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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57 - '암흑도시' 정뱅 작가 인터뷰

이민재 기자  |  2019-01-31 23:05:15
 | 기사 입력 :2019-01-31 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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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57

[암흑도시]

정뱅 작가 | 네이버


뭘 본 거지? 작품 속에서도 언급됐던 3화의 베스트 댓글이다. 웹툰 '암흑도시'는 블랙코미디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완결 또한 '암흑도시'스럽다. 등장인물들이 환생한다고 작가 또한 환생(?)해서 더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겠다니?! 독자들이 '이 작가, 약 한 사발 들이키고 작품 활동하는 건가'라고 묻고 있는 정뱅 작가를 웹툰가이드가 직접 만나봤다. '암흑도시'를 연재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밝힌 정뱅 작가는, 차기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마치 10대 소년처럼 눈을 빛내며 이야기에 파고들었다. 



▲ 네이버 웹툰 '암흑도시' 정뱅 작가


[몸풀기 토크]

Q. 한 네이버 카페에서 작가님이 웹툰 스터디원을 구하는 공고를 봤어요. 혹시 지금도 스터디를 하고 계신가요? 

아니요, 동네에서 모여서 스터디를 하려고 했는데 제가 사는 곳이 외진 동네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더라고요. 몇 분 모이긴 했는데, 스터디를 하려면 누군가 이끌어갈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저도 연재하다 보니 시간이 없어서 스터디를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그때 모이신 분들과는 지금도 계속 연락을 하고 있어요. 


Q. 현재 연재 중이신 작품 '암흑도시'가 2017년 네이버 최강자전에서 예선 탈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작품으로 네이버 웹툰에서 데뷔하게 됐는데요. 당시 소감과 비결이 궁금합니다. 

원래 다른 만화를 준비하다가 문득 재미있겠다 싶어서 그냥 그렸는데 마침 1년에 한 번 하는 최강자전과 시기가 맞아서 지원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원했죠. 지원할 때는 예선에서 떨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웹툰 담당자분에게 어필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예상대로 최강자전에서는 떨어졌지만, 그 후에 네이버 도전만화를  거쳐 정식 연재까지 하게 됐어요.​ 



▲ 네이버 웹툰 '암흑도시'


[작품과 작가에 관한 이야기]

Q. 등장인물들을 조폭으로 설정한 것이 '암흑도시'라는 블랙코미디를 더 유쾌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재미적인 요소 이외에, 등장인물을 조폭으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일단 제가 미국식 개그, 특히 스탠딩 개그맨 중에 루이스 C.K.의 뼈 때리는 풍자를 좋아하거든요. 개그의 결이 그런 걸 하고 싶다 보니 전반적으로 무게 잡으면서 살짝살짝 핀트가 나가는 게 재미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Q. 그렇다면 최근에 인상 깊게 본 작품을 하나 꼽아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블랙 미러(영국 드라마)를 봤어요. 사실 넷플릭스를 예전부터 많이 봐왔는데 요즘에는 연재하느라 잘 못 봤어요. 시간이 없어서 못 본 게 아니라 재미 불감증?

(소재 압박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요즘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블랙 미러를 이야기한 것은 그게 딱히 재미있었다기보다도 선택형 분기가 신선했어요. 블랙 미러에 나오는 선택의 디테일적인 측면과 주제, 철학이 맞닿아 있어서 그런 부분을 흥미롭게 봤어요. 이전에 생각했던, 게임(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같은 선택형 웹툰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블랙 미러가 인상 깊었고 도움이 됐던 거 같아요. 



