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웹툰을 말하다 10 - 'What Does the Fox Say?' 팀 가지
by 스튜디오농담   ( 2016-03-01 08:00:34 )
2016-03-01 08: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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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웹툰을 말하다

vol. 10

 

[ What Does the Fox Say? ]

팀 가지 │ 레진 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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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가 되기까지

 

글작가

A. 만화는 어릴 적부터 계속 좋아해왔지만 만화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생각은 못 해봤다. 낙서하는 건 좋아했지만 그림엔 영 소질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도 평범(?)하게 금융경영을 전공했는데, 연습 삼아 지원했던 공모전에 당선됐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처음 글을 쓴 것은 아니다. 그 전부터 가끔씩 글을 쓰지 않으면 미쳐버리겠다 싶을 때 한번씩 글을 썼었다. 주로 백합을 썼는데 캐릭터가 강한 단편적인 글들이었다. 또 원래 설정 짜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글을 쭉 이어가는 걸 잘 쓰지 못해서 주로 단편으로만 썼었다. 지금은 내가 읽어봐도 부끄러운 수준이라 거의 다 삭제했다.

 

공모전에 지원한 계기도 너무 단순해서 어디 가서 이야기하기 민망할 정도다. 당시 지인이었던 그림 작가님과 보고 싶은 만화소재 이야기를 하다가 같이 만화를 만들어보기로 했는데, 마침 그 때 레진코믹스 공모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당시 4학년을 지내는 중이어서 학교와 자격증 학원을 다니며 짬짬이 작품 준비를 했었는데, 우습게도 자격증은 떨어지고 공모전은 붙었다. 그래서 작년 상반기는 휴학을 하고 연재 준비를 했고, 연재를 하면서 하반기에 학교를 다시 다녀 졸업식을 앞두고 있다. 웹툰 작가를 염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될 운명이어서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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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작가

A. 만화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보는 것도 좋아했고 그리는 것도 좋아했는데, 사춘기 때쯤 나한테 그림에 재능이 없다는 걸 느끼고 그게 너무 부끄러워서 그리는 걸 그만뒀었다. 같은 반에 그림을 정말 잘 그리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와 내가 비교되어 어린 나이에 자괴감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는 걸 그만두니 관심에서 멀어져 보는 것도 멀어지게 되고, 직업은커녕 취미와도 상관없이 살았다. 상관 없다기보단 취미가 아예 없었다.

 

그러다가 09년도부터 팬아트를 계기로 흥미가 생겨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타블렛을 사고,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꾸역꾸역 일러스트 한 장을 그렸다. 좋아하는 걸 그리니 힘든 줄도 모르는 데다,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인 곳에 그림을 올리니, 많이 어설픈 그림이지만 반응이 후했다. 넷상이기 때문에 부끄러움도 덜했다.

 

자신감이 생기니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재밌어졌다. 그림이 유일한 취미가 됐다. 그렇게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어릴 적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는 점이었다. 그림 한 장 그리기도 버거운데 만화가 그리고 싶어졌다. 최소 5~6시간, 어떨 땐 하루를 꼬박 그리면서 하루에 한 컷을 완성했다. 그렇게 보름 동안 그려서 15컷짜리 한 편을 완성했다. 덜덜 떨면서 만화를 업로드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태어나서 그런 희열은 처음이었다.

 

그 뒤로 쭉 만화를 그렸다. 3년 동안은 밥 먹고 그림만 그렸다. 침대 바로 옆에 책상을 뒀었는데, 그림 그리다가 쓰러져서 자고, 다시 일어나서 그리고의 반복이었다. 생각한 이야기를 한 작품으로 완성하는 게, 그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감상을 받는 게 너무 재밌었다. 항상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신났고, 그림이 늘었단 얘길 들을 때도 너무 기뻤다. 정말 열심히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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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애완의 미학' 중

 

 

