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만화가 없는 만화인 이야기 #01. 어시스턴트 소이로 / 최봉나
by 툰가1호
2016-08-02 07: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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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만화가 없는 만화인 이야기 #01.

어시스턴트 소이로 / 최봉나

 

 

 

 


제작ㅡ연재ㅡ출판ㅡ유통ㅡ문화기획


 

 

"개인의 성격을 드러내는 일이라기보다는 작가의 형식에 맞추는 작업이다."

 

 

찰나의 시간동안 스쳐가는 만화 한 컷을 위해, 작가는 오랜 시간을 꼼꼼히 작업한다. 그 한 칸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칠까. 예를 들면 등장인물과 말풍선을 먼저 그린다. 배경과 엑스트라를 넣고, 색을 칠하고 효과를 준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어시스턴트’다. 어시스턴트는 만화 제작의 최전방에서 마치 셜록 홈즈와 왓슨처럼 만화가를 보조하는 훌륭한 조수다. 주로 배경과 채색을 맡는 경우가 많으며, 작품 내에서 ‘채색’ 혹은 ‘도움’ 등의 역할로 이름이 실린다.

 

여기 두 명의 어시스턴트가 있다. 작업 방식부터 어시스턴트로서의 장/단점까지, 그들이 가진 환경은 천차만별이다. 어쩌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작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작업하기 때문일까. 각자 다른 환경에서 두 어시스턴트는 만화를 만든다. 마감 시간을 향해 내달리며.

 

 

 


SPECIAL. 만화가 없는 만화인 이야기 #01. 어시스턴트 소이로 / 최봉나

소이로

『닥터프로스트』(이종범) , 『제페토』(연제원) 어시스턴트


 

 

처음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웹툰 세계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갖다가 직접 만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맨주먹으로 하다 보니 어려운 게 많았는데, 마침 어시스턴트 일이 들어와 스텝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게 3년 전이다.

 

 

 

어시스턴트_본문1
소이로 어시스턴트가 참여한 작품. 어시스턴트가 원고 작업에 참여하면 이런 식으로 이름이 들어간다.

 

 

직접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배운 것도 많겠다.
처음에 웹툰 작업을 할 땐 ‘레이어’라는 게 뭔지도 몰랐다.(레이어Layer :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능. 여러 장의 투명한 종이를 겹치고 각각의 종이에 서로 다른 작업을 하는 방식이라 수정이 용이하다.) 어시스턴트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레이어가 나뉜 원고를 받고 정말 신기했다. 신세계였다.
처음 내 만화를 그리던 시절은 그야말로 ‘무식하면 용감하다’였다. 일을 하면서 효율적인 작업이란 무엇인지 차츰 배웠다. 그러면서 내 할 일도 많아졌다. 처음에 밑색만 칠하던 것이 그림자, 말풍선 등으로 늘었다.

 

 

 

『닥터 프로스트』 제작과정. 어시스턴트가 밑색과 그림자를 넣으면 작가가 후반작업을 한다. 01의 상태로 원고가 오면 - 02 레이어정리 - 03 밑색붓기 - 04 컬러작업 - 05 명암 - 06 눈동자 및 말풍선 의 순서.
『닥터 프로스트』 제작과정. 어시스턴트가 밑색과 그림자를 넣으면 작가가 후반작업을 한다.
01의 상태로 원고가 오면 - 02 레이어정리 - 03 밑색붓기 - 04 컬러작업 - 05 명암 - 06 눈동자 및 말풍선 의 순서.

 

 

『닥터 프로스트』의 경우, 주인공 머리카락이 흰색이라 색칠할 일이 없어서 편했겠다.
그게 오히려 더 어려웠다. 보통 머리카락 밑 색이 어두워서 그림자는 잘 안 보인다. 주인공은 머리색이 밝아서 조금만 어색해도 티가 났다. 처음엔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싶을 정도로 작업을 못했다. 이종범 작가가 잘하고 있다며 많이 격려해줬다. 최근, 일이 손에 익고 나서 그 당시 작업을 보고 경악했다. ‘이걸 잘했다고 얘기해줬단 말야?’

 

 

『닥터프로스트』 연재 당시. 소이로 어시스턴트가 제작에 참여한 초반과 후반의 변화
『닥터프로스트』 연재 당시. 소이로 어시스턴트가 제작에 참여한 초반과 후반의 변화

 

 

어시스턴트는 숙련된 기술을 가진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지 않나.
『닥터 프로스트』는 어시스턴트로 참여한 첫 작품이다. (현재 시즌이 끝나 연재를 쉬고 있다.) 처음이라 많이 긴장되고 떨렸지만 하나하나 배우는 심정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또,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일이 손에 익는 시간은 필요하다. 작가마다 작업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연제원 작가의 『제페토』같은 경우는 또 다르다.

