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비툰 작가들, 만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에게 탄원서 제출
박성원 기자   ( 2018-11-15 13:16:22 )
2018-11-15 13: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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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서비스 종결로 논란을 빚고 있는 '위비툰' 소속 연재작가들이 정무위원회 및 '만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만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지난 2012년 발족한 이래 토론회·전시 등 만화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대 국회의 모임에는 원혜영·정병국·이혜훈·도종환·이주영·설훈 등 주요 원내정당의 다선 의원들이 소속되어 있다.(17년 7월 기준)


아래는 그 전문이다.






탄원서

대기업이 창작자를 존중하도록 도와주십시오.

저희들은 웹툰 작가입니다. 웹툰은 90년대 후반 종이매체의 쇠락 이후, 인터넷의 시대와 함께 한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대한민국 최고의 자랑스런 독자적 문화입니다. 시대흐름과 매체변동에 빨리 적응한 결과 한국의 웹툰은 세계시장에서 표준을 선도하고 있고 수출액은 3천만불이 넘습니다.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2천만불 넘게 많습니다. 한국의 만화시장 규모는 매출액으로 1조에 달하며, 그리 많지 않은 인구에도 세계 7위의 규모를 형성합니다. 콘텐츠산업은 우리 시민들의 삶의 일부가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저희들은 위비툰이라는 플랫폼에서 지난 몇 개월간 연재를 했습니다. 위비툰은 우리은행에서 만든 플랫폼입니다. 연재는 지난 6월부터 진행되었습니다. 얼마 전 우리은행은 위비툰 사업을 내년 2월까지만 지속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애초 계약기간을 일 년으로 설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콘텐츠사업을 이처럼 단기간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계약기간 일 년에서 플랫폼 개발과 콘텐츠수급에 쓴 몇 개월을 제외하면 실제적 웹툰의 연재기간은 7개월 남짓한 시간이 됩니다. 저희는 우리은행이란 대기업이 문화산업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일을 벌였다고 봐서 연재를 시작했지, 맛뵈기 이벤트에 끼어든 게 아닙니다. 이렇게 일찍 종료할 줄 알았다면 연재를 시작하지 않았을 작가들이 대부분입니다. 웹툰은 한편의 작품을 창작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농부가 씨앗을 심고 비료와 물을 주고 가꿔서 나무로 성장시키고 열매를 거두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우리은행이 창작자에게 저지른 행각은 막 씨를 뿌려 물을 주고 있는데 나무가 되기도 전에 밭을 뒤엎고 농부를 내쫓는 행위와 다름이 없습니다. 이럴 것 같으면 처음부터 밭을 내주고 씨를 심으라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대기업으로서 문화사업을 시작하면서 이처럼 무책임한 행태를 벌인 사례는 전례가 없습니다. 우리은행은 분명 처음 위비툰을 오픈하면서 “금융계 최초의 웹툰 플랫폼으로 지속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를 발굴해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것을 믿었기에 저희는 위비툰에 작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참여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저희에게 연재 4개월 차쯤 플랫폼 철수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고, 자신의 자식과도 같은 작품이 완결도 못한 채 중단 당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중단된 작품의 운명은 어디서도 받아주는 곳이 없기에 그저 폐기처분 당하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하나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까지는 구상에서 기획, 취재 등 수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즉 이번 사태는 그 모든 눈에 보이지 않는 작가의 시간과 노력이 모두 폐기처분 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창작자의 좌절과 고통을 우리은행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일이 용인된다면 우리나라 웹툰 산업은 크게 타격을 받을 것 입니다. 수많은 창작자가 좌절하여 펜을 꺾게 될 것입니다. 한 나라의 문화성장에 공헌을 해야 하는 대기업이 오히려 문화발전을 저해하고 후퇴시키는 전무후무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우리은행이 위비툰에서 철수를 선언한 이후 그간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발을 빼기 위한 핑계를 쌓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은행은 위비툰 사업에 단 1원의 홍보비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그간 홍보가 전혀 되지 않아서 독자님들은 지금 저희가 공론화의 길을 택한 이후에도 “위비툰이 뭔데?”라고 묻고 있는 형편입니다. 보다 못한 웹툰 공급업체가 인천지하철에 웹툰 광고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우리은행 측은 ‘우리은행’은 표기하지 말고 ‘위비툰’ 로고도 최대한 축소해달라는 식으로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저희들은 우리은행 측이 행장이 바뀌면서 이전에 추진되던 사업을 계약해지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쉽게 되지 않으니 진행은 하되 일이 안 되는 쪽으로 몰아갔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우리의 문화산업에 이러한 선례가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갑을관계의 부조리함을 뒤엎는 현재의 시대정신에도 어긋납니다.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와 창작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아볼 수 없는 안타까운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연재 작가님들 중에는 연재작으로 영화화/드라마화 논의가 진행되다가 이번 사태로 논의가 중단된 사례까지 존재합니다. 금전적 손해는 물론이거니와 정신적 피해도 막심한 상황입니다. 영화화, 드라마화의 성공여부는 아무도 모르지만 월드컵 대회를 앞둔 선수의 다리를 잘라버리는 것과 같은 일을 저희는 당했습니다.

정치권에서 도와주십시오. 우리은행이 사태를 책임 있게 해결하도록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우리은행이 직접 나서 작가들의 손해와 상처를 보듬고 보상할 방안을 강구하도록 해주십시오. 우리은행이 연재 작가들과 소통창구를 마련한 건 단 한 번, 사업 종료 입장을 밝힐 때 뿐 이었습니다. 향후에는 대기업이 파편화된 창작자들에게 이러한 갑질을 행사할 수 없도록, 입법을 고민해주십시오.

저희들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곳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알게 된다면 많은 시민들이 저희에게 공감하고, 우리은행에 분노할 거라 생각합니다. 정치권에서 중재와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주신다면, 사태의 원만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저희의 호소에 응답해주십시오.


[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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