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만화가 없는 만화인 이야기 #05. 문화기획자 김성진 사람잇 공동대표
by 툰가1호   ( 2016-08-09 08:03:13 )
2016-08-09 0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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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만화가 없는 만화인 이야기 #05.

문화기획자 김성진 사람잇 공동대표

 

 


제작ㅡ연재ㅡ출판ㅡ유통ㅡ문화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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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의 정체성을 갖고 만화를 전공하고 있다.”

 

 

문화기획자 김성진 사람잇 공동대표
문화기획자 김성진 사람잇 공동대표

 

 

만화가 소비되는 방식은 과연 모니터와 지면이 전부일까. 축제, 전시, 상품 등, 만화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끊임없이 복제되어 우리 주변에 맞닿아 있다. 김성진 대표는 이런 만화 행사에서 쉽게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만화전시, 만화축제, 만화 상품 전문 가게까지 그가 손대지 않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성진 대표를 한 마디로 소개하기가 어렵다. 만화와 관계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하는 무분별한 잡식성일까? 그의 이력을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2002년 젊은 여성 만화가들과 함께 한 실험적 만화전시 <젊은 만화의 힘, 무한상상의 자유_환타지展>서부터, 한국만화100주년 기념전에서의 <독립만화展>, 부천국제만화축제의 <프랑코-코레엔느展>, 그리고 만화를 팝아트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을 기획, 판매한 <두 달만 만화가게>까지. 그의 자취는 분명한 의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젊은 만화의 힘, 무한상상의 자유_환타지展>
 

 

 웹 전시.
<젊은 만화의 힘, 무한상상의 자유_환타지展> 웹 전시.

 

 

 포스터.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권신아, 이애림, 최인선, 이태영 작품.
<젊은 만화의 힘, 무한상상의 자유_환타지展> 포스터.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권신아, 이애림, 최인선, 이태영 작품.

 

 

 

이력만 보면 한마디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정의하기 어렵다. 사람들에게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는가.

글쎄, 보통은 '문화기획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안에서 만화를 전공한다'고 한다. 문화기획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만화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만화 전공 문화기획자'인데, 전시기획자로 데뷔했다.
2002년 인사동에서 여성작가 6명과 함께 <젊은 만화의 힘, 무한상상의 자유_환타지展>이라는 전시로 시작했다. 운 좋게 그게 주목을 받아서 2003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한국만화특별전(이하 앙굴렘) 조직에 들어가게 됐다. 이후 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 앵콜 전 큐레이터, 2004년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 기획운영팀장을 맡았다. 이후 전시큐레이팅을 꾸준히 진행하다 2011년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전시감독, 2012년에는 같은 축제의 총괄PD를 담당했다. 만화 전시를 통해 데뷔했고 그것을 통해 축제를 하게 된 경우다.

 

 

축제에서도 전시기획을 주로 담당했나.
앙굴렘에서는 문화행사 팀장과 코디네이터, 일부 전시 섹션을 공동 큐레이팅했다. 총괄 PD의 경우엔 축제를 전반적으로 운영한다. 말 그대로 '총괄'이다.

 

 

문화기획, 전시기획, 큐레이팅... 갑자기 너무 낯선 단어가 나온다.
만화전시기획자(큐레이터)는 전시의 구성을 고안하고 연출하는 일을 한다. 만화는 미술과 다르다. 평면 예술인 만화를 전시공간으로 끌어내야 한다. 기획자가 원작을 활용한 새로운 전시물을 고안하고 공간 연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은 작가가 기획자인 경우도 많이 생겼다. 전시기획과 큐레이터를 따로 분리하기도 하고.
모두 문화기획의 한 영역이다. 사실 문화기획은 문화 전반을 기획하는 광범위한 단어다. 그래서 '만화 전공'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거다.

 

 

본인이 생각하는 문화기획이란 어떤 걸까.
어떤 일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기획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 나는 이를 또 하나의 창작 영역으로 본다. 단, 문화기획의 영역에서 기획자가 가지는 재료는 작가와 작품이다. 나에게 주어진 재료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 기획자가 던지고 싶은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기획이다.
너무 추상적인가? 현장에서 기획은 머릿속에 들어있던 일이 현실에 실현되도록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현실화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조직운영, 예산문제 등에 있어서 끊임없이 생기는 변수를 조절해나가야 한다.

