서도 무척이나 자극적이죠. 스릴러로 말할 것 같으면 가장 무서운 공포와 위협은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오래된 문장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성장은요? 앞서 언급한 이 모든 위기와 아픔을 극복했을 때, 주인공은 당연히 성장해 있을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박성원]
자연주의
웹툰가이드 리뷰필진
장르를 거의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웹툰을 봅니다
백합을 특히 좋아한다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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