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보고, 스티븐 킹 (2/2)
by 김봉석
2018-01-02 09: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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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보고, 스티븐 킹 (2/2)

 스티븐 킹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는 100편이 넘어간다. 그 중 최고의 걸작을 꼽는다면 단연 <샤이닝>일 것이고, <쇼생크 탈출> <캐리> <미저리> <미스트> 등이 뒤를 잇는다. 워낙 작품이 많으니 걸작도 있고, 졸작도 엄청나다. 분명한 것은 스티븐 킹의 소설은 영상화하기에 대단히 적합하다는 점이다.


 스티븐 킹 자신도 영화, 드라마에 관심이 각별하다. 제작과 스토리를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매년 최고의 공포영화를 직접 꼽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의 소설을 망쳐놓았다고 생각할 때에는 직접 해결하려 나서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샤이닝>이 그랬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은 공포영화 역대 베스트 10에 늘 올라가는 걸작이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공개적으로 영화 <샤이닝>이 자신의 소설을 곡해했다며 비난했다. 소설의 핵심을 전혀 다르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대본을 쓴 미니 시리즈 <샤이닝>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드라마 <샤이닝>은 졸작이었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당연히 영화 <샤이닝>이 최고다.


 소설의 감각과 영화의 감각은 다르다. 한국에도 소설가와 영화감독 모두 성과를 이룬 이창동이 있지만 흔한 예는 아니다. 심지어 배우와 감독, 양면에서 성공을 거두기도 쉽지 않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거장이 되었지만, 배우로는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은 잭 니콜슨은 걸작 <차이나타운>의 속편인 <투 제이크>를 연출했지만 실패했고 다시 만들지 않았다. 스티븐 킹도 참담한 실패를 했다. 1986, <맥시멈 오버드라이브>를 연출했다. 기계가 인간을 공격한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연출은 지루하고 평범했다.


장르의 보고, 스티븐 킹 (2/2)


 <미드나이트 미트 트레인>의 원작자인 클라이브 바커는 <헬레이저>라는 공포영화의 명작을 만들어냈다. 소설가로서도 명성을 날렸고, 감독으로도 성공을 한 것이다. 하지만 <헬레이저> 이후 클라이브 바커의 연출은 평이해졌다. <심야의 공포><로드 오브 일루션>은 아이디어와 일부 장면만 좋았다. 이후 클라이브 바커는 제작이나 스토리 정도에만 참여하고 있다. 스티븐 킹도 소설에만 전념한다. 현명한 판단이다. 스티븐 킹의 평범한 영화를 보기보다는 화끈한 소설을 보고 싶으니까.


 스티븐 킹의 소설은 영상화하기에 좋다. 일단 로그라인이 명확하고, 눈길을 끌 장면들이 많다. 스티븐 킹의 장편은 영화보다 드라마로 각색하는 것이 더 낫다. 이야기가 장황하고 곁가지가 많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근작 중에 드라마 <언더 더 돔>도 흥미로웠다. 보통 장편영화를 만들기에는 장편보다 단편이 적당하다고 이야기한다. 장편을 만들려면 많은 인물과 에피소드가 빠져야만 한다. 그러니 단편의 기본 구조를 가지고 와서 조금 덧붙이는 것이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은 원작이 장편 중에서도 길었고, 3부작으로 만들면서 빠진 에피소드 덕분에 욕을 먹기도 했다.


장르의 보고, 스티븐 킹 (2/2)

 근래 개봉하여 미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그것>은 장편 원작이다. 90년에 한 번 미니시리즈로 만든 적이 있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장편인 <그것>도 영화로 만들기는 부담스럽다. 특히 27년의 시간을 오가는 이야기 구성은 소설로서는 탁월하지만, 영상으로는 표현이 쉽지 않다. 드라마와는 다르게 영화 <그것>1부와 2부로 나눠서 각각의 시간을 그려낸다. 원작에서 1950년대를 1980년대로 바꾸고, 1부에서는 80년대 청소년들의 모험만을 그린다. 2부에서는 지금, 성인이 된 그들이 겪는 모험을 그리게 된다. 복잡한 구성을 영상으로 보여주기는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대중영화에서는. 그런 점에서 1, 2부로 나뉜 <그것>의 구성은 탁월한 결정이었다.


 이번 <그것>의 성공 그리고 넷플릭스의 <제럴드의 게임><1922>의 호평으로 스티븐 킹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와 드라마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영상화된 작품들도 리메이크될 것이고. 스티븐 킹이 지나치게 관여하지만 않는다면 대찬성이다. 더 많은 스티븐 킹 원작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싶다.

김봉석
Que Sera Sera! 2017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前 편집장, 익스트림무비. 나의 대중문화표류기,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전방위 글쓰기, 컬처매거진 브뤼트. 평론가라기보다 애호가. 주로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듣고 쓴다.
만화와 영화 양쪽 분야의 전문가로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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