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새로운 순정이 필요해 <내 ID는 강남미인!>
by 뚜뚜
2017-02-03 15: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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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는 새로운 순정이 필요해
  : <내 ID는 강남미인>




  어렸을 적 봤던 순정 만화나 인터넷 소설에서, 남자 주인공은 대개 무뚝뚝하고 거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대개 불우한 가정사를 가졌으며 때문에 타인을 대하는 것에 익숙치 않았고, 폭력적인 언사나 행동을 일삼았다. 그 때는 그것이 '멋있다'고 말하면서 소비했었고 남자란 그런 식으로, 거칠고 과격하게 행동하는 것이 멋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강제적으로 타인을 이끌려는 행위가 '폭력'으로 이야기되는 사회이다. 과거의 멋은 그 나름대로 멋이었지만, 시대가 흐르면 멋도 신념도 언제나 바뀌기 마련이다. 잘생기고 무뚝뚝하고 차가우나 강압적인 남자 주인공은 이제 변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내 ID는 강남미인>은 그런 시대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웹툰이다. 기실 이 만화가 시사하는 바는 단순히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성 변화에 대한 것 이상으로 많다. 가령 이 웹툰의 가장 주된 이야기는 역시 '여성의 외모'와 관련된 부분이다. 주인공 미래는 못생긴 얼굴 탓에 어려서부터 수많은 괴롭힘과 차별을 받고 살았다. 그 '못생겼다'는 얼굴에서 벗어나는 게 오랜 소원이었던 그녀는 성인이 되자마자 성형을 한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얼굴에는 소위 말하는 '성형빨'의 티가 난다. 그런 그녀는 대학에 가서 외모 탓에 수많은 일에 연루된다.



  예쁘다는 이유로 남자들의 접근을 받지만 성형했다는 이유로 혐오를 받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그녀는 점점 더 소극적이게 된다. 그런 그녀의 곁에 '남자 주인공' 도경석이 있다. 도경석은,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과거의 터프하고 차가운 미남의 전형에 꼭 들어맞는다. 그는 잘생겼고 돈이 많은 집에서 태어났으며 남의 이야기를 신경쓰지 않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행동하는 남자 주인공이다. 때문에 미래에게 다소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팔을 함부로 움켜잡거나 그녀의 의사를 묻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거나, 혹은 그녀의 사정은 따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말밖에는 하지 않는 모습 등이 그렇다.



  그는 미래의 주변, 즉 미래를 험하게 대하고 여성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남자들과는 조금 다른 듯이 묘사되지만 기실 미래의 입장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녀는 여성이며, 자신의 외모에 대한 심각한 컴플렉스가 있었으며 때문에 남성들에게 수많은 폭력적인 행위를 당했다. 못생긴 여성을 과연, 마음대로 평가하고 충고해도 옳은 것일까? 외모에 대한 감상이나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상 선호되는 외모라는 건 있다. 그 외모의 기준에서 벗어난다고해서 평가하고 충고하며 웃음거리로 삼는 게 과연 허락되는가? 시대가 변하며 이 물음에 대해 '아니다'라는 답변을 우리는 내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경석의 경우는 어떠한가? 그는 미래가 성형한 사실을 못마땅해했고,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지 못하는 한심한 행위라고 생각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미래에게 드러냄으로서 그녀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미래의 입장에서 보자면 외모에 신경쓰지 않는 듯 보이는 경석 역시, 위의 남성들과 다를 바가 없다. 남의 외모, 기실 외모 뿐만이 아니라도 타인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을 평가하고 그것에 대해 조롱하며 바뀌기를 종용하는 모든 행위는 폭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석의 라이벌로서 등장한 '연우영'이라는 캐릭터는, 로맨스라는 장르에서는 여태껏 찾아보기 힘들었던 캐릭터이다. 그는 준수한 외모와 능글거리는 성격을 가졌으며 선배라는 포지션 또한 과거에 많이 보아왔던 순정 만화의 서브 남주를 답습하고 있으나 성격은 완벽히 다르다. 그는 미래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심지어 자신이 미래를 좋아하고 있음에도 '불편하다면 더 이상 들이대지 않겠다'며 미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포기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쉽게 포기하겠다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의 마음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내 ID는 강남미인!>은 확실히 로맨스 웹툰의 틀을 벗어난다. 자신의 사랑보다는 미래의 의사가 우선인 서브 남주 연우영과, 조금은 독특한 이력을 지닌 강미래는 여태껏 로맨스 웹툰의 대표 이미지로서 소비되는 도경석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의 폭력적이었던 행동을 자각하고 인정하며 사과하고 '이제 안 하겠다'라고 말한 순간, 미래는 그에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도경석은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날카롭고 차갑고 제멋대로인 남자 주인공부터 로맨스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 그녀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할 수 있는 남성이 된 후에야 로맨스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는 여태껏 로맨스 장르들이 취해왔던 '순정 판타지'의 영역에서 조금 틀어져,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데이트 폭력, 스토킹 등 연인 사이에서도 수많은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현실과 판타지를 동떨어져 있다라고 우리는 이야기하지만, 기실 매체에서 전해주는 '판타지'는 현실에 영향을 끼친다. 이제 수많은 미래에게는 새로운 로맨스, 새로운 남자 주인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새로운 남자 주인공'의 모습을 그녀는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내 ID는 강남미인!>은 네이버 토요웹툰에서 볼 수 있다.
  

  
뚜뚜
귀엽고 깜찍한 대학 졸업반.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웹툰만 본다. 글은 별로 안 귀여워 보이지만 실제로 만나면 귀엽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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