 

그러던 것이 벌써 3년이나 됐다. 이제 어디 내놔도 좋은 프로 어시스턴트겠다.
아직은 아니다(웃음). 항상 긴장하면서 하고 있다. 내가 실수하면 작품에 그대로 이어지니까. 그래서 작가들에게 매번 “뭐 잘못한 거 없어요?”라고 물어본다.

 

자기 작품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다.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그리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어시스턴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프로 작가의 작업 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하루나 이틀은 온전히 작가에게 헌납(?)하겠다.
마감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밤을 새지 않을 수는 없다. 내가 그것을 딱히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 게 다행이다. 지금은 조절하는 법도 익혔다. 일단 전날 잠을 충분히 잔다.
예를 들면, 원고가 새벽 3시쯤에 올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잠을 자되 수시로 깨서 메일을 확인한다. 계속하다보니 몸이 익숙해졌다. 『닥터 프로스트』는 원고를 한꺼번에 받아서 한꺼번에 작업한다. 『제페토』는 다르다. 정해진 시간에 메신저에서 만나서 실시간으로 원고를 오가며 작업한다. 내가 채색하는 시간 동안 작가가 펜터치를 하는 식. 덕분에 화장실도 못간다(웃음).

 

두 원고 모두 작업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닥터 프로스트』의 경우 쉬지 않고 열두 시간을 해본 적이 있다. 특히 시즌 마지막화의 분량이 많은데, 이럴 땐 시간이 더 걸린다. 『제페토』는 상대적으로 내가 해야 하는 분량이 적어 시간은 그보다 덜 걸리는 편이다.

 

원고가 늦을 때도 있나.
늦을 때가 많지(웃음). 작업 초반에 약속한 날짜에서 조금씩 미뤄지다가 이젠 다음날 오는 경우도 있다. 두 작가 모두 외향적인 성격이라 대외 활동이 많아 그런 것 같다.
신기한 게 두 작가 모두 마감을 어기진 않는다. 그만큼 마감 시간은 절대적이다. 나 같은 경우, 일단 일하기로 한 날짜는 시간을 모두 비워놓는다. 중요한 약속을 취소한 적도 있다.

 

작가 중심으로 시간을 맞추다보면 생활이 불규칙적이겠다.
하기로 약속한 일이다. 시간을 맞추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내가 작업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얼마 전까진 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지원 사업에 선정돼서 내 작업과 어시스턴트를 병행했다.

 

본인도 데뷔하면 어시스턴트를 고용하겠다.
내 일이 많아지고, 어시스턴트가 필요하게 되면 생각해보지 않을까. 지금은 먼 훗날의 이야기다. 나는 이 일(어시스턴트)을 좀 길게 보고 있다. 천천히 한걸음씩 준비하고 싶다.
살다 보면 봉급이 높고 더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만화가 아닌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을 딱히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어시스턴트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만화에 참여할 수 있다거나, 작가가 되기 전 수업이라는 생각만으로는 일할 수 없다. 이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몰두해야 한다.
이렇게 말했는데 작가들이 ‘더 좋은 어시가 나타났다’며 자르면 어떡하지?(웃음) 그렇게 되도 어쩔 수 없다. 조용히 그만둬야지.

 

그런 식의 위기감을 많이 느끼겠다.
어시스턴트 일을 하기 전엔 계약직으로 회사를 다녔다. 난 두 일이 비슷하다고 느낀다. 주는 일을 정해진 시간 내에 해내지만 계약 기간이 끝난 후, 내가 더 이상 필요 없다면 안하게 되는 거고. 돈이 오가는 문제에 있어서 내가 받은 돈의 값어치를 해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값어치는 잘 해내고 있나.
그게 항상 불안해서 작가들에게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대답해준다. 고맙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낀다.

 

주위 사람이 어시스턴트 일을 한다면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금전적인 부분을 분명하게 짚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해준 일이니만큼 돈은 당연히 받아야한다. 대신 작가의 스케줄에 맞추는 등, 작가가 요구하는 부분을 들어주고 명확히 조율해야 하겠다.

 

 

 


최봉나

『신과함께』, 『셋이서쑥』 (주호민) / 『역전! 야매요리』 (정다정) 어시스턴트


 

 

 

처음 주호민의 『셋이서 쑥』에서 ‘채색 : 최봉나’ 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이름이 특이해서 왠지 기억에 남았다.
고등학교 때 별명인데 필명으로 굳어졌다. 어시스턴트 일을 할 땐 이 이름을 쓴다. 『신과 함께』, 『셋이서 쑥』 등을 그린 주호민 작가의 어시스턴트를 계속 해오다 지금은 연재를 쉬는 중이고, 최근엔 정다정 작가의 『역전! 야매요리』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다. 2년 정도 됐다.

