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방식으로 연결되고 완성된 <마당씨의 식탁>
by 홍난지
2018-06-11 14: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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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씨의 식탁, 홍연식

홍연식 <마당씨의 식탁>

2016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작


홍연식 작가는 1992년 ‘주간 소년챔프 신인공모전’을 통해 데뷔했다. 명랑만화와 소년만화의 중간 어느 지점에서 본인만의 색깔을 찾으려 노력하던 홍연식은 출판만화가 잠식되던 시기와 맞물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수학하면서 작가로서 변곡점을 맞이한다. 작가로서의 활동과 학생으로서의 생활, 가정의 일원으로서의 일상을 겸하면서 도시에서 벗어난 홍연식은 본인의 자전적인 일상을 그린 <불편하고 행복하게>를 통해 2012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한다. 이어 2015년에도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한 <마당씨의 식탁>은 불편하지만 행복한 삶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관조하는 내용으로 호평을 받았다. <마당씨의 식탁>이 가진 힘은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얻어진 본인과 가족에 대한 긍정, 그리고 결코 끊어낼 수 없는 연결의 발견이다. 연결을 발견하는 것은 거친 흙 밭에서 건져내 어머니의 방식으로 식탁에 오른 음식에서 비롯된다.


마당씨의 식탁, 홍연식

마당씨가 이끄는 두 가족

마당씨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파주의 한적한 곳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다. 조금 불편한 삶이지만 본인만의 가정을 꾸리고 작업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마당씨의 일상에서 빼먹을 수 없는 것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는 일이다. 이제 막 환갑에 접어든 어머니는 술에 기대어 사는 아버지와 함께 단 둘이 살고 있다. 몸이 아픈 노모는 역시나 병들어 움직이는 것이 어려운 아버지를 보필하느라 여념이 없다. 아내는 병든 두 분의 삶이 위태롭고 안타까워 함께 살며 돌보자고 제안하지만, 마당씨는 단호하게 거부한다. 마당씨가 힘들게 이룬 나름대로 행복한 삶이 부모에 의해 침범당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마당씨의 식탁, 홍연식

현재의 행복을 위해 지워야했던 가족

마당씨의 어린 시절 가족에 대한 기억은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을 통해 느껴지는 충만한 행복과, 이에 완벽하게 반대되는 아버지의 알콜 중독과 가정폭력으로 점철된다. 마당씨의 아버지는 행복으로 상징되는 어머니와 마당씨 형제의 밥상을 뒤엎는 존재다. 그래서 마당씨 형제는 성장한 이후 아버지를 두고 어머니와 함께 집을 뛰쳐나온다. 아버지가 없는 행복은 마당씨 형제가 본인의 앞가림을 하는데 여념 없어지기 전까지 짧은 시간동안 영위되었다. 마당씨는 본인의 행복을 위해 뒤를 돌아볼 여력이 없었고, 어머니는 그 기간 동안 소외되면서 다시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다. 이제 마당씨에게 소중하고 지켜야할 대상은 본인이 꾸린 가족이며, 어머니는 그 대상에서 제외되어 버린 후, 빠르게 노쇠해 버렸다.

마당씨는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갈 때마다 어머니가 동년배들보다 삶의 의지가 적고 노쇠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에 반해 마당씨 형제와 어머니를 못살게 굴었던 아버지는 아직도 어머니의 위해서 군림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왜 어머니가 빠르게 삶을 포기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봤을 때 행복한 밥상을 뒤엎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마당씨는 불행한 부모의 삶의 이유를 아버지로 귀결해버린다.

하지만 마당씨가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키우는 것은 본인의 지나온 삶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행동이 잘못된 것은 사실이지만, 어머니의 삶의 의지를 꺽어버린 것은 마당씨가 그토록 갈구했던 행복과도 연관되어 있다. 마당씨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행복한 삶을 위해 이전의 불행과 분리를 원했다. 그렇기에 철저하게 이전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려 했으며, 그 연결고리 안에는 마당씨의 유년시절의 행복도 속해 있다. 분명히 마당씨의 과거는 불행한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현재의 행복을 지키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과 불안이 과거를 모두 악한 기억으로 치부해버리고 끊어내려 했던 것이다.


마당씨의 식탁, 홍연식

어머니에 의해 연결된 가족

마당씨는 아내와 아들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마당씨가 만드는 음식은 어머니의 방식 그대로다. 어머니가 해 주시던 김치, 된장국 등은 마당씨가 그토록 분리하려 노력했던 것과는 다르게 어머니와 마당씨가 서로 연결되었음을 알려준다. 어머니의 방식대로 만든 음식이 마당씨가 현재의 가족과 누리게 된 행복임을 확인하고 마당씨는 이제야 본인의 행복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마당씨는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음을, 마당씨가 음식을 만드는 방식은 어머니와 마당씨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임을, <마당씨의 식탁>은 말하고 있다.


홍난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만화가 좋아서 만화를 연구하다 박사가 되었고, 진짜 만화박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웹툰에 대한 여러 학술 논문을 저술했으며, 상당기간동안 병맛만화, 개그웹툰, 일상툰의 재미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는 다양한 관점으로 웹툰을 바라보고 비평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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