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연재 중단에 대한 작가의 법적 책임 유무 이슈
by 잠뿌리
2018-05-17 1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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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연재 중단에 대한 작가의 법적 책임 유무 이슈, 하테나, 익명 다이어리

20185월 초. 일본의 블로그 서비스 하테나의 어떤 익명 다이어리에서 만화 연재를 중단하거나 포기하면 작가를 벌하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된 바 있다.

해당 기사가 한국 사이트에 번역되어 올라와 각 커뮤니티에서 웹툰에 대입되어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 웹툰 역시 작품의 연재가 중단되거나, 온전히 완결되지 못한 채 어중간하게 끝나는 사례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웹툰 싸우자, 귀신아같은 경우만 해도. 시즌 하나가 연재 도중 이해할 수 없는 내용 전개와 함께 통째로 날아간 뒤, 시즌 자체를 새로 시작했다가 끝내 완결을 내지 못한 채 연재가 중단된 바 있다.

본론으로 넘어와서, 작품 연재 중단을 작가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즐겨보던 작품이 갑자기 연재가 중단되면 독자 입장에서는 상심이 큰 것은 이해가 가나, 그렇다고 작가를 벌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생각이다.


보통, 어떤 작품이 연재가 중단될 때는 중단되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작가가 건강이 좋지 않거나, 이른바 어른들의 사정이라고 작품의 인기가 떨어졌을 때 플랫폼(출판사)의 지시로 급하게 종결시키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작가의 건강 악화로 인한 연재 중단은 그야말로 불가항력적인 일이라서 작가를 탓해서는 안 된다.

작품의 인기가 떨어졌을 때 연재 중단. 또는 급종결을 하는 것은 사측의 요구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라서 작가가 계속 연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라 따져야 할 대상이 다르다.

엄밀히 말하자면 작가한테 따질 게 아니라, 작가의 작품을 연재하는 플랫폼(출판사)를 타박해야 할 일이다.


만화 연재 중단에 대한 작가의 법적 책임 유무 이슈

인기가 떨어져도 작품을 끝까지 연재시켜주는 보장이나 지원은 아무것도 없는데, 작품 연재 중단의 책임을 모두 작가한테 돌리는 게 말이 되겠나.

작품 연재 중단에 있어 독자가 작가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독자의 후원을 통해 작가가 연재를 하는 경우에나 가능하다.

별도의 플랫폼, 에이전시를 거치지 않고 독자 후원을 기반으로 두고서 독립적으로 연재한다거나,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단행본을 출시하는 것 같은 걸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애초에 작가의 건강 문제나, 작품의 인기 여부에 상관없이 갑자기 연재가 중단될 때는, 플랫폼과 작가 사이의 계약서에 엄연히 관련 조항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작가 처벌을 외치지 않아도 알아서 법적 처리가 된다.


장르 소설도 마찬가지인데. 보통, 작품 계약을 할 때 시기를 딱 정해 놓고 그 안에 원고(작품)을 만들어서 보내야 한다는 게 명시되어 있어서 작가가 마음대로 작품을 끊을 수는 없다.

어딘가와 계약을 하고서 정식으로 연재를 하는 시점에서, 연재에 대한 개인의 자유는 사라진다. 기분 내키는 대로 올리고 말고 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설령 작가가 자기 작품을 감당할 수 없어서 연재를 중단한다고 해도, 사측과 작가가 쌍방 합의하에 계약을 파기해서 일을 처리하니 작품의 연재 중단이란 게 무슨 불법적인 일인 것까지는 아니다.

독자의 아쉬움을 감성에 호소할 수는 있어도, 법적 규제를 요구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작품 연재 중단 이슈에 한해서, 작가는 작품 연재의 지속이나 중단뭐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사측은 작품 연재의 생사여탈권을 손에 쥔 채로 소위 말하는 어른들의 사정이란 이유로 시장 논리 운운하면서 인기와 수익 여부에 따라 냉정하게 작품을 폐기하여 모든 리스크를 작가한테 떠넘기니 그 현실을 규탄해야 마땅하다.


결과적으로 작품 연재 중단을 따지고 싶다면 애먼 작가를 갈굴 게 아니라 플랫폼/출판사에 따져 묻는 게 순리에 맞고 사측이 작품의 연재 중단을 강제하는 가혹한 창작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작품이든 온전히 완결될 수 있게 연재를 보장해주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사측이야 돈이 안 되는 작품을 억지로 끌어안고 갈 필요가 있나?’라고 말할 수 있고 그건 현실적으로 볼 때 맞는 말이지만 어디까지나 사측 입장일 뿐이다.

그 현실 논리로 인해서 지금까지 피눈물을 흘려 온 작가와 오죽했으면 연재 중단 작가의 법적 규제 발언까지 하게 된 독자의 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잠뿌리
http://jampuri.egloos.com/ <- 변방의 작은 블로그인 이글루를 10년넘게 운영.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전반에 걸쳐 밥먹듯이 리뷰를 하는 헤비 리뷰어 겸 경력 15년차 장르 소설가 (최근 장르 소설 연재작 적인왕) 게임/소설/만화 시나리오, 원고, 필사, 교정, 칼럼 등등 외주 일거리 환영! [jampu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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