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35 - '예민보스 이리나' 곤 작가 인터뷰
by EditorAnne   ( 2018-05-02 10:55:03 )
2018-05-02 10: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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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35

[예민보스 이리나] 


곤 작가 │저스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35 - '예민보스 이리나' 곤 작가 인터뷰



‘이 작품은 성적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은 반드시 작품 구독을 피해주십시오.’ 현재 저스툰에 게재 중인 웹툰 <예민보스 이리나> 앞에 붙는 경고문이다. 곤 작가의 경험을 상당부분 반영한 캐릭터인 ‘이리나’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 웹툰은, 미투운동의 상승세와 더불어 주목받는 중이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세상을 향해 풀어낸 용감한 곤 작가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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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풀기 토크


인터뷰 직전에 뭘 하고 계셨죠?

마감 하고 있었습니다. 크흑…!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미세먼지 핑계로 밖에 전혀 나가지 않고 있어요. 평소에도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더 심한 ‘집순이’가 됐어요. 보름 정도의 요리 재료도 미리 사두었으니 전쟁이 나도 끄떡없을 것 같습니다.


원래 만화가가 되고 싶었나요?

네, 아주 어릴 때부터 제 꿈은 만화가였어요.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는 게 재밌었거든요. 살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졌고요. 데뷔하기까지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고 한 계단 한 계단씩 밟아 올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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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예민보스 이리나>를 그리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나요?

인생에 단 한 번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그리고 제 성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정했어요. 그 트라우마는 다른 많은 분에게도 있다고 생각을 했고요. 좀 더 구체적인 계기는 스포일러라 얘기할 수 없습니닷!

모두 본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셨다죠. 편집하고 구상하는 과정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과거를 쭈욱 훑고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꽤 힘들었지만 제가 아니라 캐릭터가 겪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겨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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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그리면서 가장 힘들었던 화는 몇 화인가요?
‘32화 뿌리치지 못한 죄’예요. 극단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시절이라 지금은 다시 떠올리는 것도 싫은 시기예요. <예민보스 이리나>에서는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생기는 데이트폭력이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가장 고심해서 풀어낸 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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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이리나는 행복해질 수 있나요? 현재로서는 조금 위태해보여요.
네, 이야기 중에 가끔 나오는 현재의 이리나를 보시면 당당한 모습이 보여요. 그건 과거에서부터 현재로 오기까지 많은 극복이 있었다는 복선이기도 해요.

많은 독자들이 공감과 응원을 보내올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독자의 반응은?  
본인이 겪은 성폭력에 관한 댓글을 써주신 독자님들은 모두 기억에 남습니다. 꼭 트라우마를 이겨 내셨으면 좋겠어요.

'예민보스 이리나'는 단조롭고 튀지 않는 색감과 종이질감의 필터 매치가 이리나의 감정과 공감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잘 어울려요. 이러한 색감과 필터를 사용하시는 이유는 어떤건가요?

지금의 단조로운 분위기를 내기까지 많은 공정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림의 화려함을 죽이면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되거든요.

그 과정에서 하나, 둘씩 자연스레 그림이 미니멀해지게 되었어요. 그럼에도 조금씩 튀는 색감은 필터를 한겹 깔면서 안정감을 주려고 했습니다.


미투운동이 활성화되며 <예민보스 이리나>도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일이지만 부담이 될 것도 같습니다.
미투운동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만화는 아니었지만 미투 캠페인과 함께 소개되고 알려지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에요. 미투 캠페인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긍정적인 부담은 갖고 있습니다.

예민한 소재의 웹툰이다보니 주변에서 걱정하기도 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아주 측근을 제외하고는 제가 어떤 만화를 연재하는지 몰라요. 굳이 알릴 필요성도 못 느끼고요. 또 소수의 측근이 모두 응원해주고 있어서 걱정 없이 연재에 힘을 쏟고 있어요.

