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보고, 스티븐 킹 (1/2)
by 김봉석
2017-12-13 12: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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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보고, 스티븐 킹 (1/2)장르의 보고, 스티븐 킹 (1/2)

 스티븐 킹의 소설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스티븐 킹 원작 영화나 드라마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호러와 스릴러 장르를 싫어한다 해도, 감동적인 <쇼생크 탈출>이나 청춘물의 걸작 <스탠 바이 미> 정도는 보았을 것이니까.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한 번 열거해보자. 데뷔작인 <캐리>부터 <샤이닝> <크리스틴> <데드 존> <쿠조> <옥수수밭의 아이들> <론머맨> <러닝맨> <공포의 묘지> <<슬립워커즈> <다크 하프> <스탠 바이 미> <쇼생크 탈출> <미저리> <돌로레스 클레어본> <그린 마일> <나이트 플라이어> <하트 인 아틀란티스> <드림캐처> <미스트> <1408> 최근에 만들어진 <그것><다크 타워>, 넷플릭스에서 만든 <제랄드의 게임><1922>까지 세세하게 숫자를 세는 것도 힘들다.


 성경 다음으로 많은 부수를 판매했다는 작가답게 스티븐 킹의 소설은 호러에서 출발하여 스릴러, SF, 성장소설, 판타지, 심리드라마, 미스터리 등 끝이 없다. 장르 소설을 쓰겠다는 이가 스티븐 킹의 소설을 한 편도 보지 않았다면 일단 그의 소설부터 읽어보고 시작하라 말하고 싶다. 장편보다는 단편과 중편들을. 스티븐 킹은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잡으면 맹렬하고 망설임 없이 흘러간다. 한 번 말려들면 헤어날 길이 없다.


장르의 보고, 스티븐 킹 (1/2)

 예를 들어 근작인 중편집 <별도 없는 한밤에>4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22>20세기 초 아내를 살해한 시골 농장의 남자는 운명 혹은 죄책감 때문에 몰락한다. <빅 드라이버>에서 강연을 다녀오다가 성폭력을 당한 추리작가 테스는 직접 가해자를 응징하기로 결심한다. <공정한 거래>에서 암에 걸린 중년의 스트리터는 자신이 증오하던 친구에게 모든 불운을 넘겨버리고 승승장구한다. <행복한 결혼생활>에서 27년간 비교적 행복하게 살아온 다아시는 남편이 연쇄 살인범인 것을 알게 된다. 4편의 이야기 모두 복수와 증오의 소용돌이가 담겨 있다. 한 번 빠지면 도망칠 수 없는, 비범한 상황에 놓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휘몰아친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낚아채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것인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다 보면 약간 눈치 챌 수 있다.


 또한 스티븐 킹의 소설이 미국에서 엄청나게 팔리는 이유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의 공포는 소재 자체가 기상천외한 것이 아니다. 기독교적인 죄의식과 유년의 공포를 모티브로 평온한 일상의 그림자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을 오싹하게 표현하는 것이 스티븐 킹의 특기다. 미국인들의 '마음의 고향'인 평화로운 소도시에서 출발하는 작품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만들어져 화제를 모은 <제랄드의 게임>28시간 동안 혼자 침대에 묶여있는 여인의 공포를 그린 소설이다. 초자연적인 상황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고, 일상적인 공포의 끝을 경험하게 한다.


장르의 보고, 스티븐 킹 (1/2)

 "글을 쓸 때 나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싶다. 그러나 그건 적당한 수준이다. 왜냐하면 당신도 그것이 상상의 공포라고 믿기 때문이다. 흡혈귀, 초자연적인 모든 것들. 어떤 의미에서 그것들은 안전하다. 그러나 <제랄드의 게임>이나 <돌로레스 클레어본>은 다르다. 독자를 안전지대 바깥에 있다고 느끼게 했고, 그것이 더욱 공포를 준 것이다. 그것들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사건과 경험이 어떻게 그 자체로 공포를 줄 수 있는지, 혹은 거대한 미지의 세계로 확장되면서 공포를 안겨주는지 알고 싶다면 우선 스티븐 킹의 <캐리> <크리스틴> <공포의 묘지> <1408> 등을 추천한다. (다음편에 계속)

김봉석
Que Sera Sera! 2017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前 편집장, 익스트림무비. 나의 대중문화표류기,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전방위 글쓰기, 컬처매거진 브뤼트. 평론가라기보다 애호가. 주로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듣고 쓴다.
만화와 영화 양쪽 분야의 전문가로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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