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만화가 없는 만화인 이야기 #03.출판기획편집자 이정헌
by 툰가1호
2016-08-05 06: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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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만화가 없는 만화인 이야기 #03.

출판기획편집자 이정헌(애니북스 차장)

 

 


제작ㅡ연재ㅡ출판ㅡ유통ㅡ문화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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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은 좋은 만화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내는 것.”

 

 

 

만화는 독자들이 ‘여유 있을 때’ 찾는 콘텐츠다. 애니북스는 이를 잘 알고 있는 출판사다. 언제나 마음의 여유와 위트를 잃지 않는다.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주 소비층의 생각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세는 대담한 모험으로 이어진다. 『고우영 삼국지』, 『죠죠의 기묘한 모험』 등은 애니북스의 소재를 보는 발칙한 ‘눈’을 통해 세상을 나올 수 있었다.
독자는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애니북스, 내 지갑을 가져요!”

 

 

SPECIAL. 만화가 없는 만화인 이야기 #03.출판기획편집자 이정헌
네온비가 그린 이정헌 차장.

 

 

엉뚱한 말인 것 같은데, 다른 만화책에 비해 애니북스에서 나온 책은 종이가 더 두껍다고 느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애니북스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내세운 경향이다. ‘만화가 출판의 다른 분야에 비해 노력이 적게 드는 게 아닌데 왜 만화책이 더 싸야 하지?’라는 생각을 전제로 삼고 출발했다. 애니북스는 만화책의 가격, 더 나아가 만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정하며 생겨난 출판사다. 기왕 만들 거면 나중에 변색이 되지 않는 좋은 종이를 쓰고자 했고, 그러다보면 책의 가격이 올라간다. 높은 정가만큼 독자들도 만족해야 하니 사양과 내용을 더 고급화하게 된다.

 

애니북스에서 나온다면 책의 이미지가 좋아지겠다.
오히려 그 만화의 팬들은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싸게 읽을 수 있으면 좋은데 우리가 내면 그렇지 않으니까(웃음). 그래도 우리가 가급적 비싸지 않게 내려고 노력한다는 것만 알아주면 좋겠다.

 

어떤 기준으로 출간될 책을 고르는지.
웹툰의 경우를 예로 들겠다. 일단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애니북스에서 낼 수 있는 책인지, 기획편집자의 주력분야와 잘 맞는지 등을 본다. 편집자가 그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들면 편집장 및 다른 기획편집자들에게 보여주고 동의를 얻는다. 그럼 바로 작가에게 연락한다.

 

기획편집자마다 각자의 주력분야가 있나보다.
팀원이 네 명인데(2014년 현재) 각자 주력분야가 있고, 성향이 다 다르다.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있는 직원, 여성독자를 주 타깃으로 삼는 직원 등. 그게 합쳐져 애니북스가 만드는 책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나는 텍스트 분량이 많은 작품을 주로 다룬다. 대체로 전문성이나 학술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역사나 인물 쪽을 좋아한다. 『본격 제2차 세계대전만화』(굽시니스트), 『이말년 서유기』(이말년)를 출간했다. 『맛있는 철학』(권혁주)도 그렇다.

 

스펙트럼이 넓지만 결국은 특정 독자층을 타깃으로 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한계가 있지 않을까.
오히려 고정 독자층이 파워풀할 수 있다. 넓은 분야를 모두 공략하려다가 이도저도 아닌 게 되곤 한다. 독자는 의외로 수동적이며,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구하러 나서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광범위하게 인기가 있는 경우는, 예를 들면 영화화가 됐는데 인기를 끌었을 때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같은. 그래서 이번 『신과 함께』 영화화에 기대가 내심 크다.

 

주로 포털 사이트 연재 웹툰에서 출간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요즘 같은 ‘대웹툰 시대’에 포털 웹툰만 검토하기도 빠듯하다. 하지만 여유가 닿을 때마다 창작자들의 개인 블로그나 SNS, 그리고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훑으며 작품을 물색하기도 한다. 연재하는 작품은 수시로 본다. 요즘은 연재 플랫폼이 많아져 봐야하는 게 더 늘었다.

 

요즘 재미있게 보는 웹툰이 있는지.
다른 부서 사람에게도 이런 질문을 받았는데, 말문이 딱 막히더라. 우리는 만화를 온전히 재미로만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하나의 콘텐츠로 봐야 한다. 이 만화의 상업성, 흥행성, 대중성, 작품성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기 바쁘다. 거기에 재미가 낄 공간은 넓지 않다.
대신 다른 출판사와 계약이 확정된 만화는 정말 마음 편하게 본다(웃음). ‘팬심’이라고 하지. 개인적으로 그런 작가와 작품들은 몇 있다.

