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 칼럼
고담 센트럴
by 김봉석
2017-05-29 11:26:44

고담 센트럴

에드 브루베이커, 그렉 러카 글 마이클 라크 그림

드라마 <고담>은 배트맨 이전의 고담 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고든이 형사로 갓 부임하고, 기존의 마피아 조직들이 프릭스와 몬스터에게 악의 권력을 넘겨주는 과정이다. 어떻게 단순한 폭력배와 악당들에서 미치광이와 괴물들이 나오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아캄 정신병원과 올빼미 법정의 역사도 알려준다. 브루스 웨인이 단지 부모에 대한 복수를 위해 배트맨이 된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얽힌 이유들이 있었다는 것도.


보통 슈퍼히어로물에서 경찰의 역할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초월적인 힘을 지닌 존재들이 싸우는 상황에서 보통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간혹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일부는 슈퍼히어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한다. 엄청난 돈과 두뇌가 있어 슈퍼히어로의 길을 걷거나 고도의 정신적, 육체적 훈련을 쌓으면 가능할 수 있으니까. 마블의 호크아이와 블랙 위도우, 아이언맨과 DC의 배트맨과 그린 애로우 등등이 그런 경우다.

경찰에 속한 개인이 혼자 노력하여 초인적인 능력을 갖추기는 힘들다. 경찰의 경우는 보통 사람들보다 직업적인 훈련을 조금 더 받는 정도다. 범죄조직과의 전쟁을 치루는 것은 가능하지만 슈퍼 빌런들과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담>에서도 미치광이들이 경찰을 가지고 노는 경우는 허다하다. 고담시가 점점 미치광이와 괴물들의 소굴이 되어가면서 경찰은 더욱 무력해진다. 슈퍼히어로물에서 보는 경찰은 분명히 무기력하다.



하지만 경찰은 필요하다. 슈퍼히어로와 빌런들이 싸우는 세계라고 해도 범죄는 일어난다. 세계의 존망을 건 거대한 범죄만이 아니라 개인의 욕망을 앞세운 갖가지 범죄들이 존재한다. 그것을 슈퍼히어로들이 모두 해결해줄 수는 없다. 우리들의 친구인 스파이더맨은 늘 강도와 성폭행범 등을 붙잡아주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경찰은 존재해야만 하고,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에드 브루베이커와 그렉 러카가 쓰고 마이클 라크가 그린 <고담 센트럴>은 고담시에서 일하는 경찰들의 이야기다. 고담 시 경찰청 강력반 형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슈퍼히어로와 빌런이 판치는 고담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배트맨은 일종의 자경단이다. 국가의 법과 질서가 개인을 보호해준다는 것을 신뢰할 수 없기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선 사람. 국가와 경찰은 자경단을 인정할 수 없다. 하지만 미치광이와 몬스터들이 준동하는 고담에서는 결국 배트맨의 존재를 비공식적으로 인정한다. 하늘로 쏘아 올리는 배트맨 시그널이 그것이다. 경찰이 도저히 역부족이라고 판단이 될 때 시그널을 쏘아 올리고 배트맨이 나타난다.


<고담 센트럴>2003년 아이즈너상 4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2004년 아이즈너상 '최우수 중편 스토리상'을 받았다. 20004년 하비상 '최우수 단편 이슈 또는 스토리상'도 받았다. 슈퍼히어로와 빌런의 틈바구니에서 경찰이란 도대체 누구이고 어떤 일들을 하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너무나도 잘 보여준 작품이다. 슈퍼히어로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평소 범죄 수사물에 흥미가 있었다면 <고담 센트럴>은 그들 모두를 만족시켜줄 수 있다. 배트맨에게 알리지 않고 미스터 프리즈의 수사를 하다가, 그들의 역량을 넘어가는 순간 배트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건 과연 굴욕일까, 구원일까. 슈퍼히어로 없는 현실에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적인 슈퍼히어로물이라면 지극히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김봉석
Que Sera Sera! 2017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前 편집장, 익스트림무비. 나의 대중문화표류기,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전방위 글쓰기, 컬처매거진 브뤼트. 평론가라기보다 애호가. 주로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듣고 쓴다.
만화와 영화 양쪽 분야의 전문가로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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