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은 여자>, 기분 좋게 따라오시면
by 자연주의
2018-02-19 1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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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질 좋은 여자'에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겨 있죠. 별개로 상당히 노골적인 제목이라는 것도 분명한데, 전혀 의외의 소재를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성인 만화로서 본분을 소홀히 하지도 않았고요.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 '심이설'은 청소년기에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왔지만, 친오빠가 불행한 사고를 당하고 자살하면서 가정이 불화를 맞자, 또래들보다 일찍이 집을 나와 독립합니다. 어린 나이에 독립을 하고, 페이가 좋은 일을 찾다보니, 타고난 몸매와 외모가 엮이며 화류계에 빠져들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친오빠의 친구를 손님으로 맞게 되는데, 이 때 몸을 파는 일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오빠 친구의 권유에 따라 기존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됩니다. 이 새로운 직업이란 쉽게 말하면 '성봉사'에요.


[웹툰 리뷰]질 좋은 여자 - Viagra Beck ho-an


전혀 맥락이 없는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먼저 이설의 삶에 큰 상흔을 남긴 친오빠는 사고 이후 불구가 되어 여자친구에게도 버림받고 폐인처럼 지내다 자살했지요. 오빠가 죽은 이후 이설은 그의 일기장을 발견하는데, 여기서 죽은 오빠가 남긴 강렬한 성적 욕구를 확인하게 됩니다. 단순히 돈을 받고 성을 파는 것이 아닌 뭔가 '바람직한 일'을 권유받은 그녀는,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 죽음을 목전에 둔 병자들,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신의 육체를 활용하여 하룻밤의 꿈과 같은 황홀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몸으로 하는 봉사에서 이설은 나름의 보람을 느끼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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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또 하나의 축은 '김일우'라는 남자입니다. 일우는 소위 말하는 재벌 2세인데 특이한 괴짜에요. 그는 배우자로서 자신이 정한 조건에 맞는 여자를 애타게 찾고 있는데, 이 조건이란 일우가 가진 돈과 물질, 배경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그를 진정으로 사랑해 줄 수 있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정신적·인격적으로 크게 성숙한 그런 여성입니다. 일우가 지닌 배경을 감안하면 굳이 배우자가 될 여자가 아니더라도 이런 사람을 사귀는 것 자체가 쉽지 않겠죠.


진정한 배우자감을 찾기 위해 일우는 기행을 일삼습니다. 일부러 허름한 옷에 낡은 자옹차를 타고 여자들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기도 하고, 가게 주인과 짜고서는 맞선으로 만난 여자의 인성을 시험하는 일종의 테스트를 계획하기도 해요. 과연 그가 원하는 배우자를 찾는데 적합한 방법론인지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겠습니다만 하여튼 그런 재밌는 인물입니다.


본격적인 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듯 심이설과 김일우가 우연한 계기로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리뷰를 쓰는 시점에서 웹툰은 '기-승-전-결'에서 '기'가 막 끝나가는 시점이라, 다시 말해 이설과 일우는 서로의 눈에 띄는 수준에 그치는지라 감상글에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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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질 좋은 여자'를 크게 망설이지 않고 추천할 수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쓰는 리뷰로서는 다소 이례적일 수 있지만 먼저 작화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요. 사실 이 작가는 완결작이 하나 있습니다. '15소녀 표류기'라는 작품인데 전작과 비교하면 - 어쩌면 제가 전작을 초중반만 보고 지나가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 일취월장했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닐 것 같아요.


굳이 전작과의 비교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객관적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는, 동시에 개성이 묻어나는 작화입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싶었는데, 작가의 전작을 확인하니 아니나 다를까. 특히 인물 표현에 방점을 찍고 싶은데 특유의 개성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잘 살아있으면서 어색함은 확 줄인 훌륭한 성장의 결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성인 만화로서 본연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재밌는 시도 내지는 주제를 담으려고 했다는 점인데요. 아직까지는 '재밌는 시도' 정도로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아낼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그 가능성이 무엇인지는 경험 많은 독자라면 위에서 소개한 두 핵심 인물에 대한 내용만으로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겠죠.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성인 만화로서의 본분도 빼먹지 않습니다. 소재부터가 그렇고 그런 장면이 난무할 수밖에 없거니와 행위 묘사도 훌륭한 편이에요. 씬에서 가장 열일하는 심이설이라는 주인공부터가 천편일률적인 19금 만화의 여주인공들과는 궤를 달리 하는,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인 덕분에 독자들에게 더욱 큰 재미와 흥분을 일으킵니다. 내공이 풍부한 독자들이라고 해도 한동안은 같이 따라가도 큰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적어도 저는 매주 목요일 이 만화를 챙겨볼 생각입니다.

자연주의
웹툰가이드 리뷰필진
장르를 거의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웹툰을 봅니다
백합을 특히 좋아한다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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