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만화가 없는 만화인 이야기 #04. 김기성 한양툰크 대표
by 툰가1호
2016-08-05 06: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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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만화가 없는 만화인 이야기 #04.

김기성 한양툰크 대표

 

 


제작ㅡ연재ㅡ출판ㅡ유통ㅡ문화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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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만큼은 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홍대 앞에는 특이한 공간이 있다. 큰길가에 있지만 쑥 들어간 건물 구조 때문에 어떤 사람의 눈엔 잘 띄지 않는다. 반대로 어떤 사람에겐 랜드마크로 꼽힐 만큼 중요한 곳이다.

 

만화 마니아의 성지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이곳을 꼽는다. 만화의 황금기였던 2000년 문을 열어 14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곳. 마니아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에서도 동향 파악을 위해 모이는 곳. 지금껏 소개된 제작, 연재, 출판, 그리고 뒤에 이어질 문화기획 종사자들이 모두 모이는 중앙시장 같은 곳. 한양문고다.

 

오랜 고객들이 꼽는 한양문고의 큰 장점은 두 가지다. 일단 새 책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국내 정식 발매된 책부터 독립출판만화, 해외원서까지 없는 게 없다. 작은 규모의 매장에 알록달록한 책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한양문고만의 강점이지만, 정작 김기성 대표는 만화를 잘 모른다고 한다.

 

 

 

김기성 한양툰크 대표.

 

 

만화를 잘 모른다니 겸손이 지나친 것 아닌가.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 만화에 대해 알게 됐다. 원래는 금융업에 종사했고, 보험회사 지점장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만화는 어린애들이나 보는 허무맹랑한 필요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잘못된 인식이었지.

 

일을 시작하면서 만화를 많이 접했겠다.
장사하면서 의학만화, 법률만화 등 전문 소재 만화를 봤다. 사실에 입각해서 정확한 정보를 주고 거기에 서사를 조금 첨가한 정도였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도 만화는 거의 보지 못하는 편이다.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대신 좋은 만화는 고객들이 와서 먼저 추천해준다. ‘이 책 언제 나올 건데 재밌다’, ‘무슨 드라마 원작이 이 책이다’ 같은. 대략의 정보만이라도 익혀놓는다. 귀동냥으로 얻는 만화정보들이 꽤 많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친한 고객도 많겠다.
‘만화 많이 보는 사람 중에 머리 나쁜 사람은 없다’가 내 지론이다. 만화책이란 게 사실 쉽지 않고, 나름 복잡하다. 이걸 이해하려면 머리가 잘 돌아가야 한다. 독자들에게 귀동냥으로 얻는 정보를 신뢰하는 이유가 있다. 그들이 만화를 정확하게 보고, 분석한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보아온 친한 고객들이 다 잘됐다. 법조계나 의사 같은 분야로 진출하기도 했다. 오히려 장사하면서 인맥이 넓어졌다.

 

이력이 특이하다. 어떻게 한양툰크를 시작하게 된 건지.
직장생활 하다가 전 사장과의 금전적인 채무관계 때문에 (가게를)떠안게 됐다. 14년쯤 전에 뉴스에 나온 한양문고 부도 사태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 때 내가 어마어마한 돈을 빌려줬지. 할 수 없이 들어왔다. 처음엔 아내가 먼저 시작했는데 혼자 하기엔 감당이 안돼서 3개월 후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시작했다.

 

채무는 잘 청산했나.
다 날렸지 뭐(웃음). 처음 4년 동안은 정신이 없었다. 만화에 대해 아는 것도 없지, 출판 시스템이나 유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 수업료로 집 한 채를 또 날렸다. 사기꾼 출판사한테 뒤통수도 맞아보고, 엄한 책을 떠안기도 했다. 그걸 다 겪고 나서야 ‘유통은 어떤 것이다’ 라는 게 감이 오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본격적인 마니아의 성지로 발돋움했다.
국내에 정식 발매된 책은 다 있다고 본다. 나는 매일 저녁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 가서 새로 등록된 책을 체크한다. 어떤 책이 언제 나올 건지 파악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계속 거래해 온 출판사는 보도자료를 지속적으로 보내준다. 그러나 새로 거래해야 하는 출판사는 직접 찾아야한다. 계속 책을 내지 않으면 재고가 쌓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거래해야 한다. 책을 사왔다가 반품도 하지 못한 재고가 있다. 소위 ‘물먹은 책’이라고 부르는데, 이제껏 장사하면서 물먹은 책을 5톤 트럭으로 4~5개를 버렸다.

