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리뷰


모로호시 월드의 서유기 『서유요원전 대당편』
관리자 | 2017-10-10 18:27:08 | 156 | 0 | 0




『서유요원전 대당편』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전 10권 1부 완결 1983년 ~ 1997년. 현재 서역편 연재중

 


『수호지』, 『금병매』, 『삼국지연의』와 함께 중국 4대 기서로 손꼽히는 『서유기』는 대대손손 거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다양한 버전의 소설, 영화, 드라마 등으로 재탄생 되어왔다. 무협지의 원형으로 또 웅혼한 신화로서 다양한 매력을 뽐내며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서유기』를 바탕으로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또 하나의 이야기를 펴냈다. 손오공이 실존인물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서유요원전』이 그것이다. 여기에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장기인 동양 판타지가 더해지면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서유기의 세계로 인도한다.

 


손오공이라는 인간


손오공은 원숭이다. 돌에서 태어난 특별한 출생기를 가졌고 탄생부터 남다르듯 도술을 부릴 줄 안다. 하지만 도술로 천계를 뒤집어 놓는 바람에 500년 동안이나 오행산에 갇혀 있었다. 이를 지나가던 삼장법사가 구해주며 손오공은 그의 종자가 된다. 그리하여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일행을 만들어 갖은 요괴를 무찌르고 고난을 헤치며 목적지로 향한다는 것이 본래의 『서유기』다. 요괴, 신화, 괴담 등을 변주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던 작가 모로호시 다이지로는 손오공이라는 캐릭터의 근원자체를 비튼다. 그를 인간으로 만든 것이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서유요원전』은 더 이상은 딱히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았던 『서유기』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인다. 손오공이 인간이 되었으니 본래의 『서유기』보다는 다소 현실적이지만 모로호시의 장기인 동양 판타지도 여전하다. 확실한 실제도, 완벽한 환상도 아닌 기묘한 이야기의 탄생이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손오공은 원숭이가 아닌 인간이다

 


모로호시의 신화 만들기


모로호시 다이지로는 괴담과 신화, 민담, 토속신앙 등을 자신의 입맛대로 변주해 내어놓는 작가다. 중국 고대의 기담소설인 『요재지이』를 모티브로 한 『제괴지이』나 온갖 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시오리와 시미코』시리즈가 그렇다. 이상한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기묘한 세계를 ‘모로호시 다이지로 월드’라고 이름 붙여도 아깝지 않다.  그러니『서유요원전』에도 논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과 기인과 요괴들이 넘쳐난다.


애초 『서유기』는 당나라의 현장법사가 북인도에서 대승불전을 구하고 돌아온 사실에 설화와 도교와 불교의 신화를 더한 소설이다. 도술, 요괴 등이 빈번하게 등장해 현실 세계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하나의 대업을 거대하게 포장하는 신화 만들기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는 이 점을 활용해 현장과 손오공이 수나라 말 당나라 초의 실존인물이라 설정하고 역사적 사건들을 적절히 배치한다. 그리고 장기인 자신만의 신화를 풀어놓는다. 일단 손오공의 탄생이야기 부터가 그렇다. 원숭이 형상을 한 인간에게 한 여자가 끌려가고 그녀에게서 태어난 이가 손오공이다. 끌려간 여자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손오공은 인간임에도 초인의 힘을 가졌다.


손오공이 소년으로 성장하며 수나라는 멸망하고 도처에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전쟁이 벌어진다. 백성들은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고 곳곳에서 갖은 요괴와 전쟁, 약탈, 병마가 판을 친다. 당나라는 싸움에 합세한 가장 위력적인 세력이다. 당나라 군대를 피해 도망치던 오공은 화과산에서 자신을 부르는 강력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목소리의 주인은 머리에 하나의 눈이 달린 원숭이 요괴 무지기다. 자신을 제천대성이라 칭하는 그는 오공이 자신의 핏줄이라 주장하며 자신의 힘을 이어받을 수 있는 머리테를 쓰도록 만든다. 사람들의 원성이 커질수록 힘이 세지는 무지기가 그간의 악행 때문에 벌을 받아 묶여있게 되자 오공을 통해 세상을 혼란으로 몰고 가기 위한 계략이다.


머리테를 쓴 오공은 세상의 온갖 비명과 제천대성의 끝없는 설파를 듣게 되어 괴롭다. 그러던 중 현장의 불경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 소리가 오공의 머리테를 옥죔과 동시에 귀에 들리던 세상의 소리를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만든다. 하지만 이때부터 현장과 오공이 함께하는 것은 아니다. 오공은 그와 함께하기 이전 반당파와 연을 맺기 시작해 대당 반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이렇듯『서유요원전』은 『서유기』와 같은 방식으로 신화를 만들어가지만,『서유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서유요원전』은 『서유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이야기에 가깝다

 


손오공의 눈을 통해 보는 세계


『서유요원전』이 굳이 역사적 사실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손오공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위함이다. 혼란에 빠진 세상을 구원하고 사람들의 원한과 원망을 풀기위해 오공이 독기를 품을수록 자신 안의 선과 악의 이중성을 느낀다. 악한 존재이지만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계속해서 존재해왔던 제천대성처럼 말이다. 오공의 번뇌는 결국 선과 악이 맞붙어 살아가는 복잡한 세계에 대한 고찰이다.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서유요원전』을 연재하기 시작한지 삼십년이 훌쩍 넘었다. 1983년 잡지 『월간 수퍼 액션』에서 연재를 시작한 이래로 폐간, 연재처 이전, 긴 휴재, 부정기 연재 등으로 꽤나 오랜 시간에 걸쳐 지금까지 왔다. 대당편, 서역편, 천축편 3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은 이제야 서역편에 진입했다. 그간의 연재속도를 살펴보면 천축편으로 향하는 여정은 아마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기다리는 보람이 있는 작품이다. 단지 그가 일생에 바쳐 그린 대서사시이기 때문이 아니라 모로호시 다이지로 세계의 진수가 모두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2000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만화대상을 수상했다.




출처 : 에이코믹스 https://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31179
윤태호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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