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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개’ 같아진, 개같은 세상

손유경  |  2020-01-04 18:25:03
 | 2020-01-04 18: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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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동물. 어렴풋하게 공통점이 떠오르는 두 단어다. 사람들이 찾고, 그를 통해 위로 등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동물과 함께 술을 마신다고 한다. 반려동물과 겸주()하는 시대다. 동물과 함께 술을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더 큰 위로나, 감정의 해소 등이 발생할 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사람 와인을, 고양이는 고양이 와인을 마신다고 한다. 고양이 와인이라고는 하지만 알코올 성분은 없는, 고양이를 위한 음료수다. 함께 술을 먹는 느낌이 들게 하는 음료수랄까.


캡처.JPG


목줄에 달린채, 걷는 듯한 애완'인' 주인공 시완

 

사실 필자는 음주를 즐기지 않는 사람으로서,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 없는 사람으로서 고양이 와인에 흠칫했다. 혼밥과 혼술, 외로움과 동물권... 등 현대 사회의 키워드가 머릿속을 부유했지만, 굳이 파헤치며 생각을 이어나지는 않았다. 그만큼 펫(Pet)시장이 커졌다는 신호이겠거니 정도에서 멈췄다. 고이 잠재워둔 생각의 파편들을 마구 헤집기 시작한 웹툰이 있다. 매주 읽을 때마다 생각이 많아지는 웹툰, 그래서 찾게 되는 웹툰. 현재 다음 웹툰에 연재중인 개같은 세상이다.


개들의 애완동물이 되어버린거야.JPG
개들이 애완동물이 되어버린 현실을 깨달은 주인공의 독백.
강아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집의 풍경이 이러할까?


우선 개같은 세상은 사람이 의 위치성을 지니게 된, 애완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사람이 강아지 손바닥보다 작으며, 목줄에 묶인 채 개들에게 끌려다닌다. 주인공 시완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개에게 구매당하는 위치에 있는 애완인이 되어버렸다.

사람은 손보다 작다.JPG
주인에게 선택받는 순간...
'주인'과 '선택'이라는 두 단어만으로도 두려움이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주인견들은,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한다. 이 지점이 흥미롭다. 작가가 새로운 문자표로 언어를 구상하느라 고생(?)한 흔적임은 물론, 주인견의 외계어같은 기능이 흥미롭다. 독자들이 개들의 언어를 해석해 단 댓글이 배뎃인 경우가 대다수다. 갑갑해하는 독자들도 있다. 그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일부러 알아듣지 못하게 표현하는 것, 답답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의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인공의 심정을 독자들도 느낄 수 있도록,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 것이다. 필자는 굳이 개들의 언어를 해석하면서 보지 않는다. 암호를 알아낼 필요가 있을까? 상황과 정황으로만 파악하며 읽어나갔고, 그렇게 읽으니 답답함을 느낄 구석이 없었다. 작가 또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기는 했지만,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흐름을 잡아주는 대사일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그 기능은 그저 개와 사람 간의 언어 차이, 서로가 서로의 언어를 듣지 못하는 세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필자는 개들이, 아니 동물들이 인간의 말을 이런 외계어로 들을까? 의문을 품을 뿐이다.

개들의 언어.JPG
주인견의 언어, 그들의 언어에도 규칙은 있다. 
필자는 그저 큰 눈망울과, 입모양이 어우러진 표정으로 읽었다.

웹툰 개같은 세상을 읽다보면, '역지사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역지사지란, 모르는 이 없겠지만,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고 이해하라는 뜻의 사자성어다. 그러나 필자는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나는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가'에 대해 1차적 의문을 품는다. '정말 그럴 수 있는가' 한 번 더 생각한다. 이어, 상대가 처한 상황을 '나'는 쉽게 이해할 수 없을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솔직하기라도 한 것 아닐까, 더 이상 3차적 의문을 품지않고 결론을 내려버린다. 내가 강아지가 아닌데, 강아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까? 






미용당한 애완인 시완.JPG

미용 당한 주인공 시완, 표정에서 역력하게 느껴지는 감정이 분명히 있다.


시완은 어느날, 미용당한다. 시원하게 머리카락을 밀리고, 수염같은 모양의 꼬랑지 두개가 달려있는 꼴이 된다. 수치심, 당혹스러움, 이게 뭔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지? 나는 인간이고 저들은 개인데... 개들이 내 머리를 밀어버렸다...와 같은 서사가 담긴 감정이 토끼눈을 한 주인공으로부터 느껴졌다. 문득, 궁금해져 던져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 어처구니 없을 수 있지만, 강아지들이 이 웹툰을 보게 되면 어떨까? ...



장원.JPG
인간 세상에서 함께 술을 먹다, 이 세계로 온 시완의 친구, 장원
장원 또한 우스꽝스러운 머리 스타일을  강제적으로 선보이는 중.

모두가 주인공 시완처럼, 허허벌판의 심정인 것은 아니었다. 인간세계에서 주인공 시완에게 여자친구가 생겨 축하주를 마시던 때, 부러워하며 고기를 얻어먹던 친구 장원이 '개같은 세상'에서는 '사라'라는 여자친구가 생겼단다.  여자친구를 소개하면서, 꽤나 만족하며 잘 살고 있는 듯한 친구 장원의 모습에 필자는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인간 중심적 속담을 한번 떠올려보았다. '개'같은 위치에서 적응을 잘해나가는 인간도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인간들이 개보다 더 무서워.JPG

이 웹툰의 메세지

애완 인간이 하는 말, 인간들이 개보다 더 무섭다.

그럼 개에게는 개가 더 무서운 법일까?...


 

반려동물 1천만 시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키운 적도 없으며,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런 스스로를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웠거나, 키우거나, 키우고 싶어 한다.  웹툰 속에는 유기견보호소를 빗댄 인간보호소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탈출하려는 주인공의 심리를 긁기 시작한다. 유기견 문제 또한 거론될 수 있는 지점이다. 유기견,  문제가 무엇일까? 버리게 되는 증상 그 이전에, 생명을 골라서 사는 행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개들의 세상.JPG

개들의 세상, 개같은 세상.

이 모든 상상력 또한, 인간중심적 사고인 것을 경계하기를 바라며...


손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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