그때까지 쭉 백합물을 그려왔었는데, 내 만화를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단 생각이 들고, 더 연습을 많이 해서 정식 웹툰으로 연재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때 레진코믹스 공모전이 열렸고, 겸지님이 들려준 설정이 마음에 들어서 한번 시도나 해보자! 하고 응모를 했다가 당선이 되고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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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준비 과정에 대해

 

글작가

A. 처음에는 원래 4컷 개그만화로 하려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서 인터넷에 그냥 올리자 생각했는데, 때마침 공모전이 떴다. 그때 그림 작가가 스토리로 바꿔서 내보자고 했다. 스토리가 좀 더 가능성이 있고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4컷 만화는 버리고, 바로 1화 만들기를 시작했다. 그 때는 대본을 완전히 써 준 게 아니라 이런 상황, 이런 상황이 이랬으면 좋겠다, 라는 것을 카톡으로 보냈다. 그림작가가 그걸 가지고 1화를 완성했다. 그 사이 나는 다른 설정들을 짜고 있었고. 그런데 1화를 받아보니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1화를 (공모전에) 보내고, 사실 떨어질 거라 생각해서 이걸 가지고 다른 작품을 만들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덜컥 붙었다. 심지어 피디님께 다른 작품으로 해도 되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피디님의 반응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잘 다듬어서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제목도 고민 너무 많이 했다. 가독성이 너무 떨어져서. 끝까지 고민했지만 대체할 제목을 찾지 못해 그대로 가기로 했다.

공모전은 딱 1화만 냈다. 그런데 1화가 200컷이 넘었다.

 

그렇게 공모전 발표난 뒤, 3개월 만에 연재를 시작했다. 사실 그 기간이 너무 촉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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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방식에 관하여

 

Q. 작품 제작 과정을 자세히 소개해 달라.

글작가

A. 작업물은 주로 대본 형식의 글콘티로 넘기는데, 대본을 쓰기 전부터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메신저로 나눈다. 구체적인 장면과 대사를 써서 대본으로 넘기면 그림작가님이 콘티를 짜면서 수정해야할 것들을 이야기하고. 최종 결과물이 나오기 직전까지 모든 것을 상의해서 수정한다. 앞으로 갈 스토리 방향이나 자잘한 설정 등도 서로 이야기하면서 추가하기도 한다.

 

그림작가

A. 콘티가 가장 오래 걸린다. 주간 연재라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러프한 콘티는 생략하고 상세하게 짜기 때문에 오래 걸린다. 콘티 과정에서 배경도 넣고, 식자도 미리 넣어준다. 넣어둔 식자를 보면서 펜선을 그리는 게 작품에 이입하기에 좋다.

콘티를 스케치 수준으로 자세히 한다. 그런 다음 바로 채색에 들어가는데 요즘은 채색 어시가 있어서 어시에게 넘긴다. 배경은 스케치 업으로 하는 것도 있고, 너무 어색하면 배경 어시를 필요할 때만 쓰기도 한다.

 

 

Q. 작업 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은?

글작가

A. 원래는 아이디어 메모를 정말 죽어라 안했다. 대본을 쓸 때가 아니면 아무 데도 적어두지 않았는데 얼마 전부터 그렇게 잊어버리는 아이디어가 너무 많다는 생각에 개인 다이어리에 조금씩 적어두고 있다. 대본은 주로 워드로 작성한 뒤에 팀이 함께 이용하는 솜노트의 솜클라우드에 올려둔다.

 

그림작가

A. 전부 디지털로 작업한다. 손바닥만 한 작은 타블렛을 쓰다가, 얼마 전에 13인치짜리 신티크를 장만했는데 작업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 이래서 신티크 신티크 하는구나 했다. 원고는 클립스튜디오EX 에서 그린다. 만화 원고에 정말 탁월한 프로그램이다.

