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오늘의 우리 만화 연작 리뷰 -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by 므르므즈
2017-11-08 10:09:13
초기화

  




  스포츠 장르에서 주인공의 목표란 우승이며, 주인공 앞을 가로막는 것은 아찔한 한판 승부와 자신의 한계다. 매 순간 순간이 그 스포츠 바닥에서의 도전이 되고, 짜릿한 경험이 된다. 독자는 이런 주인공의 시련과 고생 끝에 얻는 승리의 쾌감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전달받는다. 스포츠 장르를 열혈(熱血)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러한 대리 만족에 있다. 진지하게 무도를 다루는 사람들은 로망이자, 존경의 대상이었으니.



  그런 투계들과 같이 거친 색채가 넘치는 스포츠 장르에서, 고고한 자태로 서있는 한 작품을 들자면 여기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들 수 있겠다. 미국에 있는 이 화랑관에 찾아간 주인공 앞엔 강력한 도전자도, 가혹한 시련도 없다. 친절한 관장님과 툴툴대면서도 자기 할 일을 다하는 평범한 사람들만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은 스포츠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일상이란 또다른 대리 만족에 줄을 댄 작품이다.



              



  주인공 이가야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던 도중 향수병에 걸려 무단 휴직하고 거리를 떠돌아다닌다. 그러던 중 발견한 태권도장에 우연히 입부하게 되고, 다시 활기를 되찾게 된다. 작품의 시작은 보통 이 후 줄거리의 분위기를 암시한다. 처음이 그렇듯 이 작품의 드라마는 태권도를 하며 얻어내는 소소한 성취감과 주변인들의 삶으로 이뤄진다. 태권도 단증이 하나 올라가면 기뻐하고 새롭게 입부하여 자기만의 목표를 찾는 사람들. 작품의 서사는 이만큼 소소하다.



  소소하다는 것은 자극적이지 않단 뜻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취미생활을 즐기며 원만하게 살아가는 삶, 그 자체를 작품은 완벽하게 그려냈다. 인물들은 정말 살아있는 게 아닐까 싶을만큼 생생한 목표와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드라마도 소소하면서도 실감나는 전개를 꿋꿋히 지켜냈다.  이런 소소한 일들이 합쳐지면서, 작품은 가야라는 한 인물의 일상을 엿보는 리얼 드라마로 변모하게 된다. 어떻게 파토날지 걱정할 필요도 없는 소소한 드라마가 눈 앞에서 펼쳐지는 셈이다.  



  그렇게 독자에겐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 된다. 가야라는 인물과 그 주변 사람들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작품은 부족한 자극을 독자 스스로의 애정으로 대체하게 했다. 그저 캐릭터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좋은 마음으로 작품을 볼 때 우리는 그 작품을 치유물, 혹은 치유계열 장르라고 부른다.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은 독자를 치유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서사 능력은 소소한 사건으로 캐릭터를 드러낼만큼 매력적이다. 



  작품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작품의 서사는 캐릭터들의 행복만을 향하지 않는다. 독자들에게도 그 화살을 쏘아낸다. 작가 이외수는 시로 노래했다.


가슴이 있는 자

부디 그 가슴에

빗장을 채우지 말라


살아있을 때, 모름지기

연약한 풀꽃 하나라도

못 견디게 사랑하고 볼 일이다.


한세상 산다는 것 - 이외수 作 中

 

  그래 그렇게 사랑하고 볼일이다. 작품의 사랑은 그렇게 넘쳐 흘러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가 할일은 빗장을 여는 것 뿐이다.




므르므즈
웹툰작가 지망생. 글 좀 쓰는 편이다.
자신만의 뚜렷한 관점으로 웹툰을 평가해주는 개성만점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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