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 덴마, <신체개조>
by 생못미
2016-11-24 04: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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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 덴마, <신체개조>

 

노블레스 & 덴마, <신체개조>

 

신체발부수지부모라 했다. 부모가 주신 신체이니 감히 손상시킬 수 없는 유교적 가치관을 말한다. 그러나 창작의 세계에서는 현실세계보다도 빈번하고 드라마틱하게 신체개조에 대한 장면이 펼쳐진다. 이런 불경한 일이 있나! 물론 신체개조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실제가 아닌 허구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허구의 세계에서는 누군가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살인을 하는 등 비윤리적인 사건에 대해서 어떠한 실체적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다.

 

최근 네이버 웹툰에 신체개조를 소재로 하고 있는 두 웹툰을 함께 다뤄보고자 한다. <노블레스>의 신체강화 개조를 받은 웨어울프들과 <덴마>에서 등장하는 패왕 경호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 <노블레스>의 신체개조

 

노블레스 & 덴마, <신체개조>

마린보이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스포츠 만화나 소년 만화를 떠올려보자. 만약 주인공이 자신의 안티테제와 대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능력을 키우는 대신 도핑으로 해결했다는 식으로 플롯을 진행한다면 어떨까. 과연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당연히 도핑은 금기가 되고, 원래 비윤리적인 짓이나 일삼아야 하는 악당의 전유물이 되어야 한다. <노블레스>는 웨어울프를 통해 신체개조를 둘러싼 전형적인 선악대결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너무 전형적인 대결구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신체개조에 대한 등장인물의 반응에 설득력이 전혀 없다. 예를 들면 이렇다. 개조를 받지 않은 웨어울프 켄타스는 다른 웨어울프들에게 일족을 실험체로 사용한 결과로 강해졌으니 너희들은 전사로서의 긍지를 버렸다는 식의 논지로 비판한다. 이에 개조를 통해 힘을 받아들인 측은 소수의 희생으로 종족의 번성을 이끌 수 있다면 괜찮다는 반론을 펼친다.

 

노블레스 & 덴마, <신체개조>

오락만화로서의 수위조절을 위해 딜레마를 부각시키지 않았다고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재밌는 점은 이어지는 회상씬에서 켄타스는 딱히 신체개조 자체를 통한 강함에 대해 반대한다기 보다는 수련을 통해서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런데 외부의 힘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입장인 가야르는 딱히 뒤처지게 되는 것도 아닌데 난데없이 , 넌 그렇게 또 앞서가겠다는 거냐는 대사와 함께 중2병스럽게 열폭한다. 현재 시점에서도 이게 니가 외면했던 힘이다!”라며 켄타스를 공격해 리타이어 시킨다.

 

그러나 이후 비윤리적으로 힘을 얻은 일족에게 실망한 켄타스가 갑작스럽게 각성하면서 가야르를 쓰러뜨린다. 문제는 시종일관 얻어맞던 켄타스가 자신의 일족이 동족을 희생시키며 힘을 얻어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새로 깨달은 시점도 아닌데서 별다른 계기 없이 각성을 했다는 점이다. 이유는 하나다. 가야르는 (작가가 보기에) 올바르지 못한 방식으로 힘을 얻었기에 적당히 싸우다 죽어야 했다. ‘정의의 사도 보정에 당한 셈이다.

 

노블레스 & 덴마, <신체개조>

너의 적은 무자카가 아니라 손제호...

 

이러한 논리적 부실함은 이후 전대 로드 무자카와 신체강화 개조를 한 우지르의 대결에서도 드러난다. 우지르는 신체개조에도 불구하고 무자카의 강함에 맞설 수 없었다. 무자카는 우지르에게 우지르를 포함한 신체개조 웨어울프들에게 자신의 능력조차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힘만 센 쓰레기라고 비난한다. 이에 발끈한 우지르는 그럴 리가 없다면서 달려들었다가 무자카의 공격에 최후를 맞는다.

 

여기서 작가는 개연성 측면에서 또 한 번 점프를 시도한다. 무자카를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이 외부의 힘을 받아들인 신체개조 웨어울프들이 과거의 웨어울프 전사들보다 강하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그러나 무자카는 수련을 통한 신체의 활용능력 등의 부분에서 과거의 전사만 못하다고 비난할 뿐이다. 이 부분은 자체적인 수련의 유무에 대한 이야기이지, 새로운 힘의 유용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 또 한 번 쉽게 얻은 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작가에 의해 안티테제 캐릭터가 죽음을 맞아야 했다. 이러한 메시지도, 개연성도 없는 전개는 극의 몰입을 해칠 뿐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현대 유전공학과 마주한 구한말의 서양 판타지 설정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어색하다.