▲ 네이버 웹툰 '암흑도시' 루소


Q. 철학 이야기를 해주셔서 생각나는데요. 개인적으로 '암흑도시'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회차가 3화였거든요. 독서를 좋아하고 철학적인(?) 루소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작가님은 평소에 철학을 좋아하시나요?
루소가 철학을 좋아하듯이 20대 때 철학을 좋아하는 척을 했어요. 무슨 말이냐면, 잘 알지는 못하지만 20대 초반에 그런 책들을 읽었어요. 니체라든지 프로이트 이런 거야 다 읽는 거고 나는 질 들뢰즈를 읽지.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지금도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몰라요. 그런데 책 들고 다니고.
Q. 저는 반대로 '암흑도시'를 보면서 작가님의 배경지식이 되게 풍부하다고 느꼈거든요. 작품을 보면 연진 복수법이라든지 사소하지만 잡다한 지식이 많은데요. 이런 지식은 웹툰을 준비하려고 특별히 공부하신 건가요?
그런 건 아니에요. 사실, 20대 때 군대 갔다 온 거 이외에는 제대로 일을 한 적이 없어요. 어학연수라는 명목으로 캐나다 가서 1년간 놀고, 다시 중국 가서 1년 반 정도 놀고. 돌아와서도 일다운 일을 안 하고 '나는 작가를 하겠다' 생각하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그런 잡지식들이 이끼처럼 쌓인 거 같아요. 잘 아는 건 아니고 '아 옛날에 어디서 들어봤는데? 어디서 책을 읽어봤는데?' 이러다가 작품 할 때는 한 번 찾아봐요.
Q. 혹시 연진 복수법을 해보신 적은 있나요?
진지하게는 안 해봤어요. 연진 복수법은, 제가 문예창작학과를 나왔는데 시트콤 극본이 동의보감의 속편 '동의보감2'가 있다는 설정이었거든요. 이걸 준비하면서 동의보감을 보다가 연진 복수법을 알게 됐어요.
그렇게 예전에 봤던 것들이 스토리 진행하다가 여기 넣으면 재미있겠구나 싶어서 들어간 거예요. 대부분이 그런 식이에요.​ 
Q. 문득 암흑도시 13화가 생각나는데요. 조나단이 한 조직에 쳐들어가는 장면이 나오는 회차인데 '싸움을 시작하면 일단 뭐든 들어라'라는 대사가 나와요. 그걸 보면서 와, 작가님 운동(?)도 되게 잘하시는 건가 생각했는데…
아뇨, 도서관을 많이 가는데 ​그거는 경찰 경호학 책에서 봤어요. 운동을 잘하진 않고 그냥 격투기를 재밌어해요. 예전에 헬스장을 등록했는데 말 그대로 그냥 씻으러 갔어요. 3달 지나고 나서는 좀 재밌는 걸 하고 싶어서 이종격투기 도장에 등록했어요. 첫날 스파링을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도 재미있어서 계속하고는 싶었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뭔가 자의인 듯 타의로 운동을 못 하고 있어요. 



▲ 네이버 웹툰 '암흑도시' 조나단


Q. 마침 작가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주변에 물어보니 '암흑도시'가 사회 풍자가 많은 작품인 만큼 소재를 어디서 구하시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소재는 어떻게 구하시는지?

요즘에는 작업하면서 팟캐스트를 자주 들어요. 도서관도 많이 가요. 유튜브 좀 보고. 유튜브를 보다 보면 쓸데없이 버리는 시간이 많은 거 같아요. 그렇다고 안 봐야 하는가, 그건 또 아닌 거 같아요.  
Q. 아무래도 작품 속에서 철학적인 이야기를 많이 다루다 보니까 댓글들이 수준이 높더라고요.
아마도 다른 만화에 비해 연령대가 높아서 그런 거 같아요.
Q. 그럼 혹시 작가님이 댓글을 통해서 알게 된 지식도 있으신가요?
아뇨, 그건 없어요. 왜냐면 대부분 작품에서 살짝 나오더라도 이게 맞는지, 내 기억이 맞는지 다시 검색을 해보거든요. 기억에 오류가 있으면 수정을 해서 하는 편이에요.
Q. 작가님도 아시겠지만, 작품 초반에는 '내가 뭘 본거지'처럼 병맛 개그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지금은 '최고의 블랙코미디다'라는 평가가 많더라고요.
그전까지는 댓글 보는 게 낙이었는데 지금은 제 작품이 재미가 약해진 것 같아 무서워서 최근 한동안은 댓글을 안 봤어요.  



▲ 네이버 웹툰 '암흑도시


Q. 20화 서바이벌 4번째 에피소드에서 작가님이 웹툰 작가라는 직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이렇게 나와 있었거든요. '직업 자체는 인기 있지만 사람 자체의 인기는 최악이잖아.' 웹툰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그건 제 개인 자학 개그에요. 웹툰 작가는 정말 하고 싶었어요. 되고 싶었고, 작년에 데뷔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암흑도시 정뱅 작가
▲ 네이버 웹툰 '암흑도시' 정뱅 작가

[완결에 대해서]
Q. '암흑도시'가 데뷔작이라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데뷔했을 때는 당연히 너무 기뻤어요. 작업 환경도 좋았고. 그런데  몇 달 하다 보니까 안 되겠는 거예요. 아, 내가 너무 준비 없이 했구나. 처음에는 아이디어가 편하게 떠올랐어요. 그런데 연재를 시작하니까 조금씩 막히는 부분도 있고, 매주 그려야 하는데 느낌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어요. ​좀 더 준비해서 더 재미있는 걸 하고 싶어요. 

