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허구와 보편적 삶의 조화 <덴마>
by 홍난지   ( 2018-07-16 17:32:00 )
2018-07-16 17: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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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리뷰]덴마 - 양영순

양영순 <덴마>


2016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작


양영순 작가는 1995년 성인만화 주간지, <미스터블루> 신인만화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당시 ‘천재’, ‘외계인’으로 불릴 정도로 단숨에 만화계에 주목받는 신인으로 등장한 양영순 작가는 안정되고 수려한 작화실력과 특유의 재치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출판에서 웹으로 만화가 이식되어 가는 불안정한 시기에도 쉼 없이 작품을 만들었고, 웹툰으로의 이주도 성공적으로 하는 듯 했다. 그러나 유독 장편연재만은 순탄치 않아 연이은 작품 미완결로 팬들의 애를 태웠다. 이후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로 야심차게 돌아온 <덴마>는 양영순 작가의 이름을 다시금 독자들의 마음에 새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양영순의 <덴마>는 양영순 작가의 작품관과 삶이 모두 녹아든 작품이며 그가 작품에서 보이려 하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웹툰 리뷰]덴마 - 양영순[웹툰 리뷰]덴마 - 양영순

천재라는 호칭과 작가로서의 자기 성찰

양영순은 <누들누드>, <아색기가>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데뷔부터 그를 따라다녔던 ‘천재’라는 호칭은 누구나 그의 작품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특별함이 증명했다. 특히 그의 캐릭터는 당시 우리나라 만화의 데포르메에서 흔하게 볼 수 없던 사실적 인체와 기호화된 얼굴을 스타일리시하게 묘사하고 있었으며, 정교하고 능숙했기에 ‘천재’로 불리는데 이견을 갖지 않았다. <누들누드>, <아색기가>는 성인을 타깃으로 만들어졌으나 코믹함에 주력하여 만들어졌으며 에피소드형으로 만들어졌다. 그에게 작가로서의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장편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가지면서 부터다. 이미 양영순이란 이름은 하나의 장르로서 기능했기에 자기혁신이 필수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양영순은 자기복제 대신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채우고자 했다. 양영순은 참신한 소재발굴과 작화력이 뛰어난 재기 넘치는 천재에서 꾸준한 재미를 선사하는 스토리텔러로서 변신을 꿈꿨고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천착

양영순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웹으로 만화가 이식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세대들에 의해 창작되는 ‘웹툰’에서 여러 감정을 느꼈다. 새로운 문법을 창조해내고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나면서도 꾸준하고 성실하게 연재하는 신인작가들을 보며 경외감을 느낀 것이다. 변화하는 만화계에서 어떻게 본업을 잃지 않고 계속 작업하면서 살 수 있을지에 대해 근원적인 불안이 생겼다. 어쩌면 스토리텔러로서의 변모는 웹툰으로 이주해오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또한 양영순은 이제껏 집중해왔던 ‘재미’가 새롭고 자극적이며 남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왔다면, ‘꾸준함’과 ‘약속’이 연재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재미라는 것을 깨달았다.


[웹툰 리뷰]덴마 - 양영순

덴마, 삶과 SF적 상상력이 만난 시너지

<덴마>는 질량 등가 치환 능력을 가진 퀑(Quanx)이 뇌전단 스캐닝에 의해 12살 짜리 어린아이의 몸에 갇혀버린 우주 택배회사 직원 덴마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덴마는 자신이 왜 어린아이의 몸에 갇혀 있는지, 이전의 본인은 어떠한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독자들과 함께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더불어, 덴마가 자신에 대한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서는 우주 택배회사 실버퀵과 특별한 능력을 가진 퀑들의 관계, 나아가 우주 패권을 쥐기 위한 음모들이 얽혀 있기에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로서 이야기가 진전해 나가고 있다. <덴마>는 작품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과학적 기술과 종교적인 이념들이 복잡하게 섞여 있어 독자들이 쉽게 작품의 재미에 집중하기 어려워 보이나, 양영순이 택한 재미는 어렵고 복잡한 세계관의 이해가 아니다. 인간의 삶에 대한 천착이 그가 <덴마>에서 궁극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재미인 것이다.


[웹툰 리뷰]덴마 - 양영순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

<덴마>는 덴마를 둘러싼 세계의 여러 캐릭터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옴니버스 형식을 택하고 있다. 옴니버스 중 <식스틴>은 태모신교 사제 이델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 <피기어>에서는 가장이라는 무게를 묵묵히 견디는 아버지의 삶에 대해 다룬다. 에서는 괴팍한 과학자 고드의 짝사랑과 애증의 감정에 집중하면서 고드 박사가 진행했던 ‘엔젤프로젝트’의 목표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콴의 냉장고>, 에 등장한 지로는 결코 회생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지로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비로소 그가 어둠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덴마>는 여러 옴니버스 이야기를 통해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와 실마리들을 보이며 여러 캐릭터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특수한 세계관과 독특하고 복잡한 설정들 속에서 나타나는 캐릭터들은 2010년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누구나가 경험하고 있을만한 것들을 지칭한다. 이델과 지로를 통해 청년 세대들의 아픔을, 피기어를 통해 대한민국 가장들의 무게를, 고드박사를 통해 사회와 개인의 관계와 그 안에서 희생될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덴마>는 인간관계와 사랑, 고통, 관계, 즉 삶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기에 독자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는 것이다.


[웹툰 리뷰]덴마 - 양영순

작가로서 양영순을 대표할 작품, <덴마>

대중을 상대로 한 수 많은 만화, 웹툰들 중에서 어떠한 작품들이 수상의 영예를 얻게 되는 것일까? 이 물음은 작가 뿐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일 것이다. 때로는 수 많은 작품을 심사하는 심사위원들도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화/웹툰 비평가로서의 나의 대답은 그것이다. 수 많은 작품들 중에서 어떠한 작품이 인간의 보편적 근원에 대해 탐구하고 있는가? 어떠한 작품이 보편적인 공감을 살 수 있으며 그것의 위해서 이야기가 나아가고 있는가? 나는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는 작품과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한다. 그것이 오랫동안 이야기라는 콘텐츠가 추구해왔던 주요 요인이었고,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이며, 주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제의식은 장편 스토리텔링의 승부처다. 그렇기에 인간 보편 삶에 대해 주목하는 <덴마>는 양영순이 ‘천재 신인’에서 ‘작가’로서 성장하는 필모그래피에서 대표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홍난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만화가 좋아서 만화를 연구하다 박사가 되었고, 진짜 만화박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웹툰에 대한 여러 학술 논문을 저술했으며, 상당기간동안 병맛만화, 개그웹툰, 일상툰의 재미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는 다양한 관점으로 웹툰을 바라보고 비평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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