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리뷰
『젠틀맨 리그』, 상상 그 이상의 드림팀 판타지
by 관리자
2017-10-16 18:15:37

 




‘드림팀’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미국 농구 국가대표팀을 불렀던 말이다. 당시 미국 농구 국가대표팀은 세계 최강의 농구 리그인 NBA 선수들로 구성됐다. 이후 드림팀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강의 멤버로 구성된 이상적인 팀’을 이르는 대명사가 됐다.


영화 『어벤져스』가 개봉한 뒤부터는 드림팀보다 ‘어벤져스’라는 말이 더 자주 쓰이는 듯하다. 마블 코믹스의 간판 스타들이 대거 집합한 『어벤져스』는 각각의 캐릭터를 충분히 조명하면서도 그들의 능력을 조화롭게 융합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 세계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로 등극했다.


놀라운 것은 『어벤져스』 이전에 드림팀 판타지를 이룩한 영화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숀 코너리 주연의 『젠틀맨 리그』다. 2003년 개봉한 이 영화는 1999년 앨런 무어가 그린 그래픽 노블 『비범한 신사 연맹』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15년 시공사에서 『젠틀맨 리그:비범한 신사 연맹』(이하 『젠틀맨 리그』)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젠틀맨 리그』는 대영제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고 있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1898년 런던, 빅토리아 시대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20세기가 목전이었다. 이혼녀 미나 머레이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영국의 첩보기관 MI5에 스카웃된다. 그녀는 캠피언 본드로부터 젠틀맨 리그, 즉 비범한 신사 연맹을 결성하라는 지령을 받고 멤버들을 찾기 위해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그녀가 찾아낸 첫 번째 멤버는 솔로몬왕의 보물을 찾아낸 앨런 쿼터메인이다. 앨런 쿼터메인은 약물중독에 시달리다가 카이로의 빈민굴에서 산송장으로 발견된다. 두 번째 멤버는 노틸러스호를 몰고 다니는 네모 선장이다. 그는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로 귀속된 후 인도 국적을 버리고 자유롭게 바다를 탐험하는 중이었다. 이후 에드워드 하이드와 지킬 박사가 연맹에 합류한다. 마지막으로 투명인간인 닥터 그리핀까지 합세한다.


MI5는 캠피언 본드와 그의 신비스러운 상관 미스터 ‘M’을 통해 제국에 적대하는 음모를 좌절시키려 한다. 『젠틀맨 리그』 1편에서 그들은 반중력 발생물질인 카보라이트를 가져가 공중을 지배하고 런던을 불바다로 만드려는 제임스 모리어티를 제지한다.


 


비범한 신사들. 왼쪽부터 네모 선장, 앨런 쿼터메인, 미나 머레이, 하이드, 그리핀, 톰 소여.

 


2편에서는 갑자기 화성에서 외계인들이 날아온다. 미지의 무기로 사람들을 녹여 버리는 외계인 무리 앞에서 영국인들은 우왕좌왕하고, 비범한 신사들은 다시 한 번 힘을 합쳐 대영제국을 위기에서 구하려 한다.


『젠틀맨 리그』에는 19세기말 서구에서 유행했던 대중문학 작품들이 대거 등장한다. 리그에 등장인물을 수급한 소설로는 『드라큘라』, 『솔로몬 왕의 보물』, 『지킬 박사와 하이드』, 『투명인간』, 『해저 2만리』, 『셜록 홈즈』, 『톰 소여의 모험』, 『모르그가의 살인』, 『007』 등이 있다. 심지어 성애 소설인 『패니 힐』의 주인공은 과거 리그 멤버 중 하나다!


이외에도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J.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등 수많은 작품들이 『젠틀맨 리그』 안에서 쉴 새 없이 스쳐 지나간다. 지나가는 사람, 버려진 신문, 간판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19세기 대중문화 속 판타지 세계가 녹아들어가 있다. 고전 장르문학 마니아들에게는 『월리를 찾아라』 같은 작품인 셈이다.


특히 조지 웰즈의 작품이 크게 오마주되어 있다. 앨런 무어는 조지 웰즈 특유의 SF적이면서도 세기말적인 분위기가 『젠틀맨 리그』와 부합한다고 여겼던 듯하다. 『젠틀맨 리그』를 통틀어 조지 웰즈의 작품은 총 3편 등장한다. 『투명인간』에서는 닥터 그리핀이 등장인물로 출연하며, 2편은 『우주전쟁』에서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소재를 통째로 들여왔다. 화성인의 디자인도 『우주전쟁』과 동일. 화성인을 퇴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물은 모로박사(『모로박사의 섬』)다.


 


『젠틀맨 리그 : 비범한 신사 연맹』 2편에 등장하는 화성인.

 


『젠틀맨 리그 : 비범한 신사 연맹』에는 우리를 전율하게 했던 수많은 장르소설 속 영웅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사와는 거리가 멀다.


앨런 쿼터메인은 아편에 중독돼 사경을 헤매고, 네모 선장은 다혈질에다 미나 머레이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지킬 박사는 소심함이 지나치고 반대로 하이드는 살인을 넘어서 식인까지 한다. 그리핀은 투명인간임을 이용해 여학생 기숙사에 침입, 강간을 저지르는 파렴치한. 심지어 이 신사들은 이혼녀인 미나 머레이를 둘러싸고 뒤에서 평을 하며, 미묘한 감정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역시 그리 신사적이지 않다. 작전 수행도 녹록치 않다. 그들은 심심치 않게 겁을 먹고 망설인다. 이들의 액션은 우스꽝스럽고, 폭력적이다. 볼링핀처럼 우수수 죽어나가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 이 모든 것이 대영제국의 영광을 위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독자는 판타지 이면에 깔린 진한 블랙유머를 느낄 수 있다.


 


2003년 개봉한 영화 『젠틀맨 리그』

 


2003년 영화 『젠틀맨 리그』는 원작의 명성에 힘입어 큰 관심을 끌었다. 영화에서는 기존 멤버 외에 도리언 그레이, 로드니 스키너, 톰 소여가 합류했고 미나 머레이는 드라큘라 속성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개봉하자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원작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블랙유머는 휘발되고 ‘영웅들이 악당을 때려잡는’ 오락성만이 강조되었기 때문. 덕분에 영화는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했으며, 영국의 대배우 숀 코너리가 마지막으로 주연한 영화라는 타이틀만 남았다. 이와 관련해 앨런 무어는 “내 작품이 제대로 영화화된 적은 한번도 없다”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출처: 에이코믹스 https://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31860
윤태호 작가님 감사합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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