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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에서 배운 리얼 페미니즘 (좋아하면 울리는 / 설희 / 아 지갑 놓고 나왔다)
by EditorAnne
2017-06-27 10:43:15


 비욘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권리가 동등하다고 믿는다면 당신도 페미니스트라고. 그래서 저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여권신장이 핫한 키워드가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세상은 여자들에게 훨씬 더 가혹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페미니즘은 남자를 적대시하라는 게 아니라 여자가 더욱 강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강해지는 게 뭐냐고요? 남자가 만든 개념녀 프레임 거부하는 거, 나이 많다는 이유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안 지키는 사람들에게 No라고 말하는 거, 내 욕망에 솔직해지는 거, 맘에 안 드는 남자가 대시하면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부하는 거, 맘에 드는 남자가 보이면 먼저 꼬시는 거? 그리고 내 인생의 선택권자는 나밖에 없다는 거 잊지 않는 거요. 웹툰에서 만난 리얼 페미니즘을 소개하며 이 칼럼도 바이바이 할까봐요.


사랑할 사람은 내가 선택한다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좋아하면 울리는>. 미적미적한 속도로 네티즌의 원성을 사던 작가님, 이번 주에는 속시원하게 명장면 하나 만들어주셨는데요. 주인공 조조 역시 기구한 삶의 주인공입니다. 가난을 견디다 못한 부모는 조조만 남기고 자살했고요. 조조는 이모 댁에서 신데렐라처럼 구박받으며 더부살이를 하죠. 인생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선오와는 눈물을 머금고 헤어졌고요. 성인이 된 조조는 잘 나가는 인터넷 소설 작가가 되었고, 학창시절부터 그녀를 짝사랑해온 해영이와 연인이 됩니다. 몸을 쪼개는 듯한 번개 같은 사랑은 아니지만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그런 어른의 사랑이요. 그리고 해영의 좋알람을 울려주기 위해 용기를 내어 리얼 생존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하게 되는 조조. 그리고 선오와 조조는 오랜만에 재회합니다. 선오는 여전히 조조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조조는 말합니다. 너랑 했던 것 같은 사랑은 다시 없겠지만 난 이제 해영이를 사랑한다고요. 이제 나를 보내달라고요. ! 찰나의 감정과 온화하고 지속가능한 사랑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로움 보소!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매달리는 선오는 매력적이지만 현실 연애의 대상으로는 미안하지만 빵점.


선택의 기로에서 용기를 낸다


조선시대에 태어난 설희는 외계인과 조우한 이후 평생 죽지 않고 천형같이 긴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겉보기에는 20대 중반의 아름다운 소녀지만 그 안에는 몇 백년간 쌓아온 삶의 노하우가 빼곡이 들어차있죠. 아마도 세라는 설희가 진심으로 마음을 내어준 유일한 동성친구일거에요. 기약 없이 떠나려는 설희에게 세라는 너처럼 세상을 여유있게 보고 싶었다. 상처받지 않고 세상일을 다 이해할 것 같은 시선을 가진 너처럼 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그런 세라에게 설희는 중요한 한마디를 던집니다. 선택의 순간에서 용기를 내라고요. 그리고 미련 없이 돌아서 떠납니다. 그 뒤로 세라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느냐고요? 꿈같았던 설희와의 시간을 뒤로하고 자신의 인생으로 돌아가 다시 힘을 내죠. 원래 꿈이었던 작가가 되어 첫사랑과 조우하고 결혼에 골인하고요. 너무 꿈같은 이야기라고요? 아니거든요? 실생활에는 인생에 찾아오는 수많은 기회의 순간에 자존심 버리고 달려들어 쟁취해나가는 수많은 작은 영웅들이 있습니다. 아후, 진짜라니깐.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를 분리한다


<아 지갑놓고 나왔다>의 선희는 기구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어린 시절 남자사촌들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엄마와 둘이서 살아왔죠. 소문과 선입견은 어린 선희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았죠. 설상가상 엄마는 종교에 너무 푹 빠져서 아픈 딸을 돌보지 못하고요. 그러다가 임신하게 된 선희는 결국 집을 나옵니다. 그렇게 태어난 딸 노루를 목숨 바쳐 사랑했지만 사고로 잃고 말아요. 여자가 겪을 수 있는 모든 불행을 집약한 것 같은 삶이지만 최종회에서 결국 그녀는 인생을 이겨냅니다. 어떻게? 과거의 상처들이 현재의 나를 불행하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운명이란 건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죽은 딸 노루의 가르침이 큰 역할을 했지만요.


전에도 칼럼에 쓴 적이 있는데요. 세계적인 밴드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얻어맞으며 컸어요. 하지만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현재의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과거 때문에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마세요. 한 겨울에 얼어 죽는 새도 스스로를 절대 불쌍히 여기지 않는답니다. D.H.로렌스의 시에 나오는 이야기예요.


Self Pity / I never saw a wild thing / sorry for itself / A small bird will drop frozen dead from a bough / without ever having felt sorry itself. 
자기연민 / 나는 결코 본 적이 없다 / 자신을 동정하는 야생동물을 / 꽁꽁 언 채로 나무에서 떨어져 죽어가는 작은 새 한 마리도 /   결코 자신을 동정하지 않는다.


자기 연민은 개나 주자고요.


EditorAnne
직업은 기자.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날의 웹툰 챙겨보기. 주말 일정은 늘 신사동의 한 만화카페에 칩거하기.
인터뷰 때 늘 하는 질문, ‘혹시 웹툰 보세요?’ 놀라운 사실은 각양각색의 수많은 인터뷰이 중 웹툰을 보지 않는 이는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하여 오늘도 진지하게 외치는 바, 웹툰은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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