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리뷰
혐오를 혐오하는 이야기 <면사포를 쓰고픈 남자>
by 끼아
2017-12-19 15:37:17


어릴 적, 누군가 버리고 간 것 같은 장난감 면사포를 가져와 써 본 남자아이, 홍사랑.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이 너무 예쁘고 반짝여 자신도 모르게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아직도 생생하게 빛나는 그때의 기억. 스트 작가의 코미코 수요 웹툰 [면사포를 쓰고픈 남자]를 만나보자.


홍사랑은 올해로 16살인 중학생. 취미는 귀여운 인형 모으기, 특기는 손재주를 발휘해서 무언가를 만들기다. 귀엽고 예쁜 것을 너무 좋아하며, 그런 자신을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소녀, 여학생의 이미지가 그려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주인공 사랑은 '남자'이다. 그것도 현재 189.9cm의 키를 자랑하는 건장한 남학생.



▲ 주인공 사랑.


신상 립스틱 쇼핑하기,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러 인기 많은 제과점 찾아가기, 귀여운 셀카 찍기 등 사랑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홍색, 귀엽고 예쁜 것을 취향이 비슷한 여자아이들과 나누고 어울리며 즐거운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면 그를 반기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 천사, 귀여운 인형들로 가득한 분홍색 침대. 사랑의 삶은 말 그대로 행복하다.



▲ 행복한 삶을 보내는 사랑.


하지만, 이렇게 눈에 띄는 사랑을 싫어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기 마련. 학교 남자아이들은 사랑을 '곰 같이 생긴 게 계집애처럼 행동한다'며 비난한다. 말이 나올 땐 자기 나름대로 '썸'(이라고 쓰고 관심 없는 여자애에게 억지로 들이대는 짓)을 타느라 관심이 없던 차건오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아이 은혜에게 차이고, 그녀가 사랑과 있는 모습을 보자 '여자애들 어떻게 해보려고 일부러 여자아이들이랑만 친하게 지낸다'는 헛소문을 기억해낸다.


사랑을 밟든 뭐든 죽여버리겠다고 결심한 건오는 사랑에게 찾아가고, 힘으로 되지 않으면 사랑의 취향을 비난하고 헐뜯기로 마음먹는다. '계집애처럼 분홍색으로 떡칠한다, 남자라는 새끼가... 게이 같은 거냐, 토 나온다.' 그 말을 들은 사랑은, 자신이 분홍색을 좋아하든 뭐든 피해주는 게 없는데 왜 그러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사랑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반 남자아이들의 비웃음과 비난들.



▲ 사랑을 비난하는 남자아이들.


사랑은 이 사건 이후로 자신이 이상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고, 결국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을 전부 포기한 채, 사람들이 자신에게 원하는 '남자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길 결심한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된 사랑은,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에 병아리를 밟아 죽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병아리를 죽인 날에는 우느라 잠을 못 자기도 하고,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항상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기억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뚱뚱한 사람이 왜 놀림감이 되는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여자를 때리고 욕하는 시늉이 재미있다고?' 면사포를 쓴 남자는 주인공 홍사랑이 겪는 일들로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드러낸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 자신이 원하는 기준에 조금만 부적합하다 싶으면 당연하다시피 헐뜯기 시작하는 기이한 사회. 그런 사회의 피해자인 사랑은 자신을 돕는 사람들에게 힘입어 다시 좋아하는 것들을 되찾을 수 있을까? 우리 또한 어느새 사랑을 응원하고 있게 될 것이다. 차별과 혐오를 주제로 한 웹툰 중에서도 수작. 한 번쯤은 꼭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끼아
평범한 웹툰 좋아하는 소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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