 

 

Q. 작업이 하기 싫어질 때 어떻게 하나?

글작가

A. 작업이 하기 싫은데 시간 여유가 조금 있을 때는 그냥 안해버린다.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생각만 하거나, 게임이라도 하면서 논다. 그러다가 이제 시간이 없어졌을 때는 억지로라도 노트북을 붙잡고 뭐라도 쓰기 시작한다. 집에 있어서 안 되는 것 같을 때는 카페에 나간다. 그럼 출근한 기분이 들어서 집중이 될 때가 있다.

 

Q. 일주일 일과는 보통 어떤가?

글작가

A. 보통 수요일에 마감을 하는데, 그럼 주로 수요일까지는 다음 대본이 나온다. 목요일에 대본을 상의하며 수정하고, 콘티를 보통 금요일부터 하게 되는 것 같다. 가끔 마감 후에 몸살이 난다거나, 다른 일이 있을 땐 금요일에 대본수정을 하고 토요일에 콘티에 들어가기도 한다. 콘티가 제일 오래 걸리기 때문에 월요일쯤 작화에 들어가서 또 수요일에 마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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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관하여

 

Q. 처음 나온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글작가

A. 금발 여자랑 흑발 여자가 사랑하는 이야기로 아이디어를 시작했다. 거기에 장소가 회사였으면 좋겠다, 금발은 신입이고,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지만 외모는 세게 생겨서 오해를 많이 받는 타입이었으면 좋겠다, 흑발은 외모는 만만하게 생겼는데 사실 엄청 까탈스럽고 강한 성격의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설정들을 만드는 정도로 시작했다.

 

 

Q. 스토리 전체를 어느 정도 짜놓고 연재를 시작했나?

글작가

A. 원래는 40화 분량의 스토리 전체를 짜놓고 시작했다.

공모전 당선 후에 짠 스토리. 캐릭터 디자인을 했는데 성수민을 보여줬는데 머리도 핑크고 포스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내가 즉석으로 이 사람은 사장 같고, 엄친딸에 전여친 스타일이다, 라고 말했다. 그래서 거기서 백세주라는 캐릭터가 나왔다. 사건이 그렇게 많지 않고 잔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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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주 캐릭터 

 

 

Q. 연재 직후 스토리를 엎었다고 하던데?

글작가

A. 그냥… 재미가 없어서…? 정말 연재를 시작하고 나서 스토리를 보니까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사실 1부 중반까지는 스토리를 즉석으로 짜내서 작업하다가, 후반은 조금 방향을 잡고 나서 1부를 끝냈다. 2부는 시작하기 전에 스토리를 대충 잡아뒀는데, 지금은 또 살짝 바뀌어있다.

 

12화를 내가 쓰고 있는데, 너무 재미가 없고 이야기가 늘어진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뒷 내용을 봤는데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쓰고 있던 에피소드를 다 삭제하고 뒷 내용을 당겨서 쓰고 그 뒤는 완전히 새로 썼다. 납골당 찾아가고 집에 가는 것 사이에 다른 뭔가가 있었는데 없애고, 납골당 찾아간 후 바로 집으로 가는 걸로 바꿨다.

 

지금 현재 2부까지는 짜 뒀지만 3부는 아직 이다. 그리고 짜둔 것보다 늘 조금씩 늘어난다.

 

 

Q. 제목은 어떻게 나왔나?

글작가

A. 얘네 다 여우 닮은 거 같아. What does the fox say? 하자. 정말 그렇게 정했다… 심지어 그렇게 지어놓고 드디어 제목 지었다고 신나서 피자 사먹었다. 오히려 연재 결정이 되고 나서 제목으로 고민했다. 너무 대충 지었나 싶어서 바꾸려고 했었는데 역시 떠오르는 게 없어서 그대로 하기로 했다. 지금은 제법 정이 들어서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타이틀의 캘리그래피는 재능 기부하는 사이트인 재능아지트 라는 곳에 의뢰를 해서 받은 작품이다.

