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와 선희의 행복한 삶을 위한 성장 통과의례, <아, 지갑놓고나왔다>
by 홍난지
2018-03-12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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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리뷰]아 지갑놓고나왔다 - 미역의효능


2017년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작 

노루와 선희의 행복한 삶을 위한 성장 통과의례, <아, 지갑놓고나왔다>


미역의 효능 작가의 <아, 지갑놓고나왔다>는 2015년 3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다음웹툰에서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딸의 죽음 이후로 엄마와 딸이 서로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 지갑놓고나왔다>는 이야기 콘텐츠들에서 일반적으로 묘사되는 엄마와 딸의 관계보다 엄마와 딸이 개별적 존재로서 겪는 성장에 집중한 작품이다. 엄마와 딸이 서로의 삶에 있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으나 의지하고 기댈수록 홀로서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때로는 휘몰아치는 감정적 내레이션으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웹툰 리뷰]아 지갑놓고나왔다 - 미역의효능

어른스러운 딸 노루와 아이같은 엄마 선희

너무 이른 시기에 어른이 되어버린 아홉 살 노루는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 같은 엄마 선희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던 이 가족에게 모진 풍파가 불어닥치게 되는데, 바로 노루의 죽음이다. 교통사고로 노루가 하늘나라로 간 후 엄마는 식음을 전폐하고 노루를 그리워한다. 노루는 엄마가 걱정되어 현세를 떠돌며 행여 엄마가 밥을 굶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놀이터의 모래밭에 떨어진 동전을 주워다 엄마 머리맡에 놓아둔다. 생전에 엄마, 선희보다 어른 같았던 노루는 엄마가 본인에게 의지하는 바를 알았기에 어른처럼 행동했고 죽어서도 엄마 걱정에 이승을 떠도는 영혼이 되어버렸다. 이승에 떠돌던 노루는 ‘환생’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귀신을 만난다. 노루는 엄마를 위해 환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환생의 여정에 동참한다.


[웹툰 리뷰]아 지갑놓고나왔다 - 미역의효능

영화 <몬스터 콜>에서 성장의 통과의례를 겪는 코너

아픈 엄마와 이별을 해야 하는 소년의 성장에 대한 영화, <몬스터 콜>에는 엄마가 아프기 때문에 더욱 어른스럽게 행동하거나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코너가 등장한다. 코너는 어느 날 부터 악몽에 시달리는데, 무너져가는 집 앞에서 엄마가 낭떠러지에 매달려 코너의 손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있어야만 하는데, 코너는 매번 꿈에서 엄마의 손을 놓치고 마는 악몽이다. 이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코너는 몬스터를 마주하게 된다. 몬스터는 앞으로 코너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말하고, 그 때까지 코너가 몬스터에게 진실을 말해야한다고 전한다. 과연 코너의 진실을 무엇일까?

 코너는 몬스터가 해주는 세 가지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자신이 어떠한 진실을 이야기해야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코너가 마음 속에 꽁꽁 감추고 있던 진실은, 코너가 지금껏 봐왔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과는 정 반대 편에 있는 마음이다. 엄마가 완쾌되었으면 좋겠지만, 한 편으로는 엄마가 얼른 죽어버려 이 힘든 시간이 하루 속히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것. 그러나 어린 코너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착한 어린이 코너가 말할 수 없었던 마음 속 진실된 마음은 한 가지 모습만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밝은 달의 뒷면에 있는 또 하나의 진실을 알면서도 외면하곤 한다. 그 달의 이면을 발견하고 인정하면서 한 인간을 성장한다.


[웹툰 리뷰]아 지갑놓고나왔다 - 미역의효능

어른스러움을 강요 당한 노루

부모는 우리가 이 땅에 태어났다는 사실에서부터 이미 존재하는 것이기에 아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영화 <마더>를 보면, 엄마라는 존재의 맹목적이고 비이성적인 비뚤어진 모성애가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반면 ‘엄마’라는 존재가 자식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베풀고 희생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아, 지갑놓고나왔다>의 노루는 그러한 엄마의 사랑을 받았다고 말할 수 없다. 노루가 어른스러웠던 것은 어른이 되지 못한 엄마, 선희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를 잘 알 수 있는 것은, 노루가 <아, 지갑놓고나왔다> 시즌 1에서 감정을 폭팔시키는 장면이다. 

“나도 아이처럼 굴고 싶었어!” 

너무 어린 나이에 현실을 알아버린 노루가 가여워서 마음 아프고 어른이 되지 못한 선희가 노루에게 의지했던 마음이 가여워 눈물이 난다. 결국 노루가 저승으로 향하는 모험 길은 아이로 살아보지 못한 노루가 선희에게 베푸는 마지막 선물의 여정이다. 노루가 환생하고자 했던 것도 엄마를 돌보기 위함이었으므로. 


노루와 선희의 성장을 응원하며

노루가 떠난 여정에서 환생은 가능할까? 노루가 환생하는 것이 엄마, 선희와 노루에게 모두 이로운 방향인 것일까? 왜 이들은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을까? <아, 지갑놓고나왔다>는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시작해 선희와 노루, 두 명의 인물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선희와 노루가 서로만을 의지했던 관계에서 어떻게 홀로서기를 하고 새 삶을 살아가는지 궁금해진다. 선희와 노루가 행복해지길 바라고 그들의 성장을 응원하게 만드는 <아, 지갑놓고나왔다>는 2017년 오늘의 우리 만화 수상작이다.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홍난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만화가 좋아서 만화를 연구하다 박사가 되었고, 진짜 만화박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웹툰에 대한 여러 학술 논문을 저술했으며, 상당기간동안 병맛만화, 개그웹툰, 일상툰의 재미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는 다양한 관점으로 웹툰을 바라보고 비평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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