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시선, <환생동물학교>
by 조청
2018-04-27 17: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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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환생동물학교>는 엘렌 심 작가가 <고양이 낸시>에 이어 다시 한 번 동물들의 이야기를 펼치는 작품입니다. SNS에서 호응을 얻어 출간된 <고양이 낸시>는 출간된 지 2주 만에 2만부 판매를 기록했죠. 사실 반려동물에 대한 이토록 폭발적인 반응은 놀랍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책으로 출간되기 전부터 SNS를 통해 고양이 낸시를 봤기 때문에 더더욱.

엘렌 심 작가의 장점은 상냥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동물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것을 통해 보편적인 가치를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쥐와 고양이의 공생기를 그린 <고양이 낸시>에 이어 <환생동물학교>에서도, 엘렌 심 작가는 '다름'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간략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동물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동물로서의 습성을 버리고 인간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환생동물학교가 배경입니다. 꼬리가 없어지면 인간으로 환생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입니다. 만약 동물일 때의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채 환생하게 되면 인간 세계에서는 '늑대소녀'가 되는 거죠.

그중에서도 AH-27반 동물과 인간 선생님이 이 작품의 주인공들입니다. AH-27반의 구성원은 이래요. 시바견 아키, 고양이 머루, 셰퍼드 맷, 샴고양이 쯔양, 하이에나 비스콧, 리트리버 블랭키, 고슴도치 카마라. 종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특성도 다른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나아가는 일상을 그린 작품이 <환생동물학교>입니다. 마음 약하고 이 친구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뭘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간 선생님도 빼놓을 수 없고요. 




엘렌 심 작가의 작품들이 반려동물을 그린 작품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이유는 아름다운 이야기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아프고 슬픈 이야기도 보여주되, 상처를 이해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상냥한 시선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사랑 받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환생동물학교>는 AH-27반의 일상과 동물들의 과거를 교차하여 보여주는데, 그 과거는 대개 슬픕니다. 비스콧은 불편한 입마개를 잘 때를 제외하곤 빼지 않습니다. 입마개가 주인의 사랑의 증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무심한 듯 보이지만 늘 친구들을 살피는 카마라는 학교에서 보관하고 있는 비스콧에 관한 기록을 몰래 보고 입마개의 진실을 알게 되죠. 비스콧은 주인을 덫에 빠진 자기를 살려준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일부러 덫에 빠트린 후 구해줘서 자신에게 충성하도록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후 카마라는 비스콧이 상처 받을까 봐 진실은 말하지 않는 대신 입마개를 숨깁니다. 비스콧은 입마개가 사라졌다는 걸 알곤 난리가 나죠. 입마개는 비스콧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입마개가 없으면 아무도 자길 사랑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실을 밝힐 수도, 입마개를 없앨 수도 없는 카마라는 대신 비스콧이 입마개를 싫어하도록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점점 이런 행동이 비스콧을 속인 주인의 행동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환생동물학교>는 동물의 시선에서 본 인간들의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냥 애정으로 인간을 대하는 동물들을 보고 있자면 우스갯소리처럼 '인간을 대할 때와 개를 대할 때 달라진다'는 강형욱 조련사가 떠올라요. 말하자면, 동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도 돋보이지만, 그 결과로 각자의 다름을 이야기하고 포용하며 같이 사는 법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고양이 낸시>에 대한 반응이 당연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주 만에 2만부 판매라는 증거는 반려동물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만이 아니라, 엘렌 심 작가가 보여주는 섬세하고 상냥한 세계가 가진 힘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요.







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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