 

 

Q. 그럼, 팀 가지 이름은?

글작가

A. 팀 이름도 뭘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이건 지인분이 지어주셨다. 서로의 본명 가운데 자를 따서 지었다. 하지만 사실 가지는 싫어한다.

 

 

Q. 매 화 엔딩이 인상적이다. 한 회차를 어떻게 나누는가?

글작가

A. 플롯을 짜면서 나누긴 하는데 사실 그냥 감이다. 음, 이쯤 나누면 되겠군. 하고 나눈다. 다음 화가 궁금하도록 고려해서 나누는 편이긴 하다.

장면을 구체적으로 짜다보면 생각보다 필요한 장면이 많아지더라. 이걸 다 하려면 100컷이 넘어가니까 중간에 임팩트 있게 끊어서 가곤 한다. 그림 작가가 할 수 있는 분량 (보통 70컷 내외)에 맞추고 컨디션이 좋으면 80컷 까지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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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이 차분한 듯 하면서 개그적인 요소가 잘 스며들어 있다. 작품의 톤은 어떻게 잡았나?

글작가

A. 그림작가의 만화가 원래 차분한 편이다. 나는 통통 튀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둘이 섞이다 보니 서로 좀 중화가 되어서 나오는 것 같다. 개그는 대부분 내가 넣는 것이긴 하지만 가끔 그림작가가 몰래 추가하는 개그도 있다.

 

둘이 이게 맞을까? 생각해 본 적은 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하게 됐다. 원래 완전 그림 작가에게 맞추려 했는데 또 내가 뭔가 하고 싶어하는 것들이 쌓이더라. 그래서 내 색깔을 넣었더니 그림 작가도 더 좋아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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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감정 연출의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있다. 글, 그림 작가 서로 이런 부분은 많이 소통하는가?

글작가

A. 원래 대부분을 소통하고 상의해서 하기 때문에 감정 연출도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다.

대본으로 다 나올 수 없는 것들은 카톡으로 설명을 한다. 여기서는 감정이 빡 터져야 한다, 이런 식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어떤 걸 원한다, 이런 식으로.

설명이 정확히 안될 때는 급하게 그려서 찍어서 보내기도 한다.

 

 

Q. 독자와 밀당을 잘하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스토리를 짜는가?

글작가

A. 고려는 하고 짜는 것 같다. 하지만 깊게 생각하진 않는다.

 

 

Q. 동성연애에 대한 사회적 시선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도 가끔 한다.

글작가

A.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여자, 여자 사랑에 있어서 갈등의 한 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려를 한다. 하지만 너무 깊이 파면, 또 완전히 깊이 아는 건 아니라 너무 깊이 파려고 하지 않는다. 또 이 작품은 결국 판타지라 너무 진지하게 파고 들어가면 재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Q. 대중이 뭘 원하는지 잘 안다는 느낌이 있다. 작가 취향인가?

글작가

A. 기본적으로는 작가의 취향이지만 원래 개그물로 구상했던 거라 설정이 과장스러운 면이 있다. 대중이 뭘 원하는지 알고 하는 것보단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하면 대중도 좋아하는 것 같다.

 

잘 모르겠지만, 내가 다른 창작물을 보면서 이게 좋다, 이런 점이 좋다 라고 느끼는 부분을 내 작품에 반영하려고 하는 편이다. 내 취향이 대중적이어서 그런지 그 지점이 독자들의 지점과 일치하는 것 같다.

 

 

Q. 오디오 드라마에 대해서 말해달라.

글작가

A. 보이스스토리쪽에서 백합 오디오 드라마 기획을 하면서 제의를 했다. 사실 오디오 드라마 쪽은 아예 몰랐었는데 녹음에 참여하고 결과물을 들어보니 굉장히 매력적인 장르다. 1차 트레일러 녹음을 하고 반응이 너무 안 좋았다. 사실 나도 녹음을 들으면서 약간 긴가민가했었기 때문에 이후에 리딩을 따로 갖자고 했다. 리딩을 하며 조율을 하고 나니 정말 내가 생각했던 목소리들이 나왔다. 그래서 2차 녹음부터는 정말 재미있게 참여했던 것 같다. 3차 녹음에서 씬 녹음을 제외한 모든 녹음을 끝냈고, 씬 녹음은 따로 했다. 빨리 2부를 끝내고 또 제작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다.

