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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리뷰] 완벽하지 못했던 - 완벽한 허니문 [스포일러 주의]

므르므즈  |  2017-09-19 12:05:51
 | 2017-09-19 12: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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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 리뷰]완벽한 허니문 - 옛사람 화류동풍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로드 무비에서 흔히 붙이는 미사여구 중 하나다. 목적지 없이 이리저리 떠돌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얽히며 그곳에서 우연히도 자신이 찾는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것은 로드 무비의 주된 줄기 중 하나기도 하다. 여행을 떠나 내가 원하는 삶을 만끽하고, 내가 잃어버렸던 가치를 되찾는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다분하면서도 로드 무비 속 체험담은 현실에 기반한다.  우연히 만난 아저씨와 캠프 파이어를 하고, 히치하이킹을 하던 도중 만난 이들과 즐겁게 수다를 떤다. 로드 무비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로드 무비만이 허용하는 특유의 '우연'이 낭만과 로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런 로망과 낭만이 구성되기 위해서, 로드 무비는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주인공은 어째서 여행을 떠났는가? 로드 무비들의 첫걸음을 바라보면, 항상 저 질문에 만족스러운 대답을 던져주곤 했다. 셰릴 스트레이트 작가의 수필 [WILD]에선 마약 중독에 남편과도 이혼하여 남은게 하나도 없던 작가가, 지난 날의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 4,285 KM의 도보여행 코스에 도전하기로 한다. 작가는 여행의 준비과정부터 과도한 짐을 들어 옮기면서 겪은 생고생들을 낱낱히 묘사하며 독자를 고행길에 같이 올려 보낸다. 누구도 겪지 못했을 생소한 체험담을 가진 작가는 자신의 여행담에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여행의 첫부분부터 세심하게 독자를 안내한다. 이 과정에서 셰릴 스트레이트란 사람이 어떤 인물이고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얼마나 긴장되는 장소인지 독자는 알 수 있게 된다.


         [웹툰 리뷰]완벽한 허니문 - 옛사람 화류동풍



  하지만 [완벽한 허니문]의 경우, 이 첫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한 축에 드는 작품이다. 첫문장부터  작품은 남자친구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묘사한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부모의 개입 없이 홀로 사업을 차린 대단한 남자.' 이 캐릭터 묘사는 뒤이어 묘사될 자기 중심적이고 솔직하지 못한 남자란 캐릭터를 구성하게 될 배경 지식이 된다. 이 배경 지식을 통해 작품은 신혼 첫 날 남자와 여자가 어째서 헤어졌는 지를 설명해야 하건만 이게 웬걸. 작품 속 남자와 여자가 어그러지는 동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느 금발 여자다.


            [웹툰 리뷰]완벽한 허니문 - 옛사람 화류동풍


  1화의 절반을 바쳐서 순종적인 여자 주인공과, 자기 중심적이고 솔직하지 못한 남자 주인공을 내비쳤으면서 작품은 첫 갈등부터 독자에게 아직 설명하지 못한 캐릭터와의 충돌로 갈등을 전개한다. 독자에게 어떠한 설명도 내비치지 않는 이 캐릭터는 첫단추 뿐만 아니라 작품 내내 그저 남자 주인공 옆에서 작위적인 감정적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로만 남는다. 이 캐릭터가 유발하는 모든 행동의 동기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작가가 금발 여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게 아닌가 싶을 만큼 이 캐릭터는 제멋대로에, 남자 주인공을 좋아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이유도, 제멋대로 행동하는 이유도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캐릭터의 과거를 보자면 가장 싫어해야 될 타입이 남자 주인공이 아닌가 싶은데, 작 중 단편적으로 묘사되는 이 금발 여자의 과거는 외롭고 어두침침하며 이 시절부터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에게 애정을 준 적이 없다. 마지막엔 제정신을 차리고 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듯 하지만, 애초에 이 캐릭터가 옛날에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 지 알 수 없으니 공감도 해줄 수 없다.


                 [웹툰 리뷰]완벽한 허니문 - 옛사람 화류동풍


  작품을 보는 내내 이 금발 여자가 거슬렸다. 전개를 편하게 만들기 위해 남자 주인공에게 달아놓은 액세서리가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의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두는 작품 치곤 참으로 너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두 사람이 열심히 사랑을 확인하는 동안, 혼자서 멀찍히서 걷돌다가 될대로 되라며 사라져 버리는 형세니.



  작품은 아름답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흥미로웠고, 묘사된 정경은 낭만적이었다. 하지만 여행하고 싶은 만큼의 리얼함은 없었고, 사람들과의 만남은 너무나도 순탄했다. 특히 여자주인공 파트는 아무런 갈등 없이 무사히 '친절하며 여자 주인공을 아껴주는데다 영어를 잘해서 말도 잘통하는 외곽 포도농장 주인의 아들'을 우연히도 만나는 전개를 보여주기에, 마치 한비야 기행문을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서운했던 점을 벗어버리고 진정한 나와 내가 되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단 전개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작품의 구성은 그 아름다움을 배가시켜줄 만큼 세심하지 못했고, 그랬기에 작품은 완벽하지 못했다.


므르므즈
웹툰작가 지망생. 글 좀 쓰는 편이다.
자신만의 뚜렷한 관점으로 웹툰을 평가해주는 개성만점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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