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 포 벤데타
by 김봉석   ( 2016-12-09 09:50:00 )
2016-12-09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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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앨런 무어, 데이비드 로이드


요즘 같은 시국에 꼭 봐야 할 만화로는 <브이 포 벤데타>가 있다. 1980년대 중반 코믹스 혁명을 주도한 <워치맨>의 앨런 무어 작품이다. 영화로도 있는데,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자매가 제작과 각본을 맡았다. 영화보다는 만화가 낫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편하게 보려면 영화도 나름 볼만한다.


브이 포 벤데타




<브이 포 벤데타>는 전체주의 사회로 변해버린 근미래의 영국을 보여준다. 모든 이의 말과 행동이 통제되고 획일적인 사고만이 강요되는 사회. 유색인종과 동성애자는 어디론가 끌려가 사라지고, 언제 권력의 희생양이 될지 몰라 불안에 떠는 사람들. 그런데 이변이 생긴다. 17세기 영국 의사당 건물을 폭파했던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쓴 남자가 경찰을 죽이고, 건물을 폭파하는 등 테러에 나선 것이다. <브이 포 벤데타>는 모든 것이 통제된 억압적인 사회에 저항하는 한 남자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브이 포 벤데타

일단 역사 공부부터 해 보자. 영국인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한국인은 거의 알지 못하는 화약음모사건이란 것이 있다. 1605년, 영국 왕좌에 오른 제임스 1세는 가톨릭에 대한 관대한 정책을 펴겠다는 이전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제임스 1세의 배신에 분노한 가톨릭교도들은 왕과 정부 관료들을 살해하고 쿠데타를 일으키려 의사당 폭파 계획을 세운다. 주모자 중 하나인 가이 포크스가 의회 지하실에 폭발물을 숨기는 데는 성공하지만 사전에 탄로가 나는 바람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가이 포크스를 비롯한 주모자들은 사형에 처해졌다. 실패로 끝난 화약음모사건 이후 영국의 가톨릭 세력은 두 번 다시 주류가 될 수 없었다. 지금도 영국에서는 매년 11월 5일, 화약음모사건을 기념하기 위하여 불꽃축제와 함께 모닥불을 피우고 ‘가이’라는 이름의 인형을 불태우는 행사가 열린다.


<브이 포 벤데타>는 1981년 영국에서 연재가 시작되었다. 당시 영국은 대처의 보수당 정권이 미국의 레이건 정권과 함께 냉전체제를 격화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었다. <브이 포 벤데타>는 노골적으로 보수적인 대처 정권을 비판하는 작품이었다. 영화에서는 <브이 포 벤데타>의 시점을 현재와 근미래로 설정한다. 워쇼스키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세계가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통제사회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모든 정보를 정부에서 장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추세이고, 우리들은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통제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고 폭력에 길들여져 모든 억압을 당연한 것으로 느끼는 것.


브이 포 벤데타


<브이 포 벤데타>의 브이는 자신의 신념을 위하여 무언가를 부숴버리기를 원한다. 그것은 곧 혁명이다. 앨런 무어가 ‘체제의 파괴는 브이의 존재 이유’라고 말한 것처럼 브이는 테러리스트다. 하지만 지금 브이의 존재는 완고하고 억압적인 체제, 정부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쓰인다.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 때에도 브이의 가면을 쓴 시위대가 등장했고, 근래에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이미 브이는 이 시대의 상징이 된 것이다.


김봉석
Que Sera Sera! 2017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 前 편집장, 익스트림무비. 나의 대중문화표류기,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전방위 글쓰기, 컬처매거진 브뤼트. 평론가라기보다 애호가. 주로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듣고 쓴다.
만화와 영화 양쪽 분야의 전문가로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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