 

 

Q. 성애 장면의 묘사가 탁월하다. 어떤 식으로 그림 아이디어를 얻는가?

그림작가

A. 야동 보고 참고하는 걸로 아시는 분들이 많다. 불가능하다. 앵글이 너무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피디님도 너무 노골적인 것보단 아름다운 그림을 강조하신다. 참고한다면, 사진이나 그림을 많이 본다. 꼭 성애 장면이 아니더라도 동성간 이성간 상관없이 좋은 분위기의 이미지는 참고가 된다.

 

똑같은 사람이고 같은 감각을 가졌고 같은 팔다리 움직임인데, 성애 장면 또한 상상의 범주 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평소에 상상해서 생각해두기도 한다.

 

 

Q. 선과 색감 모두 작가의 개성이 느껴진다. 초기 설정을 어떻게 했나?

그림작가

A. 약간 정형화된 미형 스타일이라 개성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고 해서 놀랐었다.

 

사실 컬러 원고는 처음이다. 그동안은 흑백 원고만 그렸다. 연재 준비 전에는 한 번 엎고 흑백으로 작업할까 하기도 했었는데, 컬러를 넣는 쪽이 작품에 더 맞고 분위기가 훨씬 좋았다. 흑백 원고보다 익숙하지 않다 보니 고민을 많이 했다. 흑백에선 잔선을 많이 넣어도 괜찮지만, 컬러 원고에서 잔선이 너무 많으면 채색이 불편하다. 잔선을 조금 줄였다.

 

원고에 입술색을 넣어본 것도 처음이다. 그림에서 입술색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 머리색, 피부색, 입술색 모두 캐릭터에 맞는 색을 찾는 것에 신경 썼다. 비슷해 보이는 색의 미묘한 차이여도 굉장히 다르다. 색상이 캐릭터성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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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체가 참 아름답다. 따로 연습하는 방법이 있나?

그림작가

A.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편집부에서 그림연습 많이 해야겠단 얘기도 들었다.

 

처음에 그림을 그릴 땐 몸을 굉장히 마르고 길쭉하게 막대기처럼 그렸다. 너무 딱딱해 보인단 얘길 듣기도 했고, 성애 장면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 단점이 너무 부각됐다. 내 기준에 예쁘다고 생각하는 몸 이미지를 많이 살펴봤고, 점차 그림에도 조금씩 볼륨을 넣기 시작하다가, 백세주 캐릭터를 만들면서 확 살려봤다. 그래도 캐릭터들 몸매는 대체로 마른 편이긴 하다. 뭐든 그렇지만 많이 보고 그려보는 게 답인 것 같다.

 

 

Q. 창작자로서 백합물의 매력이 뭔가?

글작가

A. 굳이 창작자로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독자로서 예쁜 여자와 예쁜 여자가 있으니까 예쁨이 두 배다. 여자가 둘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장르와 차이가 없다고 본다. 보기에 예쁜 거다. 두 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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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작가

A. 여성과 여성의 관계를 다룬다는 점 자체가 큰 매력이다. 그 외에는 얼마나 재밌고 좋은 이야기인가 등등... 다른 장르와 비슷한 것 같다.

 

 

Q. 독자 반응이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가?

글작가

A. 열심히 작업했는데 반응이 안좋으면 당연히 우울하다. 그래서 다음 회차엔 더 힘을 들이게 된다. 더 길게 기획했던 에피소드를 더 빨리 마무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수민이가 성관계를 가지려는 걸 거부하는 에피소드는 원래 더 설정이 많은데 너무 늘어진다고 해서 빼고 바로 시골로 내려가게 했다.

