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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리뷰] 천사의 섬 - 천사(1004)와 함께 무인도에서

누자비어스  |  2016-06-11 20:40:29
 | 2016-06-11 20: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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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무인도는 창작자들에게 매력적인 소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외부 사회로부터 격리된 폐쇄적인 공간은 그 자체로 고유의 특성을 지니며, 작가의 편의에 따라 무인도에 투입될 수 있는 인물은 자유롭고, 널리 허용되는 초자연적 소재를 활용하면 주제의식을 표현하고 재미를 줄 수 있는 독특한 환경이 완성되기 때문일 것이다.

 

‘천사의 섬’ 또한 무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웹툰이다. 무인도 라는 소재를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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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윤규복’은 서울에 거주하던 남성으로,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인도에서 1년 넘게 살아가고 있다. 보통 이런 만화에서는 무인도에 조난된 계기가 나올 법한데, 그냥 생략됐다. 썩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여겨지는 것은, 사실 규복이 무인도에 갇히게 된 이유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1년 가까이 사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섬에서 치열한 서바이벌을 찍고 있는 규복은 자연스레 정(精)에 목말라 있다. 되지도 않는 낚시에 시간을 낭비하며, 결국엔 이상한 과일을 먹거나 돌고래가 남겨준 생선을 익히지도 않고 씹어 먹기 일쑤다. 암담한 규복의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줄리엘’이 무인도에 오면서부터다.

 

줄리엘은 천사로, 여기서 천사는 말 그대로 하늘 위에 세계에서 일하고 있는 그런 초자연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하급의 관리직(?)에 불과한지라, 특별히 대단한 능력 같은 건 없다. 다만 육신에 구애를 받지는 않는 듯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고, 여러 생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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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엘의 능력으로 규복은 막연히 짐작만 하던 무인도의 동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데, 바다에는 들어가지 않는 늙은 거북이 ‘투르트’와 규복에게 먹다 남은 생선을 주던 돌고래 ‘돌핀’이 바로 그들이다.

투르트는 나이가 많은 돌고래로, 복잡한 아픈 과거 때문에 거북이 주제에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몹시 두려워하며, 나이 많은 사람들이 가끔 그렇듯 규복이나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규복에게는 나름대로 의지가 되는 존재인 것 같다.

‘돌핀’은 이름처럼 돌고래이며, 말이 통하기 전에는 규복이 ‘나를 보면 언제나 반갑게 노래를 부르며 인사하는 귀여운 녀석’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가난한 규복을 비웃던 촐싹스러운 성격으로, 나중에 밝혀지는 내용을 보면 돌고래들 사이에서는 왕따 비슷한 위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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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는 우연히 줍게 된 알(Egg, 卵)로 태어나지도 않은 주제에 통통 튀어 다니며 움직임이 자유롭고 심지어는 의사소통까지 한다! 여자를 상당히 밝히는지 규복이 데리고 왔지만 줄리엘만을 따른다.

‘이반’은 갑자기 나타난 백인 남성인데, 오컬트 매니아로 유체이탈(!)을 할 줄 안다. 혼령 상태로 무인도에 오게 되는데 규복은 그에게 구조를 요청하지만 물리력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고, 섬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중후반까지만 해도 ‘천사의 섬’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다. 고리타 작가 특유의 개그 센스는 주목할 법한데, 앞서 소개한 괴이한 인물들만 봐도 알 수 있듯 이들이 한 섬에 모여서 복작거리는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가 따로 없다. 필자가 감상한 작가의 다른 작품인 ‘비행접시’와 비교하면 언어유희보다는 상황과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개그의 비중이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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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들어서 개그에서 진지한 내용으로 - 무인도 탈출 - 넘어가는 과정이 아주 매끄러운 것은 작가의 역량을 짐작케 한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 속에 각종 개드립과 말장난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자연스럽게 복선을 깔고 깔끔하게 스토리를 완성시킨다.

여담이지만 만화가 가정과 가정의 변화를 비유한다는 해석은, 물론 가장 보편적이고 설득력 있지만, 무인도 라는 공간적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한 듯하여 다소 아쉬운 결과가 아닌가 싶다.

 

 

 

 

누자비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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