 

 

2. 덴마의 신체개조

 

노블레스 & 덴마, <신체개조>노블레스 & 덴마, <신체개조>

덴마를 본 사람들이라면 인상적으로 기억할 백경대 집합 씬

 

이제 덴마의 신체개조 케이스를 살펴보자. 덴마의 세계관에서 이라고 불리우는 초능력자들은 각자 고유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잠재력은 대부분 애초에 결정되어 있다. 그러나 수련을 통해서 잠재력을 100% 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본인의 몫이기 때문에 전투 퀑들은 스스로의 능력을 갈고닦아 몸값을 올린다. 전투 퀑으로서의 능력이 뛰어난 이들은 용병으로 활동하는데, 이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퀑들을 고용해 만든 자경단의 이름이 바로 고산 공작의 백경대다. 백경대는 덴마의 세계관인 제 8우주에서 최강의 무력을 지닌 집단으로 등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퀑 능력 강화수단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평의회 소속 헬맨의 능력, 두 번째는 지하클리닉 시술이다. 모두 퀑 능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며 그 중에서도 지하클리닉 시술이 최근 에피소드 전개에 중요한 분기점으로 등장한 설정이다.

 

노블레스 & 덴마, <신체개조>

퀑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논리에 따라 지하시술을 도입하게 되는 개연성 부여

 

일반적으로 전투 퀑은 퀑 딜러를 통해 거래된다. 퀑 딜러들은 마치 아이돌 기획사처럼 잠재력을 가진 퀑을 선발하고 훈련시켜 귀족들에게 비싼 값에 팔아왔다. 그런데 별다른 노력 없이도 지금 가진 능력의 크기를 증폭시켜주는 지하클리닉의 시술을 받은 퀑들이 전투 퀑 시장에 쏟아지며 퀑의 값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전투 퀑들도 굳이 퀑 딜러에게 힘든 훈련을 받기보다는 적은 투자로 높은 전투력을 얻을 수 있는 시술을 받길 원하게 된다.

 

결국 기존 전투 퀑 중 최강의 전력인 백경대를 소유한 고산 공작과 지하시술로 강력한 화력을 갖게 된 패왕의 경호대 간 거대한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 시점까지 스토리가 진행됐다. 이 전투의 결과는 패왕의 경호대가 강화에 대한 아무런 부작용 없이 화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혹은 단순히 화력이 아닌 전투 경험이나 기술 숙련도에서 오는 차이 등의 이유로 패배하게 될 것인지에 따라 달려있다.

 

패왕의 경호대가 패배할 것이라는 여러 가지 단서가 나와 있긴 하다. 퀑 딜러 주안이 지하시술 퀑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우려하는 대목, 주안이 지하시술로 강력해진 퀑에게 여러 가지 퀑 기술을 조합해야 사용해야 풀 수 있는 트릭을 줬더니 풀지 못하는 대목, 패왕은 지하시술의 존재를 모를 것이라 속단하고 있는 반면 고산은 이미 그 기술의 존재를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 등이 그 근거다.

 

 

3. 마치며

 

만약 패왕이 패배한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노블레스와 덴마에서 신체개조를 다루는 방식을 비교해보자. 사실 노블레스와 덴마에서 드러난 신체개조의 양상은 유사하다. 전투능력을 쉽게 얻기 위해 신체개조를 선택하며, 그것이 상식적으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유용하다는 인식과, 단순히 능력의 크기가 커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 능력의 숙련도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대목에서 그렇다.

 

그러나 신체개조 진영과 그렇지 않은 진영의 대립, 그리고 그 과정을 묘사할 때의 디테일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노블레스는 신체개조 기술의 도입에 대해 동족의 희생전사로서의 긍지를 대입시키면서 비윤리적인 것으로 서술한다. 반면 덴마의 경우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시장 참여자들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상황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가치관의 혼란과, 그 혼란이 자라 두 세력으로 구체화 되고 충돌하기까지의 과정을 공들여 설명했다.

 

애초에 두 만화의 장르가 다르고 감상 포인트 역시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위험하다. 그러나 신체개조라는 통념상 비윤리적이고 부당한 것으로 여겨지는 소재를 가지고 얼마나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지를 비교하는 것도 만화를 보는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생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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