 

 

문화기획자란 직업도 얼마 없지만 그 안에 만화문화기획자는 더 희귀하다.
문화기획자 자체가 낯선 직업 중 하나다. 게다가 만화에서의 문화기획은 주로 책이나 매체를 기획하는 편집자에게 집중되어 있다. '만화기획'이라하면 주로 그러한 영역을 상상하곤 한다. 나같이 전시나 축제기획을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굉장히 적은 편이다.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당장 생각나는 만화 축제가 별로 없다. 만화 전시는 그보다 더 적고.
나는 축제만으로 먹고 살지는 않는다. 문화기획과 디자인을 주요 업무로 하는 '사람잇'이라는 개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일을 하면서 축제일을 겸업하는 거다.
문화예술계에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생활이 안정적일 수 있을까? 특히 만화 행사나 전시는 한정적이고, 이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정규직원을 갖춘 상설 조직이 있긴 한데 몇 명 없다. 일 년에 5~6개월만 일하는데 남은 시간을 다음 축제를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래서 언제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전시나 축제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축제는 공공성을 갖고 있다. 작가와 시민에게 문화와 영감을 만화라는 매개를 통해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보통 축제의 '장'이라고 표현하잖나.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화합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이 '장'을 통해 잘 몰랐던 작가나 작품이 재조명되는 계기도 줄 수 있고, 작품을 홍보하고 실제적인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곳이 될 수도 있다.

 

 

만화 기획의 불모지(?)에서 도전해 보고 싶은 게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만화에서의 실험적인 기획에 대해 관심이 많다. 행사나 전시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형태가 될 수도 있다. 때와 기회를 봐서 계속 해 나가고 싶다.

 

 

새로운 형태의 실험적인 기획이란.
언젠간 대안만화축제를 해보고 싶다. 같이 해보고 싶은 작가들이 많다.
만화 안에서도 비주류에 속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비주류'라는 단어의 뉘앙스는 좋아하지 않지만, 대안만화라고 불리는 영역의 작업들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여기에 좋은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는 작가들이 많다. 그들은 상업성과 거리가 멀지만 의미 있고 실험적이며 재미있는 작업을 계속한다. 나는 이런 작품이 계속 알려지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가령 이들과 함께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한다거나.
처음 <환타지展>을 기획할 때부터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2012년에 총괄PD를 맡은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에서 선보인 <프랑코-코레안느展>도 마찬가지다.

 

 

 김성진 대표는 2012년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의 총괄PD를 담당하며 을 기획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를 모티브로 네 명의 작가와 함께 진행했다.
김성진 대표는 2012년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의 총괄PD를 담당하며 <프랑코-코레엔느展>을 기획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를 모티브로 네 명의 작가와 함께 진행했다.

 

 

 

그런 작가들은 어디서 찾는가.
첫 번째로 한양툰크. 출판된 책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출판사의 성향에 따라 신간을 체크하고 구매해 본다. 그 다음은 온라인이다. 요즘은 앱진이나 웹북도 검색을 통해서 꾸준히 찾아본다. 온라인을 통해 작가를 찾는 비중이 점점 줄고 있다.

 

 

웹 자체는 초기 굉장한 실험만화의 보고였는데, 지금은 그 영역이 많이 좁아졌다.
나는 그래서 초기 웹툰을 좋아한다. 웹툰이 하나의 장르로서 고착화되기 전에 나왔던 실험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즐겁다. 그런 실험은 다음 세대를 견인한다. 이는 새로운 매체가 자리잡는 과도기에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현상이기도 하다. 웹 만화 초기, 그러니까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 시기의 실험들, 그 당시의 문제제기는 지금도 유효하다 생각된다. 초기 웹만화의 실험들 속에서 안정된 형식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웹툰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웹툰이 주류가 되면서 실험적인 시도라는 것은 더욱 멀어져 보인다.
만화의 실험은 사실 현재 웹툰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 철저하게 대중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당장 클릭수가 떨어지면 도태된다. 형식적, 내용적 실험은 다수 대중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로 제한된다. 매주 일정 분량의 마감을 소화해 내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밀도와 속도도 필요하다.
요즘엔 역으로 출판만화에서 실험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웹보다는 제한이 적어서일까. 다양한 출판사에서 새로운 작품과 무크지들이 나오고 있다. 새롭고 매력 있는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것은 내게 기쁜 일이다.

