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 - 사람이 되고픈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가 되어가는 사람
by 앵두   ( 2015-08-19 17:00:09 )
2015-08-19 17: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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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되고 싶었던 피노키오를 기억하시는가? 
 
어른들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면 '너 자꾸 거짓말 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진다? 조심해야 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피노키오 이야기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동화다.
 
오늘 소개하려는 웹툰 <제페토(Gepeto)>는 이 유명한 동화 '피노키오'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사실 동화 <피노키오>의 정확한 명칭은 <피노키오의 모험>이다.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콜로디가 발표한 이 동화는 원작도 유명하지만 오히려 그 이후에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더 유명하다.  
원작에서 목수 제페토가 만든 인형인 피노키오는 요정의 도움으로 생명을 얻게 된다.  그 후 피노키오는 많은 모험과 고난을 겪는다.  마지막에 아빠인 목수 제페토의 헌신에 의해 고래 뱃속에서 구출된 피노키오는 요정에 의해 진짜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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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Hardaway. Tex Avery. Bob Clampett 

 
 
연제원 작가는 원작을 인간과 사이보그의 갈등으로 패러디하여 웹툰 <제페토>를 재창조했다.  2008년 편의점 야간 알바 시절에 스토리를 구상했었고 그 후 <흐드러지다>라는 작품으로 데뷔한 이후 3년간 연재하고, <제페토>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주인공인 콜로디는 술에 빠져 있는 아빠와 함께 쉘터에 살고 있다.  어려서 엄마를 잃고, 안드로이드의 몸에서 뽑아낸 부품을 팔아서 생계를 이어나간다.  이 시대에는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싸우게 되어 수많은 인간들이 죽어 안드로이드를 막기 위해 쉘터에 모여살고 있다.  엄청나게 큰 반구 모양의 지역인 '쉘터(shelter)'는 이런 안드로이드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인간 거주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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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제페토 박사가 만든 최후의 안드로이드 '미스 웨일'이 깨어난다.  모든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고까지 불리는 제페토 박사가 남긴 마지막 유산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안드로이드인 웨일은 인간에 의해 깨어나지만, 깨어나자마다 도망치기 시작한다.   도망치면서 인간 꼬마인 '콜로디'와 만나게 되고, 안드로이드지만  웨일은 콜로디를 보호해주고 본인은 부상당한다. 이렇게 시작된 콜로디와 웨일의 인연은, 쉘터 정부군과 안드로이드 연합군과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더 복잡해진다. 서로 먼저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세개의 세력들과 그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비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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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는 제페토 박사가 남긴 유산의 의미를 모두가 이해하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익숙한 방식으로 결말을 맺는다.  <제페토>의 결말은 새로운 시작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며 설득력 있다.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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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는 패러디(parody) 웹툰이다.  원작 피노키오를 패러디 했다.  패러디라는 것은 고갈의 징후이며 또한 그것으로부터의 탈출의 가능성[참고: 문학비평용어사전 - 패러디]이라고 말한다.  즉, 풍자적인 창조로 작품과 사회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 패러디의 가장 큰 기능이다. 
 
그런 관점에서 <제페토>는 현대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많은 것을 다룬다. 인공지능과 윤리의 문제, 인간의 윤리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하는 유전자공학의 진화, 한 개인이나 지배 집단에 의한 정보조작, 피지배층을 대상으로 한 착취, 절대적인 선과 악의 부재 그리고 공존 등과 같은 문제를 작품에 녹여서 말하고자 한다.  <제페토>에서 언급한 미래의 사회상은 우울하다.  결코 장미빛이지는 않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이런 문제점들을 생각해보는 것 만으로도 많은 긍정적 가능성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페토>는 긍정적인 패러디이다.   많은 것들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최근에는 많은 작품들이 단순하게 예전에 성공했거나 유행한 캐릭터나 배경장치들을 가져와서 웹툰내에 삽입하거나 아예  상관없는 형태로 작품을 진행하고 무의미하게 '복고'라는 타이틀을 붙인다.  이런 파스티쉐(pastiche; 혼성모방)는 포스트모던한 현대의 대중문화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형태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제페토>는 파스티쉐가 아닌 착한 패러디 <웹툰>이다.    
 
다만 너무 많은 주제를 다룸으로써 3년이라는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약간 산만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욕심을 조금 버릴 필요가 있어보인다.  대사의 퀄리티도 조금 더 올라갔으면 하는 작은 바램도 있다. 작품활동 외에도 만화가 협회에서 많은 일을 맡고 있는 연제원 작가는 사람과의 '소통'과 '공감'을 중요시 한다고 한다.  '소통'과 '공감'은 어느 세대에도 어느 사회에도 중요한 테마이다. 

주변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이 필요한 요즘 시대에, 연제원 작가가 세상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 내 놓은 수작 <제페토>를 추천드린다.Fin.

 

 

[참고자료]
 
재밌는 작품으로 스스로를 증명하고 나서 말하겠다 / 네이버 캐스트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97&contents_id=46700

 
[웹툰] 연제원 - 제페토 E's comic / [리뷰]

[출처] [웹툰] 연제원 - 제페토|작성자 Emblem

 
제페토 15화 - key(2) (등장인물 소개) / 연제원 작가 블로그
 
네이버 지식백과 - 패러디 [문학비평용어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 패러디(parody)
 
네이버 지식백과 - 키치(Kitsch)
 
위키피디아 - 파스티슈(pastiche)
 
네이버 캐스트 -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 피노키오

 

 
 
 

앵두
마음은 20대인, 겉으로 보면 멀쩡한 직장인.
마누라에게 "내가 좋아? 만화가 좋아?"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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