Q.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 힘들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최근 화에 루소가 자주 안 나오고 있었잖아요? 저는 그게 일종의 큰 스토리를 마련해두신 게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원래는 매회마다 조금씩 이어지는 스토리를 넣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다 그리고 나면 새벽 3시인 거에요. 몇 컷 더 그려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못했어요. 그래서 그동안 안 한 것들을 최근에 그렸어요. 

Q. 완결을 하셨는데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번에 완결하고 전반적으로 인생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그 후에 바로 차기작을 준비할 생각이에요. 어설프게 생각해놨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다듬고 바로 스토리, 콘티, 캐릭터를 다듬을 생각이에요. 뭐라고 할까 연재를 하면서 '아, 직접 해보니까 이렇구나' 느끼게 되더라고요.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연재하니 항상 하고 나면 '아,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시간 하루만 더 있었으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후회가 남더라고요. 이런 아쉬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세상에 완벽한 준비는 없겠지만 최대한 소재를 정해두고 '이번 화에서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재미는 이런 것이다' 그런 방향성을 가져가고 싶어요. 이번 연재를 할 때는 매주 수능을 치르는 기분이었어요.
Q. 차기작을 이미 계획 중이라고 하셨는데 스토리는 묻는 것은 실례이고, 장르는 알 수 있을까요?
차기작은 여러 개를 생각하고 있어요. 다 도전해보려고 하는데, 판타지도 재밌을 거 같고 대신 어떤 장르가 되었든 차기작은 기본에 충실한 만화를 하고 싶어요. 


[웹툰 뒷이야기]


Q. 25화부터 어시(도움: 왼손6)를 쓰시는 것 같아요. 작업환경은 어떻게 되시나요?
공용 작업실을 쓰고 있었는데 거의 집이 됐어요. 며칠 전부터 '아,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고시원을 들어왔습니다. 어시는 여자친구입니다.


Q. 그러면 도움에 왼손 6이라고 되어있잖아요. 왼손 6은 무슨 의미인가요?

6이 붙은 거는 우리끼리 부르는 애칭 때문에 들어간 거고, 왼손은 지금은 왼손으로 어시스트 하지만 자기 작품 할 때는 오른손으로 하겠다는 의미에요. 



▲ 네이버 웹툰 '암흑도시'


캘리그라피(정인영 님)는 아버지예요. 맨 처음에 암흑도시 제목 있잖아요. 그걸 아버지가 써주셨어요. 아버지가 전에 MBC를 다니셨거든요. 아버지 글씨 중에 제일 유명한 게 드라마 대장금하고 허준이었어요. 퇴직하셔서 하나 써달라고 부탁했죠.


[맺는 이야기]

Q. 현재 암흑도시를 완결하고 나신 간단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더 잘 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 80%, 마감이 없어진 시원함 20% 정도인 것 같아요. 빨리 차기작을 준비하고 싶어요. 


Q.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웹툰 작가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단계적으로 생각하지말고 전체적으로 봤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서 어떤 학생은 '아, 난 아직 데생이 부족해'라고 생각해서 다음 단계로 못 넘어가듯이 단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전체적으로, 원고도 많이 하고 자기 색깔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죠. 

(나무보단 숲을 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그렇죠, 독자들은 나무 하나보고 판단하지 않잖아요. 가령 '이 작가는 손을 잘 그려' 이렇게 웹툰을 판단하지 않듯이 전체적인 밸런스가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림 작가만 한다고 해도 전체적인 느낌이 중요하잖아요. 글이랑 그림이랑 어울려야 하듯이. 


Q. 마지막으로 그동안 암흑도시를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약간 그런 느낌이예요. 어렸을 때 엄마한테 받아쓰기 시험지 가지고 갔는데 80점 받은 거예요. 그래서 '엄마, 다음에는 100점 받아 올게' 그런 느낌? 다음엔 더 재미있는 작품으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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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 기자]
이민재 기자
웹툰가이드 이민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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