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을 전하고 싶은 <단지>
by 홍난지
2018-04-30 13: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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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는 ‘2017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작으로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내면의 상처를 드러낸 자전적 웹툰이다. 2015년부터 레진코믹스에 연재된 <단지>는 화자가 직접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법으로 독자로 하여금 몰입감과 공감뿐 아니라 주인공을 향한 응원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단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가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다.


응원을 전하고 싶은 <단지>

단지 작가의 <단지>는 가족과 겪고 있는 어긋난 감정들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단지는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와 남동생과 함께 살아오면서 매우 불합리하고 무정한 삶을 살았노라고 고백한다.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작가는 이야기를 할 도구로서 웹툰을 선택했고, 그 아픈 속내는 웹툰에 의해 비밀스러운 일기장으로부터 빠져나왔다.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의 세밀한 감성에 주안점을 둔 <단지>

<단지>는 매우 개인적인 일에서 파생되었으며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써왔던 일기장에 기인하고 있기에 일반적인 만화들이 갖고 있는 스토리텔링 구조와는 다르다. 일기장에 쓰는 글은 본인 위주의 본인을 위해 쓰였으며 독자를 의식하지 않은 글이기에 그것에 바탕을 둔 서사가 독자에게 어떠한 식으로 받아들여질지는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단지>는 스토리텔링적인 완성도 보다는 한 개인의 세밀한 감정선을 전달하는 것을 우선시 했다. 어찌 보면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일들이기에 그것의 밑바탕이 어린 시절 써내려갔던 일기장이라 하더라도 당시의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은 뛰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단지>는 스토리적인 완벽함보다는 독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 웹툰이라 볼 수 있다.


보통의 상태로 나아가려는 이야기

<단지>는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소재 상으로 일상툰과 구분하기 어렵지만, 일상툰이 보편적인 가족애를 그리고 있다면, <단지>는 특정한 가족사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일상툰이나 그 밖의 콘텐츠들에서 파생된 ‘가족’에 대한 개연성은 소소한 부딪힘이 있더라도 화해와 사랑으로 귀결되는 행복이다. 그러나 <단지>에서 묘사되는 가족은 정형화된 ‘대개 그러리라고 생각되는 성질’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기에 <단지>는 매우 낯설게 다가온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야기란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정상성이 깨져버린 상태를 정상으로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므로 가족 소재의 이야기는 비정상적인 상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새엄마, 새아빠, 폭력, 이혼 등 정형화된 가족의 이미지와 상반된 요소들이 가족 이야기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보았을 때 단지가 꺼낸 가족사는 더 이상 생경한 것이 아니게 된다. 그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개인적인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의 현실감과 개연성

<단지>의 낯설음은 그것이 진짜라는 작가의 고백,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하는 듯한 말 걸기에서 드러난다. 웹툰은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픽션임을 가정하지만 <단지>는 논픽션이라는 사실을 작품 내부에서 작가가 직접 밝힌다. 작가가 털어놓는 대사 이외에도 일기장을 통해 전해지는 세세한 감정들은 그것이 꾸며낸 이야기일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근래의 웹툰은 스마트폰이라는 매우 개인적인 디바이스를 통해 소비된다는 점에서 <단지>는 독자와 교감하기에 적합하다. 개인적인 디바이스를 통해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며 독자에게 말을 거는 방식은 댓글 없이도 공감에 대한 답변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작가와 독자와의 사이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즉,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오는 현실감은 오히려 이야기의 개연성에 강하게 관여하면서 독자를 몰입시킨다.



말하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아물 수 있다면

<단지>는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그와 같은 상처를 갖고 있는 독자에게 위로를 주고 공감을 얻었다. 작가가 밝혔듯이 <단지>는 작가 자신의 한풀이 웹툰이다. 그러나 그가 받은 많은 관심과 사랑은 더 이상 <단지>를 작가 개인의 한풀이 만화에 머물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단지>는 상처받은 자신을 위로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고 이 작품을 보고 위로 받은 독자에게도 같은 의미이기에 결말은 매우 중요하다. 무조건적인 가족과의 화해를 끌어내 보편적인 가족의 개연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혀 중대하지 않다. 다만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일은 매우 절실하다. 이것은 단지 자신의 이야기이며, 삶과 연관된 것이고, 이것을 지켜보는 독자들이 많으므로 그가 어떠한 과정 안에 있던 행복해져야 한다. 비밀을 공유한 독자들은 단지의 행복을 응원하고 있으므로.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홍난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만화가 좋아서 만화를 연구하다 박사가 되었고, 진짜 만화박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웹툰에 대한 여러 학술 논문을 저술했으며, 상당기간동안 병맛만화, 개그웹툰, 일상툰의 재미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는 다양한 관점으로 웹툰을 바라보고 비평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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