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리뷰


작가는 미래를 너무나도 아꼈다. - 여중생 A [스포]
므르므즈 | 2017-06-30 09:59:20 | 1334 | 0 | 0



   집안은 가난하고, 친구는 하나도 없으며, 좋아하는 건 오로지 온라인 게임. 부모님은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고 하루 하루 학교에서 무사히 돌아와서 컴퓨터를 키는 게 삶의 목표이자 희망. 중학생 장미래의 삶은 이처럼 어두컴컴한 현실에서 독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여중생A]의 작가 허5파6은 그림보다는 대사와 상황의 짜임을 통해 독자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타입의 작가다. 그림으로 구분할 수 있는 캐릭터의 외향보다는 대사와 행동을 나타내는 지문에서, 작가는 작품의 매력을 최대한 뽑아낸다. 전작 [아이들은 즐겁다.]가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이유도 단순한 그림체임에도 독자를 끌어들이는 캐릭터들의 드라마에 있었다.


   [여중생 A]에서도 작가의 역량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작가가 살았던 시대상과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장미래의 모습은 정말 살아있는 어느 중학생 A양을 보는 듯 리얼했고, 주변 인물들과의 인간관계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심각했다. 극단적인 왕따나 괴롭힘을 다루지 않으면서도, 주인공 장미래는 인간 관계에 힘들어했다. 여중생 장미래에 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담담하게 풀어낸 어느 중학생의 삶이란 소재가 절실히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특이한 장르의 작품을 좋아하고,  말 수가 적고 반에서 겉돌아서 있는 듯 없는 듯 했던 장미래는, 충분히 자기네 학급에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설정의 이 인물은, 독자의 친구부터 독자가 미처 말 걸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반친구를 떠올리게 만드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독자들이 장미래가 어떻게 살아갈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친구들과 관계를 쌓아갈지 궁금해했던 이유는 감정이입이 쉬울만큼 자세하고 입체적인 캐릭터 덕분이었다.


  장미래는 분명히 그런 캐릭터 였으며, 이 인물이 가장 힘들 적에 삶이 전환되는 계기가 무엇인지 기대감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작품은 장미래의 삶의 전환 시점에 가장 작위적인 전개를 던져놓게 된다. 바로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남자가 아주 착하고 잘생겼으며, 장미래에게 호감을 품고 있단 전개였다.


                                     



  이 전개의 어색함을 이해하기 위해선 핍진성[Verisimilitude]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핍진성은 한 사회의 관습에 의존하는 문화적 현상을 의미하는 용어다.  주로 스토리에 현실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예컨데 여중생 장미래가 남들을 꺼리는 아웃사이더가 된 이유로 [여중생 A]는 가정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와, 남들과는 많이 다른 장미래의 취향을 제시한다. 장미래가 아웃사이더가 될수밖에 없었던 동기를 제시하여 작품 내 설득력을 부여한 것이다. 이런 설득력을 높여주는 설정 제시가 있어야만 독자는 주어진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입장에서 봤을 때, 현재희의 등장 방식과 역할은 작가의 욕망이 반영된게 아닌가 싶을 만큼 작위적이다. 작품 내에서도 현재희의 입을 직접 빌려 이런 케이스는 없다고 변명할 정도로 설득력이 없다. 또한 서사 구조로 봤을 때도 현실에서 고통받던 장미래가 가장 이상적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인물을 가장 비현실적으로 만난 셈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전개는 현실적인 인간관계에 발버둥쳐왔던 장미래나 내 옆의 반친구나 알고 있는 여중생이 아닌 [여중생 A]라는 만화의 등장인물로 장미래의 캐릭터성을 격하했다.


  한번 떨어진 캐릭터성은 돌아오지 못한다. 중반부부터 몰입을 잃고 차츰 해메던 작품은 장미래라는 캐릭터를 행복하게 만드는 덴 성공했지만, 작품의 완성도엔 흠을 남겼다. 필자는 허5파6 작가 특유의 분위기를 매우 좋아한다. 작가가 그려낸 캐릭터들의 드라마도 좋아한다. 작가의 그 단순한 그림체도 좋아한다. [아이들은 즐겁다.]부터 꾸준히 봤던 작가기에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작가가 그려낸 장미래가 당당히 성장해나간 모습은 보기 좋지만, 이보다 더 좋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여중생 A양의 삶을 비춰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이 계속 드는 건 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므르므즈

웹툰작가 지망생. 글 좀 쓰는 편이다.
자신만의 뚜렷한 관점으로 웹툰을 평가해주는 개성만점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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