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원작 영화 리뷰] 정의롭지 못한 당신 - 신과 함께
by 므르므즈
2017-12-26 09: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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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호민 작가의 네이버 웹툰 연재작 [신과 함께 - 저승편]는 평범한 회사원 김자홍이 변호사 진기한과 함께 49일 동안 환생을 위해 지옥의 재판을 거치는 내용을 다뤘다. 옛 설화와 문헌에서 일컫는 지옥에 대한 만화적이면서도 세세한 묘사와 현대인에게 공감을 사기 쉬운 40대 직장인 남자 주인공을 토대로 작품은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일본 잡지 만화, 게임, 뮤지컬 등등으로 다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은 2017년 12월, 영화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신과 함께 : 죄와 벌]의 김용화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미스터 고] 등을 연출한 가족 신파 전문 감독이다. 평범한 가장이자 삶에 무게에 짓눌린 소시민이 저승에서 자신의 삶을 보상받는 [신과 함께 - 저승편]에 잘 어울리는 감독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웹툰 원작의 영화화는 여전히 갈길이 먼 것인지 작품의 내용은 그 CG와 규모에 비해 다소 아쉬웠다.


영화에서 김자홍으로 분한 차태현

 

  원작의 주인공 김자홍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이 '평범한 회사원'은 우리 옆집 사람일수도 있으며 우리네 아버지일수도 있으며 우리가 될수도 있는 인물이다. 김자홍은 한국 남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빼다박았다. 주호민 작가는 공감하기 쉬운 평범한 인물상을 통해 우리가 지옥에 갔을 때 어떤 벌을 받을 지 고민하고, 주인공의 위기감에 자신을 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에 김자홍은 독자들과 위로를 주고 받는 훌륭한 소시민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 이런 관객에게 공감을 주는 소시민보단, 남의 아이를 구하고 대신 목숨을 잃은 소방관 '김자홍'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 캐릭터는 밤낮이 없도록 일만 하여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하고, 죽은 소방관 유족들에게 무려 48장의 편지를 써서 위로를 해주는 인물이다. 어떤 악행을 할 기미가 보인다면 작품은 전면에 나서서 이 주인공이 나쁜 의도로 그럴리 없다고 부정한다. 평범한 소시민 '김자홍'이 독자들의 공감과 위로를 사는 인물이라면, 영화 속 '김자홍'은 소방관 설정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불쌍하고 처절한 인물상을 제시한다. 관객에게 공감보다는 눈물과 동정, 그리고 존경을 요구하는 인물인 셈이다. 작 중에서도 이런 김자홍의 선행을 노골적으로 치하하는 대사가 튀어나온다.


  거짓을 심판하는 발설지옥에 들어서서 죽은 동료 소방관의 자식들에게 거짓으로 편지를 써줬음이 드러나자. 강림 도령은 이 행동이 선의에 의한 것이었으며 이런 위로를 통해 유족들은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주장한다. 판관들에게 대왕은 이러한 선의의 거짓말 사례가 누가 있냐 묻고, 판관들은 느닷없이 이순신을 언급한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라고 이순신이 한 사례가 있습니다!"


  관객은 영화가 제시하는 흐름을 따라갈 필요가 있다. 영화는 명백하게 김자홍이란 인물에 대해 눈물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요구가 너무나 노골적이고 적나라해서 관객은 영화가 눈물을 요구한다는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며, 정작 슬픔에 잠길 시간은 가지지 못한다.






  영화 속의 지옥은 살벌하고 지엄하다. 특히나 첫 재판을 장식하는 두 지옥. 살인과 나태를 담당하는 지옥의 압도적인 연출은 독자를 질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지옥의 살풍경한 모습만큼 그 판결 또한 지엄했는 지엔 여러모로 의문이 남는다. [신과 함께]의 차사들과 대왕들이 권위있는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판결이 합리적이고 어디까지나 원칙을 준수했기 때문이었다. 원작에서 살해당한 유성연 병장의 귀신을 다시 저승으로 무사히 데려갈 수 있었던 건 만화에선 '원귀는 무조건 소멸시켜야 한다'라는 규칙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화판에서 들어선 이 규칙은 작품 속 차사를 동정과 연민에 불합리하게 휘둘리는 존재로 연출하게 만들었다. 재판정에서까지 어쩔 수 없는 사연을 운운하며 감성에 의존하는 차사들의 모습은, 과연 지엄한 저승 재판의 권위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의아하게 만든다. 이러한 설정이 차사와 판관들을 인간적으로 만들었을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감성적인 심판이 가진 무게감이 관객들을 짓누를 수 있었는가를 묻는다면, 아니었다.


  영화의 각색 방향이 다소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지지 않았나 싶다. 원작이 소시민의 삶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중점으로 지옥 여정을 그려나갔다면, 영화는 '김자홍' 이라는 극도로 선하고 비극적인 인물의 생애를 중점으로 다루며 관객의 눈물을 유도한다. 이 과도한 신파극은 압도적인 지옥의 정경과도, 화려한 액션과도 어우러지지 못했다. 적어도 나는. 이 김자홍이란 인물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므르므즈
웹툰작가 지망생. 글 좀 쓰는 편이다.
자신만의 뚜렷한 관점으로 웹툰을 평가해주는 개성만점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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