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남자>, 기술적으로 훌륭한
박성원   ( 2018-02-28 09:20:07 )
2018-02-28 09: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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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리뷰]몸에 좋은 남자 - 이원식 박형준


'몸에 좋은 남자'는 한국 성인 웹툰사(史)에서 상당히 기념비적인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워낙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고, 레진코믹스 초창기(14년도)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입소문을 타고 독자들을 불러모았으며,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엄청난 분량과 3년에 가까운 긴 연재기간 끝에 완결을 봤다는 점도 그래요. 이런 엄청난 웹툰을 평범하게 리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별로 재미도 없을 테고.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몸에 좋은 남자'가 취하고 있는 기술적·구성적인 훌륭함에 대해서 논할 생각입니다. 알기 쉽게 한 줄로 표현하면 '이 만화는 어떻게 큰 인기를 끌었나?'


제일 먼저 작화 퀄리티는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겠죠.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도 그렇지만 레진 초창기에는 더더욱 눈에 띄는 작화였을 겁니다. 저는 그림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운지라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잘 모르겠는 분들은 그냥 직접 가서 눈으로 훑어보시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거예요.


'몸에 좋은 남자'의 구성은 아주 단단합니다. 성인 웹툰을 장편으로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갈 수 있는 교과서적인 답변이에요. 이 답안지는 크게 3가지 비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섹스를 하기 위한 그럴듯한 명분 2)그 명분과 연관되어 있는 메인 스토리 3)메인-서브 히로인의 적절한 배분. 하나하나 간단하게 살펴보지요.


[웹툰 리뷰]몸에 좋은 남자 - 이원식 박형준


1번은 제목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몸에 좋은 남자' 주인공 호상은 그냥저냥 평범한 한국의 청년이었는데,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일종의 초능력을 얻게 됩니다. 그와 접촉하면 남녀를 가리지 않고 기분이 매우 좋아지며, 더 나아가 강렬한 성적 충동을 느끼게 되는 그런 능력입니다. 호상은 자신의 능력을 거의 통제할 수 없고 따라서 본인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의 주변으로는 여자들이 엄청나게 꼬이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크게 특별할 게 없는 설정이지요. 굳이 이 설정의 장점이나 영리함을 꼽자면 쓸데없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현실성이나 객관성 따위는 장르적 허용을 빌려 과감히 뭉개버렸고, 대책없는 하렘에 대한 독자들의 거부감을 약간이나마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정도입니다.


보다 중요한 부분은 2번부터입니다. 이 웹툰은 나름의 스토리 라인이 있어요. 물론 목적은 누구나 다 알다시피 그렇고 그런 원초적인 본능의 충족에 크게 기울어져 있지만 최소한의 줄거리는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줄거리는 1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떡치는 남자 주인공이 한없이 웹툰의 내용을 질질 끄는 대신 이야기의 목적성과 (섹스 외에)최소한의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 사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 웹툰의 회차가 쌓일수록 호상에게는 제법 심각한 위기가 닥쳐오며 이를 극복하고 해피 엔딩으로 골인하는 단순명쾌한 서사 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지요.


3번은 2번만큼이나 중요한데, 호상의 하렘은 분명 엄청나게 확장합니다만 그가 좋아하는, 그리고 독자들이 특히 기대할 만한 메인 히로인 또한 확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곁가지로 이런저런 여자들과 엮이는 호상이지만 어디까지나 서비스 차원이지요.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이 메인 히로인이 다른 서브 히로인들에게 비해 독자들에게 더 큰 매력을 어필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여주인공의 개성 차원에서도 그렇고 남주인공과 가까워지는 계기나 과정 같은 이야기의 측면에서도 모두 성공했습니다. 덕분에 독자들은 여느 서브 히로인들과는 달리 약간이지만 애를 태우는 메인 히로인과의 관계를 기대하며 보다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웹툰 리뷰]몸에 좋은 남자 - 이원식 박형준


사실 1~3번까지의 구성 요소는 '몸에 좋은 남자' 고유의 장점이라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사를 가미한 성인 매체의 모범적인 포지션이기도 해요. 글로 적어놓고 보면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지만 이야기와 서비스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죠. 구조가 어쨌든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작화가 뒷받침 돼야하는 것도 당연하고요. 이 어려운 과제들을 훌륭히 수행함으로써 '몸에 좋은 남자'는 히트작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박성원]
자연주의
웹툰가이드 리뷰필진
장르를 거의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웹툰을 봅니다
백합을 특히 좋아한다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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