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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전에도 그 모양 그 꼴이었을까요? <왕, 그리고 황제> by 정이리이리 작가
by EditorAnne
2017-04-03 11:13:24


정치에 관심이 없을수록 그 사회는 오히려 행복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먼나라 이웃나라>에도 나왔던 이야기인데요. 언뜻 말도 안된다 싶지만 곱씹어볼수록 일리있는 이야기에요. 사회가 안정되고 자신의 할 일에만 집중할 수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정치에 관심가질 일이 뭐겠냐 싶은거죠.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은 현재 불행한 사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전혀 정치에 관심없던 이들이라도, 이제는 그럴 수 없게된 상황이니까요.

오늘 함께 살펴볼 웹툰은 지금 읽기 딱 좋은 작품입니다. 다음에서 연재중인 정이리이리 작가의 <왕, 그리고 황제>입니다. 정이리이리작가는 이전에 <세자전>이라는 작품을 연재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귀여운 그림체와 그와 상반되는 아찔한 정치권력의 세계를 가감없이 그려낸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연재물도 더욱 기대가 되더라고요.


<왕, 그리고 황제>는 첫회, 첫 장면부터 읽는 이의 가슴을 강하게 때립니다. 조선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그 날, 눈물짓는 고종의 얼굴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고종은 무능했을지언정 후안무치하지 않았기에, 이 상황을 몰고 온 것이 자신 탓이라고 자책합니다.


그는 역대 왕들의 위패를 모셔둔 궐 안의 장소로 찾아가 눈물짓습니다. 그곳에서도 계속 자신의 잘못을 탓하며 부복한 채로 오열하다가 정신을 잃는데요. 정신을 잃기 전 생각없이 말한 한 마디가 그만 사실이 되고 맙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힘이 고종과 태종대왕(이방원)의 영혼을 바꿔놓은 것입니다. 이제 고종의 영혼은 조선시대 건국 초기의 태종으로, 그리고 태종의 영혼은 조선 말기 고종의 몸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조선시대에서 가장 용맹했던 건국 초기의 왕과 유약했던 말기의 왕이 서로의 삶을 바꾸게 된다면, 조선에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요? 좋은 일일까요? 그리고 조선의 국운은 연장될까요?




고종은 태종이 된 자신을 보고 경악합니다. 놀란 마음은 쉬이 사라지지 않죠.




반면 고종이 된 태종은 놀랐다기보다는, 먼 후손의 왕이 왕의 재목이 아니라는 것이 답답하고 싫습니다. 역시 태종의 클래스는 다르군요.




고종이 된 태종은 역사서를 읽으며 현 조선의 상황에 대해 파악하려합니다. 아주 옛날 실록부터 읽으니, 자신이 살았던 건국초기 이후의 이야기도 읽게 될 겁니다. 그때 태종은 담담할까요? 아니면 크게 놀랄까요?




그리고 태종이 된 고종은 문제의 양녕대군을 맞닥뜨립니다. 왕의 갖추어야 할 재주를 타고났다고 불리던 촉망받는 세자였지만 방탕한 생활 때문에 폐세자 되는 인물이죠. 나중에 셋째 아들 충녕대군이 세종대왕이 되고요. 먼 미래에서 온 태종은 나라를 크게 발전시킨 세종을 즉위시키기 위해, 양녕대군에게 덫을 치기로 마음 먹습니다.



모든 타임리프물의 공통점은, 절대로 자신이 돌아간 과거에서 무언가를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지금 당장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해도 결과적으로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나기 때문이죠. 그리고 조금 바뀐 현실은 나비효과처럼 점점 커져 미래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수도 있고요. 하지만 태종이 된 고종은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양녕대군을 위한 덫을 짜는 거죠.



조선 최고의 미색으로 으로 유명했던 '어리'와 사랑에 빠져 왕위를 포기해야 했던 양녕대군의 스토리가 이렇게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굳이 덫을 칠 필요가 있었나 싶어요. 초면의 시정잡배들이랑 호형호제라뇨. 그것도 행동을 엄중히 다스려야 할 왕세자가 말이죠. 그냥 내버려둬도 알아서 자기 무덤을 팠을 것 같은 양녕대군.



한 편 고종이 된 태종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섭정이라 함은 어린 왕이 성장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거늘, 고종의 생물학적 나이가 20이 넘었는데 당최 왜 흥선대원군이 이렇게 월권을 휘두르는 것일까요? 몸이 바뀌었다고 그 성질 어디 가겠습니까. 결국 고종이 된 태종은 버럭하고 맙니다. 


자신이 원래 속해있던 세계와 타임리프한 세계, 양쪽에서 둘다 왕의 재목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은 태종.  급기야 다시 한번 엎어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원래 처음이 어렵지 그 이후부턴 쉬워요.




지금까지 연재된 내용을 봤을 때, 어떤 방식으로든 두 왕이 비판을 받지않을까 추측하게 됐어요. 정이리이리작가는 무심한듯 시크하게 정치비평을 날리는데 선수거든요. 하지만 고종은 그래도 조선을 발전시키고 백성의 삶에 관심을 가졌던 세종의 즉위를 위해 일을 꾸미는 반면, 지금까지 나온 회차로는 태종은 그냥 성격을 못 이기는 것처럼 그려진 듯 보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나라의 대소사와 관계없이 민초들의 삶은 언제나 힘겨웠잖아요? 어쩌면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도 우리는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걸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한 빅 스캔들의 단초를 끄집어 낸 것도, 푸른 지붕 집에 사시는 누구를 끌어낸 것도, 현재 진행중인 이 모든 일들이 국민이 주도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100년 뒤 2017년은 어떻게 기록될까요?

EditorAnne
직업은 기자.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날의 웹툰 챙겨보기. 주말 일정은 늘 신사동의 한 만화카페에 칩거하기.
인터뷰 때 늘 하는 질문, ‘혹시 웹툰 보세요?’ 놀라운 사실은 각양각색의 수많은 인터뷰이 중 웹툰을 보지 않는 이는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하여 오늘도 진지하게 외치는 바, 웹툰은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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