 

그림작가

A. 스토리에 영향은 미치지 않지만, 독자의 반응은 확실히 더 작품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좋은 의견은 좋은 의견대로, 비판은 비판대로 받아들이고 더 좋게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약간 칭찬에 춤추는 고래 타입이라, 좋은 반응을 보면서 힘을 얻기도 한다. 트위터에선 해외 팬 의견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Q. 작품 진행하면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글작가

A.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역시 감정선이 어색해보이지 않으려는 거였다. 사실 잘 됐는지 실패했는지 모르겠는데, 실패했다면 역시 경험부족 때문이려니 싶다. 감정선에 집중하다 보면 전체 큰 스토리가 느려질 수 있다. 그래서 이거에 집중하다보니 스토리가 조금 느려진 부분은 있다.

 

그림작가

A. 감정선을 신경 쓴다. 읽고 있는 독자가 어떻게 느낄지도 많이 생각을 해보는 편이다. 쉽게 읽히는 것에도 신경 쓰는 것 같다.

진행 면으로는, 정해둔 이야기의 흐름이 있는데 주간 연재의 분량으로 매끄럽게 전달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준비시간이 촉박했던 것도 조금 아쉽다.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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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글작가

A. 세이브원고가 없는 것…? 원래는 연재 시작때 세이브원고를 한 편 가지고 시작하기로 했는데, 연재 당일에 전부 공개하게 됐다. 세이브원고가 없으니 일주일 안에 마감을 못하면 무조건 펑크가 되고, 작품에 좀 더 욕심을 부리는 게 불가능하다. 휴재기간에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림작가님 교통사고 처리가 가해자 문제로 늦어지면서 또 세이브원고 없이 시작하고 말았다.

 

그림작가

A. 일단 신체적으로 힘들다. 마감 전엔 잠을 잘 못 자기도 하고, 조금 자고 일어나는 게 습관이 돼서 깊이 잠들기가 어렵다. 마감이 다가오는 불안감 때문에 번쩍 깨기도 한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머리카락이 정말 많이 빠졌다.

 

지금은 괜찮은 편이지만, 1부때는 몇몇 독자 반응 때문에도 힘들었다. 1부 연재때 분량이 많은 편이기도 했고, 채색 어시분도 없었고 연재를 예정보다 급하게 시작하게 돼서 실시간 연재 중이었다. 의자에서 그림 그리다 기절하면서 작업했다. 결국 체력적으로 몰려서 휴재를 하게 됐는데, 몸도 힘들고 죄책감 때문에 정신도 힘든 와중에 ask폼에서 몸 관리도 실력이란 얘기를 보고 엉엉 울었다. 엉엉 울면서도 원고 해야 해서 그림 그리면서 울었다. 울면서 원고 해야 하는 게 서러워서 또 울었다. 그런일이 하도 많아서 지금은 덤덤해진 편이다. 물론 납득이 어려운 비난 수준의 의견일 때의 이야기이고, 비판의 의견은 그대로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Q. 작품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아직 절반밖에 안 왔습니다. 여러분.

 

 

Q. 본인이 꼽는 베스트 회차 혹은 베스트 컷은?

글작가

A. 36화 놀이공원 관람차 씬. 여기에 대사는 많지 않은데 여기 회상 한번으로 감정이 확 바뀐다. 내가 쓰면서도 참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다.

 

그림작가

A. 18화의 성지 고백씬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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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가지의 추천 웹툰 3편

 

글작가

1. 치즈인더트랩 [ 순끼 │ 네이버 ] 

- 개인적으로 웹툰의 바이블이라고 생각한다.

 

2. 설레는 기분 [ 쌈바 │ 코미코 ]

- 일단 몇 안 되는 백합물이기도 하고, 천천히 진행되는 감정선이 좋다.