 

 

비주류나 실험성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데, '두달만 만화가게'라는 상업적 행보는 의외다.
만화판 안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 새로운 모델 제시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내가 하고픈 기획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두 달만 만화가게’의 가장 큰 콘셉트는 큐레이팅이다. 만화와 관련된 모든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다. 기획자들의 성향에 따라 선택하고 편집한 제품들만을 판매했다. ('두 달만 만화가게'는 사람잇과 드림컴어스 두 회사의 합작품이다.) 수익 면에선 완전히 성공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슈는 됐다. 그 짧은 기간에 그 정도면 만화계에선 큰 이슈였다고 본다.

 

 

국내 만화 캐릭터만 취급했다.
그게 어려웠다. 한국 만화 상품이 이렇게 적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팔 만한 게 별로 없어서 직접 아트상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가게에서 일주일에 한 작가의 테마를 가지고 전시를 했다. 그 때 HUN 작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면들을 팝아트처럼 디자인해서 아트상품으로 판매했다. 얼마나 팔릴까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판매가 잘 됐다. 물론 작가와 작품 덕이겠지만.
이런 식의 만화의 또 다른 방식의 시각화에 관심이 많다. 만화의 시각적 요소들의 재미있는 지점들을 엮어서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

 

 

 

 전경. 2013년, 인사동 쌈지길 지하에 혜성같이 나타나 상호 그대로 단 두달만에 운영을 마치고 사라진 전설의(?) 만화가게다.
<두달만 만화가게> 전경.
2013년, 인사동 쌈지길 지하에 혜성같이 나타나 상호 그대로 단 두달만에 운영을 마치고 사라진 전설의(?) 만화가게다.

 

 

전시나 축제, 두달만 만화가게까지. 앞으론 무엇을 하고 싶나.
오래된 꿈 중 하나인데, 언젠가 ‘이미지를 파는 가게’를 만들어보고 싶다. 두달만 만화가게를 발전시킨 모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대중예술의 특징 중 하나는 ‘복제‘다. 예를 들어, 피카소의 작품은 누구나 원본을 가질 수 없다. 만화는 세계 최고 작가의 작품도 원본과 가장 비슷한 형태로 손쉽게 소유 할 수 있다. 이것이 대중예술의 장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복제를 통해 생산, 확장된다. 누구나 손쉽게 소유할 수 있는 것, 복제의 미덕이다.
‘이미지를 파는 가게’는 이러한 복제의 미덕을 염두에 둔 가게이다. 만화의 좋은 이미지들을 또 다른 방식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새로운 가능성도 실험 해 볼 수 있고.

 

 

가게보다는 전시와 맞닿아 있어 보인다.
가게여야 한다. 작품이 팔릴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큐레이팅한 작품을 상품으로서 파는 것, 진검승부다.

 

 

앞으로 만화 전공 문화기획자가 필요할 일이 많아지게 될까.
글쎄. 시장이 커지면 여러 방면으로 필요해질 일이 생기지 않을까. 사실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야겠지.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겠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모델을 그리고 있다. 만화 시장에 바라는 게 많겠다.
한국만화가 좀 더 많은 다양성을 포괄했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관련 산업이나 문화 예술적으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포용성까지.
전문 인력이 만화와 관련한 새로운 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을 만들고 토양을 만드는 데에는 오랜 관심이 필요하다. 나는 '스텝예술'(기사 도입글 참조)이라는 표현을 쓴다. 스텝이 전문 인력으로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과연 우리는 그런 준비를 해 왔는지, 그런 준비는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 출처: 에이코믹스 http://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18196 >

 

 

 

툰가1호
만화 보는 시간이 가장 즐거운 사람. 제대로 된 만화포털 하나 만들어보자는 열정으로 웹툰가이드를 시작하다. 호르몬 때문에 눈물이 많아지고 있어 슬픈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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