 

웹툰은 독자들에게 먼저 공개가 되지 않나. 출판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무료로 볼 수 있는 웹툰을 독자로 하여금 돈 주고 사서 보게 만들어야 한다. 기획편집자는 ‘단행본만의 장점’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편이다. 형태는 여러 가지다. 한정판 부록, 오리지널 에피소드 등… 때때로 웹툰 작가들을 괴롭히는 ‘악의 축’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출판사는 웹툰 유료화 사업을 내심 환영하고 있다. 유료화가 되면 책으로 사보는 독자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니까. 그렇다고 웹에서의 인기가 단행본에 그대로 이어지진 않는 것 같다. 웹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다가 책으로 냈는데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말년 서유기』 단행본 특별부록, 일러스트 카드와 배지. ‘악의 축’ 기획편집자는 단행본만의 장점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말년 서유기』 단행본 특별부록, 일러스트 카드와 배지.
‘악의 축’ 기획편집자는 단행본만의 장점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고 보니 생활툰은 유료화로 전환되면 결제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던데.
웹에서는 모르겠지만 출판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애니북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 중 하나가 『어쿠스틱 라이프』(난다)다. 주 독자층이 소비가 활발한 20, 30대 여자이기 때문이다. 마스다 미리(『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 『밤하늘 아래』) 작품의 활발한 판매도 같은 이유다.

 

연재 중에 출판을 계약하는지.
반드시 연재 중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연재 중에 책이 나와야 독자들에게 노출이 잘 되기 때문이다. 요즘 웹툰 작가들은 대부분 세이브 원고를 갖고 있어 그걸 미리 받아서 단행본용으로 편집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나중에 연재가 끝나고 책으로 나와도 살 사람이 있겠다 싶으면 연재 완결까지 기다렸다 원고를 받아서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연재 중에 출판 회의를 하게 되는 건가.
『살인자ㅇ난감』(꼬마비) 같은 경우 그랬다. 특이한 경우다. 포털 마감날짜 전에 원고를 미리 받아보고 거기에 대해 협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이걸 만화 『바쿠만』에 빗대어 ‘빠꾸멘’이라고 장난스럽게 불렀다. 욕심을 많이 낸 책이었다. 포털 담당자분께는 죄송한 얘긴데, 몇몇 단편 등 어떤 콘텐츠는 나중에 단행본용으로 남겨두자고 작가와 작당하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어 양해 구합니다. (웃음)

 

출간 원고가 모이면 본격적인 회의를 진행하겠다.
계속 『살인자ㅇ난감』을 계속 예로 들자면, 1000페이지가 넘는 본문 프린트를 들고 작가 거처에 찾아갔다. 단행본용 오리지널 부록 단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세 권으로 나누는 작업을 했다. 흡사 영화 『아마데우스』 마지막에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함께 작곡하는 모습? 물론 작가는 살아 있고, 나 또한 미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빠꾸멘’ 로고. 당시 편집 과정을 자세히 엮어 애니북스 블로그에 연재했다.
‘빠꾸멘’ 로고. 당시 편집 과정을 자세히 엮어 애니북스 블로그에 연재했다.

 

 

모든 책을 그렇게 작업하지는 않을 것 같다.
과정만 보면 다 비슷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좋은 만화를 찾아내거나, 혹은 만화가와 함께 만들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기획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전반적인 일을 맡는다. 어떤 책을 어떻게 만들 건지에 대한 기획 작업부터 디자인, 교정 등의 편집 작업까지 모두 하기 때문에 기획편집자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것이다. 띠지에 들어가는 카피, 홍보도 맡는다. 책 한권이 유통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맡는다고 보면 된다.

 

출판 시장에서 기획편집자는 앞으로도 계속 바쁘겠다.
만화계의 중심이 출판에서 웹툰으로 이동함에 따라 점점 ‘콘텐츠 가공자’로 그 활동 범위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어느 작품을 놓고 볼 때 그 작품이 어느 하나의 분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출판과 웹툰, 나아가 영상물 같은 2차적 사용으로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이 경우 기획편집자는 일종의 ‘콘텐츠 프로듀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그와 비슷한 일을 맡아서 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판을 더 크게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더더욱 자신의 주력 분야를 확실히 해야겠다.
많은 이들이 동시에 달려드는 보편적인 분야가 있는 반면, 다루는 사람이 드물지만 만화계에서 큰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분야도 있다. 어떤 분야를 주로 파고들 것인지 정하고, 그에 대한 자료 및 만화가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으는 게 중요하다. 물론 신입 기획편집자의 경우 자율적인 기획 권한을 받기 전까지는 본인의 의향과 맞지 않는 책을 만지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또한 책을 만드는 기술과 속도를 얻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지.
덧붙여 기획편집자를 꿈꾸고 있다면 들어가고 싶은 출판사의 성향을 잘 파악해두는 게 좋다. 어차피 편집 등의 출판 프로세스를 익히는 데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고 볼 때, 출판사는 성향이 맞는 ‘즉시 전력감’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 ‘준비된 인재’로 어필하는 데 예비 편집자 과정을 인수하는 것도 추천한다. 한겨레 문화센터와 SBI(서울출판예비학교)가 있다. 특히 SBI의 강좌는 무료다.

 

 

 

 

 

< 출처: 에이코믹스 http://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18019 >

 

 

 

툰가1호
만화 보는 시간이 가장 즐거운 사람. 제대로 된 만화포털 하나 만들어보자는 열정으로 웹툰가이드를 시작하다. 호르몬 때문에 눈물이 많아지고 있어 슬픈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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