 

 

최봉나 어시스턴트가 참여한 작품
최봉나 어시스턴트가 참여한 작품

 

 

‘어시스턴트’라고 하면 좀 생소해 하지 않나. 문하생과 헷갈리는 사람도 있고.
문하생은 스승과 제자라고 생각하면 쉽다. 현직 만화가 밑에서 만화를 배우는 개념이다. 그와 반대로 어시스턴트는 전문적인 직업의 한 형태다. 주요 등장인물을 제외한 배경과 채색 등을 맡는다. 그런 건 굳이 작가가 할 필요가 없으니까.

 

소이로 어시스턴트의 경우엔 밤을 새서 마감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우리는 밤을 새서 작업하진 않는다. 정말 마감 시간에 쫓길 땐 실시간으로 작업하긴 한다. 내가 1장을 할 동안 작가는 2장을 그리는 식. 밤 12시 전에 사이트에 작품이 올라가야 해서 어떻게든 그 전까진 끝내야 한다.

 

 

『신과 함께』 연재 당시 작업 과정 중 일부. 작가가 원고에 요구사항을 적어 전달하면 어시스턴트가 그에 맞게 진행한다.
『신과 함께』 연재 당시 작업 과정 중 일부. 작가가 원고에 요구사항을 적어 전달하면 어시스턴트가 그에 맞게 진행한다.

 

처음 일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친구를 통해 주호민 작가의 일을 소개받았다. 그 때는 단기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작업한 양만큼만 돈을 받았다. 이후 주 작가가 정식으로 어시스턴트 일을 제안했다.

 

정식으로 한다는 게 그 전과 뭐가 다를까.
정식 직업이 된 거지. 주 작가의 사업장에 고용되면서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월급을 받는다.

 

작가나 어시스턴트 모두 프리랜서인데, 갑자기 4대 보험이라는 굉장히 낯선 단어가 나왔다. 단기 아르바이트와 직장인으로서의 일의 차이가 있나.
그건 없는 것 같다. 고용인이 4대보험에 가입하는 게 사업자에게 더 좋다고 알고 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보통은 정해진 월급을 받거나 일한 분량만큼 돈을 받는다. 4대보험료를 낼 정도로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거의 없다. 다만 ‘내가 지금 안정적인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은 든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지.

 

어시스턴트 최봉나가 만화에 얼마나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는가.
스토리나 콘티 같은 작가의 절대적인 영역은 제외하자. 어시스턴트를 투입하는 단순 제작 단계라면 꼭 필요한 정도의 비중은 차지하지 않을까.

 

단순히 ‘만화 작업을 도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직업을 정하긴 쉽지 않다.
출퇴근을 하지 않는 일이라 스케줄 조절이 자유롭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작가와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도 일을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실력이 좋은데다 손까지 빠르다면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 직장인보다 소득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일이 없을 땐 아예 없을 수도 있으니까. 얘기하다 보니 프리랜서들이 가지는 장단점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소개를 통해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본인도 작가로 데뷔를 목표로 하겠다.
별로 데뷔를 생각해보진 않았다. 그렇다고 어시스턴트로만 먹고 살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 프리랜서로 다른 일도 하고 있다. 하지만 내 주 직업은 어시스턴트다.

 

 

 최봉나 어시스턴트 평소작
최봉나 어시스턴트 평소작

 

작가들이 어시스턴트를 자주 구하는 편인가.
나는 친구의 소개를 통해 일을 시작했지만 보통은 만화가 협회 홈페이지나 카페, 작가 개인 SNS 등에 구인광고를 내서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웹툰 초창기에는 수요가 적었다. 그 때는 작가 혼자 작업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작품의 질이 오르고 독자의 요구사항도 많아졌다. 자연히 작가가 모든 작업 과정을 직접 해낼 시간이 부족하다. 좋은 작업을 빨리 만들어내기 위해 어시스턴트의 수요가 늘고 있다. 웹툰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어시스턴트는 필요하겠지.

 

 

 

<출처: 에이코믹스 http://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17698>

 

 

 

툰가1호
만화 보는 시간이 가장 즐거운 사람. 제대로 된 만화포털 하나 만들어보자는 열정으로 웹툰가이드를 시작하다. 호르몬 때문에 눈물이 많아지고 있어 슬픈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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