작가님이 성 트라우마를 이겨낸 방법은 무엇인가요?
사실 아직도 완벽하게 이겨내진 못했어요. 노력하고 있는 중인데요, 가장 많이 도움이 됐던 방법은 제게 있었던 성폭력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던 거예요. 그 과정에서 많이 극복됐어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구나 하고 위안도 많이 얻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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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까운 사람에게 커밍 아웃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내 얘기를 웹툰으로 그리겠다고 마음 먹고 나니 남자친구에게는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었어요. 숨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아닌 얘기잖아요. 남자친구도 듣고 응원해줬구요. 그런데 아직 부모님께는 얘길 못 드렸어요. 상처 받으실까 무서워서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얘기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남자친구나 주변 친구들이 <예민보스 이리나>를 보고 어떤 반응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음, 만일 제가 작가님의 친구라면 아주 자랑스러워할 것 같군요 :)
자랑스러워 하는 친구도 있었구요. 특히 제 남자친구는 이 정도로 성폭력이 많은지 몰랐다며 놀라했어요. 성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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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연재를 지금까지 계속한 걸 보면  작가님의 멘탈이 보통 강한 게 아닌 듯해요. 
늘 이리나를 타자화 합니다. 이건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 주인공 이리나가 겪은 일이라고 생각하는게 제 멘탈관리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제 담당피디님이신 허피디님이 제안해주신 방법인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어요. 허피디님 감사해용ㅠㅠ 

작가님 앞에 실존하는 이리나가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요?
그냥 꼭 안아주고, 리나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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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or NO 인터뷰


Q. 다시 태어나도 만화를 그릴 것이다.
A. NO. 다음 생엔 다른 걸 해보고 싶어요.
뭘 해보고 싶나요?
-음… 금수저로 태어나서 세계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가끔 에세이도 쓰고… 생각만 해도 신나네요.

Q. 요즘 작업하면서 체력이 꺾인 것을 느낀다.
A. YES. 챙겨 먹는 영양제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체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1년 전 쯤부터 운동에 대한 중요성을 통감한 이후로 필라테스나 댄스학원 등등 여러곳에 다녔었습니다. 요즘은 운동 다닐 시간이 통 없어서 영양제 6종을 먹으면서 유지하고 있네요. 도핑테스트 하면 약물중독으로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에요…! 

Q. 솔직히 내 만화가 제일 재미있다.
A. NO. 재미로 보는 만화는 아닌 것 같아요.

Q. 10년 뒤에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A. NO. 여전히 만화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요.

Q. 밤샘 작업할 때 내 모습은 사람의 형상이 아니다.
A. NO.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사람에 가까운 정도로는 지낸답니다..

Q. 나는 결론적으로 좋은 사람이다.
A. YES. 좋은 사람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죄짓지 않고 살았으니까!

Q. 나는 결론적으로 강한 사람이다.
A. NO. 힘없는 모기 같은 사람이다.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리나를 연재하면서 나를 3자의 눈으로 바라보니까... 전혀 멘탈이 강하지 않았어요.

Q. 최근 슬럼프가 있었다.
A. NO. 쉬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들지만, 슬럼프까지는 아니에요.

Q.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
A. YES. 멍 때리기요.

Q. 요즘 외롭다.
A. NO. 한 달 정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외로워 보고 싶네요

Q. 이후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A. NO. 겁나게 재밌는 이야기를 가져오고 싶다는 욕심은 있어요.
후속작에 대한 계획이 있으시다면 조금만 알려주세요.
-제 실화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 거예요. 사람 간의 심리묘사가 중점으로 된 창작 스릴러물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재밌을 거예요!

Q. 다 그만두고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A. YES. 늘 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걱정 없이 누워있을 때가 가장 행복할 것 같아요. 무인도 한 달 살기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인터넷 연결은 되어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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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선배의 꿀팁

한 주의 작업일정을 소개해주세요.
예민보스 이리나는 주 2회 연재인데요, 그래서 3일, 3일로 쪼개어 매주 2회씩 완성하고 있습니다! 콘티-스케치-채색 단계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콘티단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하루 넘게 걸릴 때도 있어요. 그럴 땐 휴일을 반납합니다.ㅠㅠ

