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석 칼럼
'스페이스 오페라' 한국에서도 메이저가 되기를 <사가>
by 김봉석
2017-03-03 09:20:55

 

사가

브라이언 K. 본 글/ 피오나 스테이플스 그림

 

한국에서 스페이스 오페라의 인기는 거의 최악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엄청나게 대중적인 장르이지만 한국에서는 판타지의 한참 아래에 있다. 영화로 스페이스 오페라의 대표작이라고 할 <스타워즈>의 성적도 그리 좋지 않다. 황당무계한 공상 정도로 치부한다. 맞는 말이지만 판타지와 마찬가지로 스페이스 오페라는 인간의 모든 사상과 정서 그리고 몽상을 담아내는 장르다. 간단하게 말하면 판타지의 공간을 우주로 옮겨놓았다고 할 수 있다. 원래는 중세의 기사담, 서부극을 우주 공간에서 펼치는 것이었고. 그래도 최근에 판타지가 한국에서 꽤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SF가 국내에서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스페이스 오페라가 더욱 무시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반면 만화에서는 스페이스 오페라가 의외로 인기를 끄는 경우가 있다. 폭을 넓혀 생각하면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 볼>도 스페이스 오페라에 속한다. 양영순의 <덴마>도 마찬가지다. 우주를 배경으로 온갖 이야기를 펼쳐내는 작품이라면 거의 스페이스 오페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만화는 기발하고 때로는 아주 황당한 상상력이라도 독자가 쉽게 용인해 주는 매체이니까.


근래 출간된 <사가>는 최근 미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스페이스 오페라 코믹스다. <더 라스트 맨><엑스 마키나>의 작가인 브라이언 K. 본이 쓰고 피오나 스테이플스가 그린 <사가>2012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후 아이즈너상 최우수 연재 만화부문 3년 연속, 하비상 최우수 연재 만화부문 4년 연속으로 상을 받았다. 최고의 SF에게 수여되는 휴고상에서는 2013최우수 그래픽 스토리상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3년간 단행본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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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큰 행성과 달인 랜드폴과 리스는 전쟁 중이다. 랜드폴에 사는 종족은 날개가 있고, 로봇 왕족의 지배를 받고 있다. 리스 사람들은 뿔이 달려 있고, 마법을 쓴다. 서로 다른 외양과 생활의 기반, 사고방식이 다른 랜드폴과 리스는 철천지원수처럼 싸우고 우주의 모든 행성을 둘로 갈라놓는다. 랜드폴의 편인지, 리스의 편인지를 택해야 하는 것이다.

랜드폴의 여성인 알라나는 군대에서 감옥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포로인 리스에서 온 남자 마르코와 사랑에 빠진다. 탈옥, 탈영을 한 알라나와 마르코는 사랑에 빠지고, 도망을 치고, 아이를 낳는다. 랜드폴이건, 리스이건 그들의 사랑을 용납할 수 없다. 괴물, 짐승이라고 부르는 상대와 사랑에 빠져 섹스를 하고 아이를 낳다니. 알라나와 마르코는 일종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그렇기에 랜드폴과 리스의 싸움 사이에서 그들은 공존의 유일한 희망이자 믿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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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의 매력은 아주 많다. 일단 우주의 다양한 존재들을 평등하게 그려낸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리고 그림 작가인 피오나 스테이플스는 수많은 외계의 존재들을 선명하고 활기차게 잡아내며 그들의 활약을 대담하게 묘사한다. 환상적인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멋지다. 그리고 대담하고 순진한 마르코와 열정적인 몽상가 알라나의 조화는 어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활기차고 유머가 넘치면서도 뜨겁다.

아직까지 <사가>를 보지 않았다면, 스페이스 오페라의 재미를 아직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다면 일단 집어들 것을 권한다. 당신이 어른이라면, 어른들의 휘황찬란한 판타지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사가>를 영화로, 혹은 드라마로 보기를 간절히 원하게 될 것이다.

김봉석
Que Sera Sera! 2017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前 편집장, 익스트림무비. 나의 대중문화표류기,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전방위 글쓰기, 컬처매거진 브뤼트. 평론가라기보다 애호가. 주로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듣고 쓴다.
만화와 영화 양쪽 분야의 전문가로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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