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뿌리의 웹툰 칼럼
한국 웹툰 작가 블랙리스트 논란
by 잠뿌리
2017-12-04 13:43:32

 

20171121. 한국 만화가 협회에서 블랙리스트에 관한 공지가 올라왔다.

 한국 웹툰 업계에서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플랫폼 측에서 작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작가들을 차별하고 불이익을 주는데 사용하며, 주요 대상은 계약이나 기타 여러 사항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거나 개인 SNS에 관련 사항을 올릴 경우 그것을 사찰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는 것으로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작가들의 제보를 바란다는 내용의 글이다.


 그게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 나온 말은 아닐 것이다.

 과거 한국 웹툰계에서도 모 웹툰 플랫폼과 작가가 트러블이 생겼을 때. 플랫폼 측에서 전화 통화로 자기네가 다 정보 공유하고 있는데 당신(작가) 매장시킬 거라고 으름장을 놓아서 논란이 생긴 일도 있었다.

 공개적으로 밝혀진 것은 그 사례가 처음이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건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잠재적 블랙 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데 창작계 전반에 걸쳐 업계에서 힘 좀 쓴다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은 매장 발언을 입에 달고 살아서 거기에 근원을 두고 있다. (심지어 플랫폼 편집장이 작가가 아니라 내부 직원 갈굴 때도 너 이 업계에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게 할 거야 라고 한 사례도 있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매장 발언이 아니라, 업체가 공유하는 블랙리스트 의혹이라서 스케일이 훨씬 크다.

개인이 매장 발언을 할 때는 과장. 속어로 뻥카로 볼 수도 있지만, 업체가 블랙리스트를 공유한다는 의혹은 과장으로 보기 어렵다.

 문득 한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자행되어 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정부의 성향과 맞지 않은 문화 예술계의 사람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사찰하고 탄압한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전 정부의 블랙리스트는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을 탄압했다면, 한국 웹툰발 블랙리스트 사건은 갑을 관계에서 을의 입장에 있는 작가를 착취하고 탄압하는 것에 앞장서서 쓰였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계약서에는 계약 내용의 비밀 조항이 있다. 계약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조항이다. 소설, 만화, 게임 등의 창작계 뿐만이 아니라 내부 정보를 관리해야 되는 업종이라면 빠짐없이 들어가는 조항이다.

 그 때문에 계약 조항의 공개는 법적인 부분에서 무조건 지지할 수는 없으나, 계약 조항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 , 부당한 계약에 대한 지적과 항변의 측면에서 보면 감성적인 부분에서 이해의 여지가 있다.


 계약 조항을 공개하지 않는 선에서 플랫폼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밝히고 공론화시키는 것은, 개인의 일을 떠나서 한국 웹툰계의 열악한 환경을 알리고 개선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니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헌데, 그러한 일련의 행동들을 잘못된 것으로 규정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차별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일이다어떤 충돌과 문제가 있다면 플랫폼과 작가 사이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지. 그걸 이 작가 괘씸하니 절대 계약하지 마라!’라고 다른 플랫폼과 공유한다니 도가 지나친 행위다.


 작품 외적으로 작가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연루되어 불미스러운 일을 했다면 플랫폼의 보이콧 운동으로 업계에서 퇴출하는 게 맞지만... 을의 입장에서 부당함을 호소하고 착취당한 것을 고백하는 것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만큼의 괘씸죄로 보는 것은 결코 작가와 플랫폼이 상생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그런 작가들하고 협의할 생각이 없다면 비즈니스적인 관계에서 깨끗하게 정리해야지. 이 작가 쓰지 말라고 업체끼리 안 좋은 쪽으로 의기투합하면, 그게 되겠는가.

 한국 웹툰계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플랫폼 측이 작가를 착취하고 탄압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블랙리스트는 지양되어야 할 일이다. 

잠뿌리
http://jampuri.egloos.com/ <- 변방의 작은 블로그인 이글루를 10년넘게 운영.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전반에 걸쳐 밥먹듯이 리뷰를 하는 헤비 리뷰어 겸 경력 15년차 장르 소설가 (최근 장르 소설 연재작 적인왕) 게임/소설/만화 시나리오, 원고, 필사, 교정, 칼럼 등등 외주 일거리 환영! [jampur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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