 

재고도 무시 못하겠다.
물량이 많으니 재고도 많았다. 원래 이 건너편 건물 지하에 50평짜리 창고가 있었다. 일산에 120평짜리 창고도 있었다. 창고와 매장을 오가는 직원도 있었고 매장에도 직원이 많았다. 다 장사가 잘 됐을 때 얘기고, 지금은 모두 정리했다. 현재는 두 명이 일하고 있다. 밖에서 볼 때 외형은 그대로인데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인기 있는 몇 작품만 꾸준히 팔릴 것 같다.
좋은 만화가 상당히 많은데 안타깝다. 『갤러리 페이크』는 특히 추천하고 싶다. 미술품 감정에 대한 만화인데 어마어마한 간접지식을 익힐 수 있다.

 

만화에 대해 모르는 채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만화를 사랑하는 것 같다.
일을 해 나가면서 사명감과 의욕이 생겼다. 열심히 팔아서 만화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름 고생하면서 작가들, 관계자들 만나서 이야기도 많이 했다. 한양툰크 안에서 작가 사인회도 진행했다. 그 때 모아놓은 사인이 스케치북으로 두 권이 있다. 서점 안에도 여기저기 붙여 놨다.
한양 툰크 사이트에 작가 인터뷰 동영상을 올리는 일도 했다. 나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기자를 고용할까도 생각했다.

 

 

더 이상 계획이 없는 건가.
독립출판물을 들고 오는 작가들에게 수수료를 조절하면서 판매 대행하는 정도만 하고 있다. 지금은 열정이 쇠퇴했다. 일상이 늘어진다고 해야 하나… 전반적으로 시장이 침체됐다. 마니아가 몇 명 유지되는 차원에서만 살아남고 있다. 더 이상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버티고만 있는 거다. 웹툰이 활성화되면서 이쪽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됐다.

 

웹툰 영향이 크다고 보는가.
의외로 크다. 웹툰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어서 무시할 수가 없다. 기존 만화시장과 많이 다르다. 그래도 웹툰 출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 역시 판매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시절 지하에 만화 용품을 팔았던 게 기억난다.
마카나 톤, 원고용지 같은 것들을 팔았다. 지금은 다 추억의 물건이다. 컴퓨터로 작업하니까. 요즘 누가 그런 걸 사겠는가.

 

시장이 확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한양문고는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버티고 있는 거지(웃음). 우스갯소리로 이거 아님 내가 할 게 없다고 한다. 실은 고집을 계속 부리고 있다.
초기 기존 인터넷 서점은 만화 사업을 크게 벌이지 않았다. 이후 점점 사업이 커져서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일반 서점에 없는 만화가 인터넷 서점에 있다. 거기에 질 수 없었다. 일일이 책을 검색해서 출판사에 문의하고 구매했다. ‘만화 만큼은 지지 않겠다’, 그런 사명감이 있다.
물론 구색을 맞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고객이 찾는 거 하나하나 다 들이려고 많이 노력한다. 그게 작은 매장으로도 버틸 수 있는 요인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
자신은 없다. 첫째로, 인터넷 서점은 더 확장될 것이다.
두 번째는, 이게 가장 염려되는 부분인데, 아마존의 한국 진출이다. 아마존 코리아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파급 효과가 클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일본의 전례를 봤을 때 버티기 힘들 것이다.

 

다른 대안은 없을까.
우리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만 판매하는 건 아니다. 관공서와 만화 관련 기관, 게임 회사 등에도 도서를 납품하고 있다. 축제 입찰 등의 사업 확장 역시 고려중이다. 우리가 가진 자원으로는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영역을 넓히고 싶지 않아서 움직이지 않을 뿐이다. 요즘엔 시도해볼까 라는 생각도 든다.

 

기존의 한양툰크와 성격이 많이 바뀔 수도 있겠다.
할 수 있는 한 이대로 계속 가고 싶다. 아마존 재팬의 영향으로 일본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그렇다고 만화 서점이 전부 없어진 건 아니었다. 여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다만 벌이가 많이 줄 것이다.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면 유지하고 갈 수 있겠지. 지금껏 그렇게 해 왔으니까.

 

 

 

< 출처: 에이코믹스 http://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18148 >

 

 

 

 

툰가1호
만화 보는 시간이 가장 즐거운 사람. 제대로 된 만화포털 하나 만들어보자는 열정으로 웹툰가이드를 시작하다. 호르몬 때문에 눈물이 많아지고 있어 슬픈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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