작업시 시간분배(또는 활용)를 어떻게 하시는지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려요.
사실 전 잠자고 밥먹고 강아지와 산책가는 시간 빼고는 모두 작업하는 시간으로 두고 있어서(…) 시간 활용을 효율적으로 못하는 편입니다. 때마다 다르지만 일일 퀘스트처럼 하루 스케줄을 미리 정해 놓고 당일 날 그 일을 마무리 못하면 밤샘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나만의 작업시간 단축 노하우는?
어시스트 분의 도움을 받는 것이죠.(단호) 콘티와 스케치는 신중히 여유를 두고 해야 하는 작업이라 생각해요. 그러나 밑색을 채우는 작업은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단순노동이기 때문에 어시분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밑색 채울 시간에 다음화 콘티를 짜는 게 넓은 시각으로 보면 시간을 단축하는 더 좋은 방법이라고 봐요.

작업할 때 장비는 어떤 것을 사용하시나요?
신티크 13HD를 씁니다.

신티크 13HD를 쓰신다고 하셨는데, 사진으로 봐도 꽤 크기가 작아보입니다. 작은 신티크를 이용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신티크는 부담없이 쓰기엔 솔직히 가격이 꽤 걸리는 전문가용 장비입니다. (우리 그림쟁이들 주머니 사정... 모두가 알잖아요?ㅠㅠ) 그렇게 13HD가 제 첫 액정타블렛이 되었는데 꽤 만족합니다.
첫째로 노트북이 있다면 휴대가 가능합니다. 물론 휴대용 액정타블렛인 컴패니언도 있지만 램이 빠방한 데스크탑이 최고거든요. 부득이하게 여행도중 작업을 해야한다면 노트북+13HD 조합도 나름 괜찮습니다.
둘째로는 예민보스 이리나 정도의 퀄리티라면 13HD도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각자가 그리는 그림 스타일에 따라 디테일함이 더 요구되는 그림이라면 큰 사이즈의 액정타블렛을 살 필요도 생길수도 있겠네요.

이전에 사용하시던 장비는 어떤 거였나요? 지금 사용하시는 장비와의 차이가 있나요?
이전엔 와콤 제품인 인튜어스 5 를 썼었는데요, 확실히 액정타블렛이 더 직관적인 드로잉이 가능합니다. 손떨림도 확연히 줄었구요. 그리고 작업을 하지 않을 때엔 듀얼 모니터로도 쓸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더라구요. (소박)
판 타블렛을 쓰다가 액정타블렛으로 넘어오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실거에요. 이제 더는 액정타블렛이 아니면 안되는 몸(?)이 되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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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신티크 13HD!! 저기 보이는 이리나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작업툴은 어떤 것을 사용하시나요? 
클립 스튜디오와 포토샵을 사용합니다. 클립스튜디오는 그림 전반의 작업에 사용하고 포토샵은 식자 작업에만 사용합니다.

그 툴을 사용하시는 이유나 특별히 편리한 점이 있나요?
클립 스튜디오만큼이나 웹툰작가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은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벡터레이어는 너무 매력적인 기능이죠. 이 외에도 컷 툴, 집중선 툴, 다양한 유저소스… 등등 작업시간을 단축하고 퀄리티를 높이는데 클립스튜디오를 능가하는 툴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PSD로 저장할 때 텍스트들이 래스터화되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꼭 CELSYS가 업데이트 해줬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지요… 포토샵은 위의 단점 때문에 식자 작업 시 병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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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이에요. 만화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구태의연하지만 실질적인 충고를 준다면?
당장의 반응이 좋지 않더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많을 것이란 확신이 있다면 완결까지 달려보는걸 추천하고 싶어요. <예민보스 이리나>는 운이 좋아 런칭 후 반응이 빠르게 온 편이지만 사실 준비기간만 6개월이 넘게 걸렸었거든요. 준비하며 꽤 힘들었어요. ‘확신과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ditorAnne
직업은 기자.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날의 웹툰 챙겨보기. 주말 일정은 늘 신사동의 한 만화카페에 칩거하기.
인터뷰 때 늘 하는 질문, ‘혹시 웹툰 보세요?’ 놀라운 사실은 각양각색의 수많은 인터뷰이 중 웹툰을 보지 않는 이는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하여 오늘도 진지하게 외치는 바, 웹툰은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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