 

3. 우리는 시간문제 [ 하양지 │ 레진 코믹스 ]

- 대사와 연출에서 묻어나오는 몽글몽글한 감성이 좋았다.

 

 

그림작가

1. 설레는 기분 [ 쌈바 │ 코미코 ]

- 백합물이다. 주인공 캐릭터들이 매력적이고, 길게 두고 지켜보고 싶은 이야기인 것 같다.

 

2. 내 학생이 싸이코패스일 리가 없어 [ 명왕성 │ 레진코믹스 ] 

- 재밌다. 꼬박꼬박 결제해서 보는 작품 중 하나다.

 

3. 모멘텀 [ 박지연 │ 레진 코믹스 ]

- 유일하게 보는 bl물인데, 그림도 이야기도 정말 예쁘고 섬세하다. 취향을 뛰어넘는 작품이다.

 

 

Q. 웹툰 외에 인생 작품 혹은 정말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글작가

A. 인생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사실 추리나 반전보다는 한 천재의 절절한 사랑이라는 점이 마음을 후벼팠다.

 

그림작가

A. 이쿠에미 료의 만화를 좋아한다. 작품 중엔 특히 장밋빛 내일을 좋아한다. 만화를 그리고 싶단 계기가 된 게 이 작가의 최근 만화를 보면서부터였다. 컷 나누는 걸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혔었는데, 작가의 만화를 계속 뜯어보면서 연습하기도 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부탁한다.

글작가

A. 웹툰을 연재하게 된 것도,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은 것도 다 처음이었으니 미숙한 부분이 많다. 뭐든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겠다.

이제부터는 여태까지 와는 다른 이야기를 할 거니까 변함없는 사랑 부탁드린다.

 

그림작가

A. 돌이켜보면 수많은 우연이 겹쳐서 이렇게 만화를 그리게 됐다. 지금이 나에게 너무 행운이라고 느껴지는 만큼, 독자분들께도 우리 작품을 만난 것이 행운이 될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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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리

황선태 ( scarbo1909@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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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웹툰을 말하다 10 - 'What Does the Fox Say?' 팀 가지


스튜디오농담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 웹툰 스토리 작가 / 콘텐츠 제작그룹 스튜디오 농담 대표.
'아내를 죽였다', '잔인한 축제', '곡두' 등의 작품을 썼다.
댓글 3
  • 루나리아
    (2016-03-01 15:00:50 )
    '몸 관리도 실력이다'라는 말, 참 억울하죠. 신체적인 조건은 선천적인 것에 많이 좌우되고 따라서 그 관리에 드는 노력도 모두가 다르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을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버릴 수도 있는 건데 '프로인데 왜 몸 관리를 못해?', '다른 작가들은 휴재 없이 잘 연재하는데 왜 이 작가는 이래?' '핑계 아냐?'라는 식의 말이라도 들으면 굉장히 마음이 상하죠. 게다가 이 말이 정론이라 이런 비판(비난)을 들은 입장에서 '열심히 했다'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라고 말해도 변명밖에는 안되죠. 괜히 그런 말은 했다가 '프로 의식이 없네' 소리나 듣게 되기 쉽구요. 같은 독자 입장에서 말해줘도 '쉴드 친다'는 소리밖에 안나오죠.안 써보고 안 그려본 사람이 그저 다른 작가와 비교하며 '프로 의식'을 들먹이니 이해 받기도 어렵구요.이래저래 참 억울한 말이 아닐 수 없네요. 그래도 힘내세요~ 이해하는 독자도 있으니까.매주 3코인 드리고 싶으니까 몸 관리가 잘 됐으면 좋겠네요.
  • 자연주의
    (2016-03-03 20:00:49 )
    작품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단편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인터뷰 잘 봤습니다.
  • 앵두
    (2016-03-03 23:58:00 )
    여자들의 사랑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의 교감으로 더 다가왔습니다.정말 감각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표현력에 그냥 설득당해버렸더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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